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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
  • 입력 2019.05.10 17:24
  • 수정 2019.05.13 19:20
  • 호수 1256

“현대제철 환경문제, 터질 게 터졌다”
■르포 현대제철 인근마을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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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 판매 걱정…주민 피해 대책 마련 시급
아이들 많은 유곡리 일대 어린이 건강문제 우려

“이런 일이 하루 이틀인가요? 동네 주민들은 사실 놀랍지도 않아요. 다른 지역 사람들이 볼 때나 엄청난 일이 터진 것 같은데, 우린 늘 이런 환경 속에서 살아왔으니까…. 뉴스에서 나오는 이야기를 보면서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지난 10년 동안 환경문제가 얼마나 많았는데요. 다 문제가 있었으니 인근 주민들이 이렇게 고통받아온 것 아니겠어요?”

현대제철 당진공장의 시안화수소(청산가스) 불법 배출에 이어 대기오염물질 저감장치가 고장난 상태로 5년 동안이나 가동돼 왔다는 사실이 드러난 이후 찾아간 인근 마을 주민들은 걱정과 함께 자조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소음과 분진 등 환경문제를 지적하며 이미 오랫동안 현대제철에 문제제기를 해왔지만, 지금까지 변한 것은 없었단다. 그래서 요란스럽게 떠들어대는 요즘 여론이 새삼스럽다. 마을이 온통 부글부글 끓어오를 거라고 생각했던 예상과 달리, 주민들은 오히려 차분했다. ‘모두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는 어느 시의 한 구절처럼 말이다.

“농산물 팔수 있을까 걱정”

현대제철과 가장 가까운 마을 중에 하나인 송산면 가곡리는 오히려 지금 언론에 떠들어대는 이야기들이 부담스럽다. 환경문제와 주민들의 건강 문제는 오래 앓아온 고질병 같은 것이어서 크게 동요되지 않았다. 오히려 ‘올해에도 동네 농산물을 팔긴 어렵겠구나’ 하는 걱정이 더 앞선다.

김명용 가곡1리 이장은 “전국적으로 떠들어대는 바람에 주민들은 농산물을 팔지 못할까봐 더 걱정하고 있다”며 “2차 피해에 대한 대책도 없이 환경문제가 공론화 되는 게 주민들로서는 매우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현대제철의 환경문제와 관련해서 수도 없이 문제제기를 해왔고 더 이상 주민들이 대응할 방법도 없다”면서 “주민들이 더 힘든 곤경에 빠지지 않도록 피해를 막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토피·호흡기 질환 많아”

오랫동안 지역에 살면서 피해를 받아온 주민들이 무기력과 패배의식에 젖어들어 가고 있는 반면, 새로운 도시가 조성되고 있는 유곡리 일대는 환경문제로 인한 피해를 염려하는 젊은 층의 목소리가 높다.

5살짜리 아이가 있다는 현대엠코 아파트에 거주하는 한 여성은 “현대제철 환경문제로 인해 성인은 물론이고, 특히 면역력이 약한 아이들의 건강이 크게 걱정 된다”며 “많은 아이들이 아토피와 같은 피부질환을 앓고 있거나, 기관지·호흡기 질환이 많은데, 거주환경에 영향이 있는 것은 아닌지 염려스럽다”고 말했다.  

“환경설비 강화 신뢰할 수 있을까”

송산면 뿐만 아니라 현대제철 인근마을인 송악읍 고대리와 정곡리 등에서도 우려하는 목소리는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현대제철이 5300억 원을 들여 환경설비를 강화하겠다고 했지만, 그 중 4600억 원이 고장 난 활성탄 흡착탑을 교체하는 비용이라는 보도에 현대제철을 신뢰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입장이다.

김문성 송악읍 고대1리 이장은 “주민들이 많이 격앙돼 있는 건 사실이지만,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움직임은 없다”면서 “1·2호기의 소결로 방지시설 교체작업이 완료되면 많이 좋아질 거라고 하는데, 얼마나 개선될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권병상 정곡리 이장 또한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노력한다고 말로만 했지, 실제로 주민들이 느끼는 대책은 없었다”면서 “주민들이 신뢰할 만한 근본적인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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