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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국제 육가공품질 경영대회에서 금메달을 수상한 김지선 씨(신평면 금천리)
육가공 세계대회에서 전 품목 금메달 수상
전국에 25명 뿐인 식육가공기사 자격시험 합격
축산업 가업 이어 육

당진 출신의 30대 청년이 세계 육가공 대회에 출품한 4개 품목 모두 금메달을 수상했다. 소시지의 고향인 독일에서 한국식 소시지로 세계 최고임을 인정받은 것이다.

70년 전통의 국제 식육 및 육가공 박람회인 IFFA 2019가 지난 5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개최됐다. 이번 박람회에서는 국제육가공품 품질경영대회가 함께 진행된 가운데, 당진 출신의 김지선 씨(31·신평면 금천리)가 4종류의 소시지와 햄을 선보여 출품한 전 품목에서 금메달을 차지했다. 독일의 대표 음식인 소시지를 현지에서 인정받은 그는 국내에 단 25명밖에 없는 식육가공기사 자격증까지 취득했다.

어린 시절부터 함께한 돼지

신평면 남산리에서 30여 년 간 양돈업을 해온 부모님 밑에서 자란 김지선 씨는 12살 무렵부터 새끼돼지를 옮기거나 밥을 챙겨주는 일을 도왔다. 새끼돼지를 받느라 돼지의 출산이 끝날 때까지 집에 못 들어가는 일도 비일비재했다고. 오랜 시간 동안 양돈업을 하는 부모님을 지켜보면서 김 씨는 꿈을 키웠다. 부모님의 일이 자랑스러웠던 김 씨는 가업을 잇기로 결심했다.

“초등학생 5학년이었을까요. 저는 늘 아버지한테 ‘아빠 일을 내가 잇겠다’고 말하곤 했어요. 부모님 일을 한 번도 부끄러워한 적이 없었죠. 오히려 부모님이 자랑스러웠어요.”

6차 산업으로 시야 넓혀

부모님에 대한 자부심은 그의 진로에도 영향을 끼쳤고, 결국 김 씨는 지난 2008년 제주대 동물생명공학과에 입학했다. 대학에 입학한 김 씨는 장학금을 받으며 대학생활을 이어갔고, 2학년이 됐던 무렵, 김 씨의 시야를 넓힌 수업을 듣게 됐다.

그동안 가축 사육에만 중점을 두고 공부했던 김 씨는 육가공 수업을 들으면서 6차 산업까지 연계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외에도 1년에 한 번 전교생들에게 햄과 소시지 등의 육가공품을 만들어 시식행사를 벌이는 학과 행사가 마련됐고, 이 또한 삶의 방향을 결정 짓는데 중요한 경험으로 남았다.

 

우연히 본 신문기사에서 꿈 찾아
대학교를 졸업하고 고향으로 돌아온 김 씨는 당진축협에서 근무했다. 4년 동안 일을 하다 직장생활을 그만 둔 그는 어느 날 한 기사를 접했다. 지난 2013년 법이 개정돼 동네 정육점에서도 햄과 소시지 같은 육가공품을 직접 제조해 팔 수 있다는 것이었다.

기사를 본 그의 마음에 대학시절부터 품어온 육가공의 꿈이 새롭게 싹트기 시작했다. 그는 훔메마이스터슐레(독일식 즉석육가공전문학교)에 입학해 본격적으로 육가공 공부를 시작했다. 그곳은 한국인 최초로 독일 식육 수공업 마이스터로 인정받은 임성천 씨가 교장으로 있는 곳이었다. 김 씨는 서울과 당진을 오가며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이론과 실습을 병행하며 육가공을 배웠다.

연습 끝에 탄생한 ‘돈세지’
올해 학교에서는 김 씨의 성실하고 열정적인 태도를 높이 평가해 그에게 3년 마다 열리는 국제 식육전문 박람회의 메인행사 중 하나인 국제육가공품 품질경영대회에 출전할 것을 제안했다. 직접 육가공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것이 꿈인 그에게 놓칠 수 없는 제안이었다.

소시지로 유명한 독일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였고, 무엇보다도 세계 각국의 내로라 하는 육가공품과 겨루면서 성장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대회 출전을 결심하고 김 씨는 혹독한 연습에 뛰어들었다. 수차례 시제품을 생산하며 임성천 마이스터에게 검증받는 과정을 거쳤다.

결전의 날, 그는 ‘돈세지’라는 이름을 달고 소시지와 햄 네 종류를 선보였다. 대회에서 그는 배추김치와 총각김치를 이용한 김치 소시지 두 종류와 참깨·들깨를 넣어 만든 프레스햄 두 종류를 출품했다. 긴장되는 발표의 순간, 그의 성적은 4개 품목에서 모두 금메달을 차지했다. 식감·모양·냄새 등 세부항목 모두 50점 만점을 기록했다.

김지선 씨는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 오로지 50점 만점을 기록한 품목만 금메달을 받을 수 있다”면서 “금메달이란 결과가 나오자마자 너무 기뻐 환호성을 질렀다”며 그날의 기쁨을 회상했다.

 

우리나라 최초 식육가공기사 합격

세계대회에서 자신이 개발한 소시지와 햄으로 육가공 실력을 인정받은 김 씨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지난 5월 대회를 마무리한 그는 또 다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최근 육류산업의 급속한 시장 변화에 맞춰 식육가공분야의 식육가공기사 자격증이 올해 처음 신설됐다. 햄이나 소시지, 베이컨과 같은 육가공에 대한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마련된 국가기술자격증이다.

지난해 12월 치러진 1차 필기시험을 시작으로 지난 7월 2차 실기시험까지 긴 시험 과정을 거친 김 씨는 최종 합격의 기쁨까지 거머줬다. 우리나라에서 식육가공기사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은 그를 포함해 단 25명뿐이었다.

그는 “시험을 준비하는데 어려움이 많았지만 합격해 기뻤다”며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에서도 인정받는 육가공품 장인으로 거듭나고 싶다”고 말했다.
 
“육가공품 직접 만들고파”
한 걸음, 한 걸음 꿈을 향해 나아가는 그의 다음 꿈은 육가공 시장의 변화를 이끄는 것이다. 김 씨는 “작은 공장을 차려 직접 소시지 등 육가공품을 만들어 판매하고 싶다”면서 “농가와 계약해 채소가 많이 들어간 소시지를 개발함으로써 농가소득도 보전하고, 한국의 육가공 시장에 변화를 주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김 씨는 독일에 출품한 것과 같은 이름인 ‘돈세지’라는 브랜드로 햄·소시지 등 육가공품을 판매하고 있다.

“자그마한 공장을 차려서 제가 직접 만든 육가공품을 판매하고 싶어요. 국내에서 소비가 잘 되지 않은 부위로 맛있는 육가공품을 만들어 국내 한돈 소비시장을 활성화하고 싶습니다.”

>> 김지선 씨는
- 1989년 제주도 출생
- 신평초·중, 호서고 졸업
- 제주대학교 동물생명공학 전공
- 국제 식육 및 육가공 박람회 2019 IFFA 육가공품질경영대회 참가, 4개 품목 금메달 수상
- 2019년 식육가공기사 자격증 취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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