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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속으로 추억속으로] 강천 해나루시민학교 교감
“학생들 마음 놓고 공부하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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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42년 순성면 성북리 출생
- 순성초 21회 졸업
- 면천중 13회 졸업
- 신성대 복지행정학과 08학번
- 대한적십자사 당진지구협의회 초대회장
- 해나루시민학교 교감

1. 나에게 귀한 옛 사진
이 사진은 무려 60년도 더 된 1966년에 촬영한 사진이다. 나도 이 사진이 남아 있는 줄 몰랐다. 서울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아는 언니의 소개로 적십자지사에서 일하게 됐다. 이 사진은 육군군인병원에서 일하던 중 봉천동으로 파견 나갔을 때 찍은 사진이다. 두 번째 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나다. 당시 봉천동은 서울에서 살기 어려운 사람들이 모인 동네였다. 당시 귀했던 카메라는 특수한 직업 혹은 부유한 사람들의 소유물이었다. 그래서 봉사자들과 봉천동 주민들이 담긴 이 사진이 나에게 귀한 이유다.

2. 소년소녀가장 야영대회 당시
대한적십자사 당진부녀봉사회로 활동할 당시 소년소녀가장을 데리고 야영대회를 갔을 때 모습이다. 첫 번째 줄의 왼쪽 맨 끝에 있는 것이 나다. 내가 입고 있는 노란색 옷이 당시 적십자 복장이었다. 나는 아이가 5살 될 무렵에 적십자 당진지구협의회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당시 적십자 소년소녀가장을 보살피곤 했는데, 방학 기간 동안 부모와 함께 놀러갈 수 없는 아이들을 데리고 놀러 가기도 했다. 또 1대1로 결연을 맺어 아이들을 돌보곤 했다. 내가 보살핀 한 자매는 결혼해서 잘 살고 있다. 결혼 할 때 뒤에서 폐백을 챙겨주기도 했다.

3. 학교새마을협의회장으로 응원하던 때
이 사진은 학교새마을 당진군협의회장으로 재임할 당시 부산에서 열린 전국대회에서 응원하던 모습이다. 사진은 안승환 작가가 찍어준 것으로 기억난다. 우리가 응원하고 있을 때 당진에서는 비가 많이 왔다. 응원하러 간 사람 대부분이 농민으로 부산에서 시름이 깊었다. 당진에 오니 볏집이며 돼지며 넘치는 물에 떠다니던 기억이 떠오른다.

4. 시아버지와 함께 연수에서
사진 속 가운데 있는 분은 시아버지(김수만)다. 적십자 임원 교육이 경기도 화성에서 있었는데, 당진군청을 퇴직하고 집에 계신 시아버지만 두고 며칠 간 집을 비울 수 없었다. 당시 직원이었던 홍신춘 씨가 함께 오라고 권유해 함께 교육을 수강했다. 처음엔 “그곳에 내가 왜 가냐”고 했던 시아버지는 가서 급식소에서 스스로 밥도 먹으며 즐겁게 교육을 수강했다. 교육까지 받은 아버님은 후에 문해교육 강사로 나섰지만 3일 만에 “스승은 따로 있나보다”며 그만두셨다.

5. “왜 서명을 안 하지?”
적십자의 주된 업무는 구호물품 배분이다. 배분을 하면서 확인 차 자필 서명을 받는데, 많은 분들이 서명하는 것을 주저하곤 했다. 처음에는 부끄러워서 그런가 싶었다. 하지만 ‘글을 몰라’ 서명하지 못한다는 것을 뒤늦게 알고는 많이 안타까웠다. 그 후부터 나는 문해교육을시작했다. 이 사진이 1994년에 제2기 한글교육을 수료하던 당시 모습이다. 친구이자 동료인 한화자 전 적십자 당진지구협의회장이 흔쾌히 운영하던 학원 강의실을 빌려줬다. 그 덕에 오전 시간 동안 한글을 가르칠 수 있었다. 이후에도 당진시 가정복지과(현 사회복지과)와 여성의전당 등의 도움으로 문해교육을 할 수 있었고 지금은 문선이 교장의 권유로 해나루시민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6. 갈 곳 잃은 해나루시민학교
문해교육을 하면서 뿌듯한 일도 많았다. 한글을 안 덕에 취업하고, 자녀들을 박사까지 만들 수 있었다며 나를 교수님이라 부르며 감사하단 사람도 있었고, 30년 전 내가 글을 가르치는 것을 알았지만 부끄러운 마음에 지금에서야 왔다는 사람도 있었다. 연필 쥐는 것부터 시작해 몸동작으로 글자를 보여주며 가르치고, 쉽게 외우도록 노래를 변형하기도 했다. 한편 구 군청사가 철거될 위기에 놓여있다. 철거된다면 140여 명의 학생들의 갈 곳이 사라진다. 요즘 이 걱정에 잠도 안 오고 답답하고 가슴이 아프다. 학생들도 다 당진시민이고 지금의 당진을 만드는데 기여한 사람들이다. 당진시가 우리의 소리를 들어줬으면 한다. 부디 해나루시민학교 일이 잘 해결돼 학생들이 마음 놓고 공부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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