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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1997.08.04 00:00
  • 호수 186

난지호 여선장 권오환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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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지도 해수욕장까지 안전하게 모시겠습니다”

“승선권을 구입하신 분은 속히 난지호로 승선하세요.”
7월 26일 도비도 선착장. 행락철을 맞아 삼삼오오 짝을 지어 나온 피서객들로 유난히 북적대는 이곳에서 단연 눈에 띄는 한 여성이 있다. 바로 이 목소리의 주인공인 난지호 선장 권오환(37세)씨다.
올해로 선장경력 6년째를 맞고 있는 권씨는 처음 보는 이들은 작달막한 체구로 빡빡한 키를 돌릴 수나 있을지 의심을 하지만, 무사고의 베테랑 선장이자 험한 일도 가리지 않아 남자 몇곱은 한다는 소문이다.
무더위가 일찍 찾아온 올여름, 경기 불황탓인지 지난해 만큼은 못하지만 이날부터 피서객들이 꽤 몰리기 시작해 권씨는 경황이 없었다. 여름철엔 하루 10여 차례 난지호를 운행해야 하니 편히 앉아 밥먹을 겨를도 없다.
도비도와 난지도를 두차례 왕복하면서 들은 이 여선장의 이력은 대강 이렇다.
송악면 광명리가 고향으로 인천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소난지도 출신인 남편 최장백씨를 만나 결혼했다. 그곳에서 기계정비업을 하다 열심히 일해도 일한만큼 돌아오지 않는 객지생활을 과감히 버리고 91년 서른한살의 한창 나이에 소난지도로 들어왔다.
낙향을 제안한 것은 의외로 남편이 아닌 그녀였다. 가끔씩 명절때 들러본 소난지도는 한적하고 좋았다. 겉보기엔 당찬 여장부 같지만 파도소리와 섬사람들의 따스한 인정이 좋았다며 훈훈한 여성미를 물씬 풍기기도 한다.
유람선인 청룡호 하나를 만들어 갖고 내려왔지만 처음엔 벌이가 시원치않아 ‘너 때문에 괜히 내려와 고생한다’는 남편의 원망을 들어야 했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좋아졌다. 난지도가 외부에 많이 알려지면서 찾는 관광객도 늘었고 지난해부터 난지호까지 맡아서 운행하게 되었으니 엄연히 배 두척을 거느린 선주가 된 것이다. 물론 난지호는 군지원이 없으면 100% 적자다. 함께 살고 있는 대난지쪾소난지 주민들의 유일한 교통수단이기에 오로지 그 보람으로 운행하고 있다.
권씨가 선장면허를 딴 것은 소난지도로 들어온 직후였다. 가만히 앉아있질 못하는 활달한 성격이 키를 잡을 겁없는 생각까지 선뜻 들게 했던 것이다. 남편은 기관사로 엔진등 기계를 손보는 일을 하고 있다. 선장과 기관사, 당연히 선장인 권씨가 더 높지만 이들 부부의 금술은 주위사람들이 부러워 할 정도로 좋다.
선장경력 6년. 그녀는 이제 프로라기 보다는 스타가 되었다. 가끔 난지호를 타는 관광객 중에는 함께 사진촬영을 요구하는 이들도 있다. 뿐만 아니라 섬생활에도 잘 적응해 올해 16명의 소난지도 부녀자들의 대표가 되었다. 권씨는 부녀회장 임기동안 화려한 벚꽃길을 만들어 소난지도를 훌륭한 관광지로 만들겠다는 욕심을 갖고 있다.
엔진을 새것으로 달아 속도가 훨씬 빨라졌다는 난지호가 드디어 해수욕장에 닿았다. 예의카랑카랑하고 씩씩한 권씨의 목소리가 선착장에 울린다.
“난지도 해수욕장입니다. 나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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