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에서 소설의 주인공 최서희가 너른 들판을 바라볼 때, 김영란 당진시학부모협의회장도 고향인 송산면 가곡리에서 바다를 바라봤다. 일제에 의해 국권이 상실될 때, 3.1운동과 원산총파업, 중일전쟁과 남경학살부터 8.15광복까지 소설 속에서 역사의 대단원이 그려질 때 김 회장도 그 안에 함께 있음을 느꼈다.
인생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했던 20대, 희미하게 삶을 알기 시작할 무렵인 30대, 그리고 지금의 나이에 다시 읽은 <토지>는 그때마다 김 회장에게 새로운 깨달음과 감동을 줬다. 그는 “처음 토지를 읽었던 젊은 시절엔 삶의 애환을 몰랐고, 30대를 지나면서 다시 읽었을 때는 책의 순간들에 공감이 됐다”며 “50대에 다시 읽은 <토지>는 눈물이 나서 읽지 못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세 차례 토지를 읽었어요. 그때마다 느껴지는 것들이 달랐어요. 이번에 읽고 다음에도 또 읽고 싶은 책이에요. 살아가면서 계속 생각나는 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박경리 작가의 <토지>는 1969년부터 집필에 들어가 1994년에 전 5부 15권으로 완간한 대하소설이다. 한말의 몰락부터 일제강점기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시대에 이르는 과정을 가족사를 중심으로 폭넓게 그린 책이다.
김 회장이 다시 토지를 꺼낸 것은 광화문에서 밝혀진 촛불을 보면서였다. 민족정신이 담겨진 <토지>처럼 우리도 깨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지난해 <토지> 전권을 구입했다. 그는 “책을 통해 민족정신이 투철한 인물들을 볼 때 나 또한 투쟁의식을 갖게 됐다”며 “다시금 깨달음을 얻고자 책을 읽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책을 읽으며 매 순간 순간에 공감했다. 때로는 주인공 최서희의 눈으로 역사를 바라보기도 했다. 당시에 태어났다면 어땠을지 비교하며 생각하고, 또 현재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자는 깨달음도 얻었다.
한편 김 회장은 송산면 가곡리에서 태어나 유곡초와 송악중을 졸업한 뒤 잠시 타지에서 생활하다 고향으로 돌아왔다. 고향에 대한 애착과 관심이 많아 녹색어머니회와 부녀회에 속해 활동했다. 그 후 딸이 입학한 원당초에서 학부모회장을 맡았고, 이어 당진시학부모협의회장으로 자리하면서 현재 지역사회 다방면에서 활동하고 있다.
협의회장을 맡으면서 각 학교 학부모회장을 만나 현안과 애로사항을 파악하고, 이를 당진시와 시의회, 교육청 등에 전하고 있다. 시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이를 전해주는 가교역할을 하고 싶다는 그는 “학부모협의회장으로서 각 학교 회장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아이들의 교육을 고민하고 있다”며 “교육 이념을 같이 해 물심양면 도움을 주고 있는 한홍덕 교육장과 각 학교 학부모들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다”고 전했다.
“저는 과거와 미래보다 현재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현재가 있어야 과거가 역사로 남을 수 있는 것이고, 미래를 기대할 수 있는 거잖아요. 앞으로도 맡은 바 최선을 다 하면서 한 분 한 분 목소리를 듣고 함께 풀어가는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또 다른 추천 책>해리1/해리2
공지영| 지음
해냄출판사
소설은 주인공 '한이나'가 어쩌면 지나쳤을지 모를 의문의 사건들을 알게 되고, 그 원인을 규명하는 과정에서 개인의 악이 사실은 집단의 악을 구성하거나 대표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그 근원을 파헤치는 이야기를 담은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