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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늦깎이 ‘男’학생입니다”
해나루시민학교 김연덕·조종수·이강호·류재일·김기칠 학생

150여 명 중 유일한 남학생 5명
학교에서 공부하는 재미…인생의 낙(樂)”
한수미l승인2019.06.08 13:38l(126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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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각자의 이유로 학업을 중단해야만 했다. 바삐 살다 문득 멈춰 뒤를 돌아봤을 때 남은 건 ‘배우지 못한 한(恨)’이었다. 친구들과의 모임 자리에서 어김없이 동창회 이야기가 오갔다. 동창회를 나갔더니 누굴 만났더라는 말은 다른 이들에겐 너무도 평범했다. 그럴 때마다 속상하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했다. 배움의 한이 못내 사무칠 때 그들은 해나루시민학교(교장 문선이)를 만났다. 

“아버지를 일찍 여의었어요. 어려운 형편에 어머니와 9남매 가족들을 뒷바라지 하느라 정작 저는 학교 문턱을 못 넘었어요. 젊었을 땐 당연히 꿈이 있었죠. 하지만 배우질 못해서 꿈을 펼칠 생각조차 못했어요. 그러다 해나루시민학교를 알게 됐고, 남학생이 한 명도 없었지만 용기내서 문 열었어요.”(김연덕 씨)

김연덕 학생, 개교 이래 첫 남학생

김연덕(68·정미면 천의리), 이강호(70·읍내동), 김기칠(85·송산면 유곡리), 조종수(85·고대면 슬항리), 류재일(65·석문면 통정리) 학생은 150여 명이 재학하고 있는 해나루시민학교의 유일한 남학생들이다. 

해나루시민학교는 성인 학력 인정 문해교육기관이다. 충남도교육청으로부터 초·중등 학력인정 교육기관으로 지정받아 배움의 기회를 놓친 성인을 위해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해나루시민학교에는 대부분 여학생들이 재학하고 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돋보이는 남학생들이 있다. 김연덕 씨가 처음 해나루시민학교를 찾았던 6년 전만 해도 남학생이 아무도 없었다. 학년 시험을 치르러 왔을 때 모두 여학생들이라 깜짝 놀랐다고. 하지만 점점 늘어 현재는 남학생이 5명이다. 남학생이 왔다는 소문에 저 끝 반에서 구경 올 정도로 이들은 학교의 인기 스타다.  

이강호 학생 “학교 앞에서 마흔번 망설여”

이강호 학생은 지난 3월 21일 입학했다. 그는 “이름밖에 쓸 줄 몰랐다”고 말했다. 암 투병으로 인생을 다시 돌아봤을 때, 글을 배우고 싶은 한이 너무도 크게 느껴졌다. 하지만 생각만큼 해나루시민학교에 오기까지는 쉽지 않았다. 담임인 강천 교사에 따르면 이 학생은 창피함에 학교 앞을 40번을 오갔다고 한다. 하지만 ‘이제는 돌아가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문을 열었고 상담 후에 학교를 다니게 됐다. 그는 “지금은 학교 오는 것이 낙”이라고 말했다. 배우지 못해서, 늦은 나이에 해나루시민학교를 다닌 것이 창피했던 것은 사라진 지 오래다. 이 학생은 “이제는 당당하다”며 “지난 5월에 다녀온 소풍 덕분에 학생들 간 서먹함도 사라져 이제는 하루도 안 빠지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류재일 학생 “수업 녹음할 정도”

류재일 학생은 올해 석문농협 상임이사로 정년퇴임했다. 어렸을 때 꽤 부유하게 자랐지만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집안 형편이 어려워져, 중학교에 입학하지 못했다. 생활 전선에 뛰어 들어 공장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농협에서 심부름과 청소를 했다. 정규직이었던 또래들 사이에서 맘고생을 하기도 했다고. 하지만 정규직 전환 기회를 얻었고 그 기세로 남들보다 일찍 승진 기회를 얻었다. 그렇게 전무를 거쳐 상임이사까지 맡게 됐다. 그는 “배우지 못해서 더 열심히 하기도 했다”며 “틈틈이 검정고시를 치르기 위해 책도 구입했지만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덧붙여 “퇴직 후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 배우고 싶은 한을 풀기 위해 해나루시민학교를 다니게 됐다”며 “수업을 녹음해서 공부할 정도로 열심히 하고 있지만 선생님들의 열정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아 죄송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김기칠 학생 “원룸까지 얻어”

85세의 김기칠 학생은 학교를 다니기 위해 호서중·고등학교까지 가기도 했다. 입학을 위해 서류까지 준비하던 중 지인의 권유로 해나루시민학교를 알게 돼 이곳에 입학하게 됐다. 통학을 위해 학교 인근에 원룸을 얻을 정도로 열정이 뜨겁다. 김 학생은 “어렸을 때 독학으로 명심보감과 천자문을 공부해 한자는 꽤 알지만 길거리 간판에 써있는 영어를 볼 때마다 배우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며 “그래서 해나루시민학교를 다니기 시작했는데, 학교 다니는 것이 얼마나 재밌는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조종수 학생 “아는 기쁨 너무 커”

조종수 학생은 12살 때 아버지를 여의었다. 사는 데 지장은 없었지만 배우지 못해 번번이 놓치는 기회를 볼 때마다 한이 사무쳤다. 조종수 학생의 고향은 경기도 용인이다. 배움의 한이 커 자식들만큼은 잘 가르치고자 서울로 이사하기도 했다. 그렇게 자녀들 모두 학교 졸업까지 마치고 당진을 찾았고, 벌써 13년이 흘렀다. 자녀들로 배움의 한이 채워졌나 싶었지만 그렇지 않았다. TV를 시청하다 읽을 수 없는 영어를 보고 다시 배우고 싶단 생각이 들었단다. 그는 “성당 신부의 소개로 해나루시민학교를 알게 됐다”며 “지금 1년 째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덧붙여 “전혀 몰랐던 것들을 알게 된 기쁨이 너무 크다”고 전했다. 


한수미  d9111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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