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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마 굴투라! 다른 식으로 가자!”
미세먼지 시대, 생태도시와 도시농업을 꿈꾸다 6 쿠바 아바나

자연과 인간재단이 만든 의식 개혁
풀뿌리 공동체, 지속가능한 도시 꿈꾸며
공존의 삶…“쿠바의 마음과 미래 변화”
당진시대l승인2019.08.19 19:11l(126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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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바에서는 지속가능한 미래의 쿠바를 고민하고 실천하고자 다양한 모임이 운영되고 있고, 자연과 인간재단에서는 시민학교 과정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 세계 각국의 생활문화, 생태자료가 보존된 지멘스 박물관

쿠바의 혁명은 성공했다. 농지는 농민에게 돌아갔다. 하지만 농작물은 사탕수수와 시가(담배), 커피 외에 다양하지 않았다. 농작물 생산 연구를 등한시했기 때문이다.
“90년대에는 농산물 생산기반마저 사라졌습니다. 동구 사회주의권의 붕괴와 미국의 경쇄 봉쇄 때문이었죠.”(지멘스 박물관의 마리아 카리 다드 크루즈)
그러나 위기는 곧 기회였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다

1993년 어느 날 지멘스박물관에 오스트레일리아의 시민단체 관계자가 방문했다. 일종의 컨설팅과 재배기술 지도를 위한 방문이었다. 지멘스박물관은 안토니오 누네즈 지멘스(Antonio Nunez Jimenez 1923-1998)가 남긴 삶을 계승하고 자료를 보존하기 위해 만들었다. 지멘스는 카스트로와 함께 쿠바 혁명에 참여했던 인물로 생전 아마존 발원지에서 카리브해까지 1만 7000km를 여행하면서 수집한 유물과 저작물을 남겼다. 혁명가이자 작가이고 탐험가이자 생물연구자였던 그의 박물관에는 약 3만 권의 장서와 세계 각국의 생활문화, 생태 자료가 보존돼 있다.

오스트레일리아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2년간 박물관에 머물며 구성원들에게 남긴 핵심은 ‘페르마 굴투라(Permacultura)’ 즉 ‘다른 식으로 가라’였다. 지멘스가 남긴 자료와 자연환경 연구를 위한 재단인 ‘자연과 인간재단’을 이끄는 카리 씨(69)는 “아, 이거라 생각했다”며 “위기를 기회라고 봤다”고 말했다.

그는 페르만 굴투라의 핵심은 사람의 마음을 바꾸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지멘스의 정신처럼 페르만 굴투라의 핵심은 사람과 나무, 동물이 공존하며 ‘다 같이 사는 데 있다’고 확신했다. 이때부터 그는 사람이 모이는 박물관을 중심으로 지역주민에게 유기농업을 가르치고 함께 농사짓기를 호소했다. 도시농업과 자연농법도 보급했다. 박물관 내 ‘자연과 인간재단’도 이때 만들었다.

생태농업을 뒷받침한 것은?

“사탕수수 외에 다양한 농작물과 생산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고 본거죠.” (카리 씨)
오스트레일리아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농사법에서 부터 주택 디자인, 오수 처리에 이르기까지 자신들의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수했다. 옥상 텃밭, 학교 텃밭, 퇴비 만들기, 도시농업도 지원했다.

또한 자연과 인간재단 관계자들은 다른 식으로 살기 위한, 사람들의 도시를 만들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시도했다. 유기농업, 자연에너지, 도시녹화 등 ‘지속가능한 도시’를 만들기 위한 방법을 찾고 이를 시민들과 나누는 데 힘썼다. 유기농업과 지역 채소 유통을 독려하고, 옥상의 물을 받아쓰며, 생태 화장실을 만들거나 필요 없는 물건은 재활용하도록 교육했다. 이를 위해 도시 농가와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 시민학교 과정도 개설했다.

카리 씨는 “1996년 모임을 시작했는데 현재 쿠바 10개 도시에 28개의 다양한 모임을 운영 중”이라며 “모두 지속가능한 미래의 쿠바를 고민하며 실천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지속가능한 새로운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생태와 환경의 삶을 실천할 커뮤니티가 퍼져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쿠바의 생태농업이 성공한 뒤안길에는 사람의 마음을 바꿔 다른 식의 삶을 추구하는 풀뿌리 공동체, 커뮤니티의 뒷받침이 있었다. 현재 쿠바에는 도시농업, 유기농업, 자연에너지, 환경, 의료 등 여러 분야에서 수많은 엔피오(NPO)가 주민 참여형 네트워크로 활동하고 있다.

