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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입력 2019.09.02 15:40
  • 호수 1271

[칼럼] 지역문화(culture)와 정체성(identity)
문옥배 당진문화재단 사무처장/문예의전당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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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업무상 문화예술관련 간담회, 워크숍, 포럼 등에 참석하는 기회가 많습니다. 그런데 지역문화의 발전방안을 논의하는 토론에서 꼭 나오는 쟁점이 있습니다. 바로 ‘지역문화의 정체성’입니다. 지역문화의 발전방향은 지역의 정체성을 담보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그리고 지역 문화정책의 현황을 비판할 때 지역의 정체성을 담보하지 못했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지역의 정체성 확보’, 이것이 지역문화를 논하는 자리에서 나오는 비판과 발전방향의 단골메뉴인 것입니다.

그런데 제가 그런 자리에서 가끔은 묻습니다. 그럼 지역의 문화적 정체성이 무엇이냐고. 그것을 알아야 앞으로 문화정책의 방향을 설정할 것 아니냐고. 그러나 그 자리에서 지역정체성을 주장한 누구도 답변을 못합니다. 그저 누구에게나 공감 받는 원론적인 한마디, 지역정체성을 담보해야한다는 말을 한 것일 뿐입니다. 과연 문화적 정체성이란 무엇일까요?

문화를 의미하는 용어 ‘컬처’(culture)의 어원(語源) 즉 용어의 역사적 기원은 경작(耕作)이나 재배(栽培)를 의미하는 라틴어의 ‘쿨투라(cultura)’에서 파생했습니다. 어원에 의하면, 문화(culture)는 재배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재배한다는 뜻에서 문화(culture)는 두 가지의 의미를 내포(內包)하고 있습니다.

첫째는 문화는 단시간에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오랜 기간을 통하여 형성된다는 점입니다. 재배는 재배과정이 필요하며, 이에 의하여 결실을 맺기 때문입니다. 둘째는 문화는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점입니다. 문화는 재배한다는 점에서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재배하는 사람의 의도에 의해 결실의 모습이 정해진다는 것입니다.

이 두 의미를 결합한다면, 문화는 한 사회의 구성원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며, 오랜 기간의 과정을 거쳐 그 사회의 결실로 이루어진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문화는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 의해 가꾸어가는, 변화되어 가는 것입니다.

정체성을 의미하는 용어 ‘아이덴티티’(identity)의 어원은 ‘동일하다’라는 뜻의 라틴어 ‘이뎀’(idem)에서 온 것입니다. 곧 정체성(identity)은 동일성(同一性)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한 사회의 정체성이란 그 사회의 동일성을 묻는 말입니다. 문화적 정체성이란 문화적 동일성을 의미합니다. 또한 과거부터 현재를 거쳐 미래까지 이어져야하며, 타 사회의 문화적 소산과 구별되고 사라지지 않는 것입니다.

앞서 한 사회의 문화는 오랜 기간에 걸쳐 만들어진 소산이라고 했습니다. 그 소산의 특징은 동일성을 갖는 것입니다. 곧 한 사회의 문화적 정체성을 찾는 것은 그 사회만이 오랜 기간동안 문화적으로 이룩해 온 고유의, 동일성의 가치적 소산을 찾는 것입니다. 때문에 문화적 정체성이란 그 사회의 문화적 고유 색채로 작용합니다.

그럼 한 사회의 문화예술의 정체성은 어떻게 형성되는 것일까요? 한 사회의 문화예술의 양식과 경향은 시대에 따라 변화해 왔습니다. 그런 문화예술의 양식과 경향의 변화를 이끈 것은 문화예술가가 아닌 문화예술의 외적 조건 즉 컨텍스트(context)에 의해 이루어져 왔습니다. 그 외적 조건은 넓게는 사회의 정치․경제․종교 등이고, 좁게는 후원자(patron)과 후원 체계, 구성원의 유형과 취향 등 문화예술과 관련된 사회적 요인입니다.

“예술은 사회적 생산물”이라는 예술사회학자 쟈네프 월프(Janer Wolff)의 언급처럼, 문화예술의 양식과 경향은 사회적 조건의 결과물입니다. 문화예술에 영향력을 발휘한 것은 예술가가 아닌 문화예술의 사회적 조건입니다. 즉 문화예술 양식과 경향의 변화는 사회사적으로 규정된 것입니다. 문화예술을 사회적 생산물로 이해할 때 그 사회의 구성원에 의해 양식․형식․장르 등이 어떻게 형성되어지는가를 이해할 수 있는 것입니다.

문화예술은 생산과 수용이라는 사회 구조 속에 위치해 있으므로 그 구조의 영향을 받습니다. 문화예술을 생산하고 수용하는 인간이 그 사회 속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회 구조가 문화예술의 양식과 경향을 제한하지만, 반대로 그러한 양식과 경향을 가능하게 해 주는 조건입니다. 바로 사회적 구조의 이중성입니다.

문화예술의 사회적 요인인 컨텍스트는 시대에 따라 변해 왔으며, 이는 사회 구조의 변화와 결부되어 있습니다. 곧 문화예술의 변화는 사회사적 구조의 영향을 받는 것입니다.

한 지역의 문화적 정체성은 지역적 공간에서 오랜 기간 동안 가꾸어온 동질성을 가진 것을 의미합니다. 지역민의 여가 취향을 넘어 지역의 역사적․사회적 컨텍스트를 매개하고 있는 결과물입니다. 이 때문에 지역 문화예술의 정체성과 역사적 변화가 의미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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