[미니인터뷰] 카리 씨

“쿠바인의 마음과 미래 바꾸고파”

언제부터 이곳 박물관에서 일했나?
“25살 때부터니까 1974년부터 일했어요. 안토니오 누네즈 지멘스와는 3년간 같이 일했었죠. 지멘스 씨와는 전부터 아는 사이였고 존경하는 사람이었어요.”

지멘스는 어떤 사람이었나?
“멀리 내다보는 혜안이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늘 자연과 인간이 함께 공존해야 해야 한다고 강조했어요.”

어떤 계기로 박물관에서 생태농업과 환경 보존을 위한 일에 나서게 됐나?
“사람들과 지속가능한 도시를 만드는 일을 함께하고 싶어서였죠. 사람들의 도시를 만들고 싶었어요. 직접적인 계기는 1993년 우리 박물관에 오스트레일리아의 시민단체 관계자가 방문해 ‘페르만 굴투라’의 의미를 일깨워 준 게 자극이 됐어요.”

도심 생태농업의 장점은 뭔가?
“쿠바인의 평균 임금은 400페소 정도예요. 옥상이나 베란다에 채소를 경작하면 집이 시원해지고 전기세도 적게 들어요. 또 먹고 남은 채소는 시장에 팔 수도 있죠. 돈을 안 쓰고 오히려 버는 것이에요.”

‘페르마 굴투라’의 핵심 의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사람의 마음을 바꾸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안토니오의 정신처럼 사람과 나무, 동물이 공존하며 ‘다 같이 사는 데 있다’고 생각해요.”

현재 ‘페르만 굴투라’를 실천하는 모임은 얼마나 되나?
“현재 쿠바 10개 도시에 28개의 모임을 하고 있어요.”

주로 어떤 활동을 하나?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시민학교 과정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어요. 생태잡지도 발행해 배포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계획은?
“모임에 참여하는 사람 모두 쿠바의 미래를, 자신들이 살고 있는 도시를 지속가능하게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이를 통해 보다 많은 쿠바인의 마음과 미래를 바꾸고 싶습니다."
 

쿠바의 생태농업이 지속할 수 있으려면?

고령화 막고 풀뿌리 공동체 강화 관건쿠바의 생태농업의 지속가능성을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하나는 농업 노동자의 고령화다. 한 농장 관계자는 “대다수 청년들이 농사일하기 싫어한다”며 “쿠바 정부가 젊은 층의 농업을 장려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쉽지 않다”고 말했다.

취재진이 찾은 오그란오포니 농장에서 일하는 두 청년도 인근 시골에서 농사하다 아바나까지 올라왔다. 아바나 청년들이 농사일을 꺼려 그만큼 사람을 구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또 다른 걱정은 양극화다. 쿠바는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시장경제를 도입했다. 아직 불평등의 정도가 다른 사회주의권에 비해 심하진 않지만, 점점 격차를 벌리고 있다.

특히 관광산업이 장려되면서 자본의 대부분이 개인 식당, 관광버스나 택시기사, 관광가이드에 쏠리고 있다. 쿠바인의 평균임금은 400페소인데 관광부문 종사자의 경우 몇 달 치 월급을 하루 만에 팁으로 챙기기도 한다. 쿠바 전역에서 돈을 우선시 하는 소비문화가 확산되고 있고 그만큼 생태농업의 근간이 된 풀뿌리 공동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 취재진은 아바나는 물론 지역 도시 곳곳에서 어렵지 않게 구걸하는 사람들을 마주쳤다.

반면 다양한 풀뿌리 공동체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여기에 의료와 교육을 국가가 책임지는 쿠바 특유의 사회주의가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

손호철 서강대 명예교수는 저서 <카미노 데 쿠바>에서 “아바나의 유기농 혁명은 활발한 풀뿌리 공동체가 중심이 돼 성공할 수 있었다”고 평했다. 이어 손 명예교수는 “쿠바가 지금보다는 부유해지되, 지금까지 지켜온 의료와 교육의 무료서비스와 같은 인간적 가치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라틴 사회주의’를 발전시켰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 이 기사는 2019년도 충청남도 지역언론
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취재한 것입니다.
당진시대·태안신문  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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