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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입력 2019.09.24 10:50
  • 호수 1273

[칼럼] 김학로 당진역사문화연구소장
우리 안의 고려인 동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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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인 동포는 러시아와 중앙아시아 국가에 흩어져 살고 있는 우리 민족을 말한다. 일제로부터 해방된 이후 비록 남북으로 분단되었지만 민족 구성원은 외세의 압제로부터 모두 해방되었다. 하지만 고려인만은 예외이다. 고려인은 여전히 정착하지 못하고 이산의 고통을 당하며 떠돌고 있다. 그래서 고려인은 우리 근대사에서 가장 큰 피해자이다. 

고려인의 시작은 조선말 1863년부터 출발한다. 각종 재해와 굶주림, 전염병으로 고통 받던 함경도의 백성들이 연해주로 건너가 농사짓고 살게 된 것이 시초였다. 그리고 조선의 정치는 날로 부패해 갔고, 백성에 대한 착취와 수탈도 비례해서 가중되었다.

더 많은 백성들이 러시아로 건너갔다. 나라를 빼앗긴 이후에는 왜놈의 학정을 피해 더 많은 백성들이 연해주로 건너갔다. 그 중에는 독립운동가들도 많았다. 연해주는 자연스럽게 독립운동 기지가 되었다. 조선 사람들은 모이면 농사짓는 것을 고민하고, 자식 교육을 걱정했다. 그래서 연해주의 황무지를 개간하여 옥토로 만들었고, 학교를 세워 자식을 교육시켰다.

교육받은 젊은이들은 자청해서 총을 들었다. 안중근과 홍범도는 이들을 모아 독립군을 조직하였으며, 최재형은 고생해서 번 돈을 모두 독립운동을 위해 썼다. 연해주에 임시정부가 수립된 것은 1919년이다. 3.1혁명의 결과였다. 임시정부는 독립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였고, 연해주의 독립운동가들은 이를 실천했던 것이다. 이렇게 세워진 노령임시정부는 상해임시정부의 모태가 되었다. 

고려인의 고통은 1937년 찾아왔다. 연해주의 18만 고려인이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를 당한 것이다. 소비에트 스탈린은 고려인이 러시아 백군을 지원하는 일본인과 구별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시켰다. 중앙아시아로의 강제이주는 일시에 이루어졌다. 불라디보스톡 혁명광장에서 바로 기차에 태워져 중앙아시아로 버려졌다.

한 겨울에 고려인들은 짐승같은 삶을 살아야 했다. 뿐만 아니라 소비에트 정권은 고려인들에게 고려말을 쓰지 못하게 하고 러시아 말만을 쓰게 했다. 하지만 고려인은 불굴의 의지로 이를 극복하였다. 연해주에서 그러했듯이 중앙아시아의 황무지를 개간하여 옥토로 만들었고, 학교를 세워 자식들 교육에 힘썼다. 그 결과 고려인은 소비에트 최고의 민족으로 지위를 누리고 정체성을 지킬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소비에트 정권이 붕괴되었을 때 중앙아시아 각국이 독립하였다. 새로 독립한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러시아 말만 아는 고려인을 탄압했다. 모든 면에서 우수한 고려인들이 가진 지위를 부정하고 인정하지 않았다. 많은 고려인들이 한순간에 직장을 잃었고, 생명의 위협을 받았다. 또 다시 이주를 고민해야 했다.

이때 독일 정부는 독일로 이주를 원하는 독일동포 모두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고려인들을 받아 줄 정부는 남북 어디에도 없었다. 고려인들 중 지위가 높았던 사람들은 모스크바로 향했다. 여유가 있었던 사람들은 원동 연해주로 떠났다. 이도 저도 아닌 사람들은 중앙아시아에 남아야 했다.

최근 우리 주변에는 외국인을 흔하게 만날 수 있다. 외국인 중에는 우리들과 똑같은 외모의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우리말을 하지 못하고 러시아 말을 쓰는 고려인 동포들이다. 고려인들이 한국을 찾는 이유는 러시아와 중앙아시아에서 정착할 수 없기 때문이다. 80년 전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 당한 이후 아직도 정착할 곳을 찾아 떠돌고 있는 것이다.

최근 러시아와 카자흐스탄의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한국에 입국하는 고려인 동포들이 급속하게 늘고 있다. 공식적으로 8만이 넘고 비공식적으로는 10만이 넘는다고 한다. 당진에도 어느덧 천명이 넘는 고려인 동포들이 우리 곁에서 살고 있다. 

21세기가 시작되면서 한국은 경제적으로 부강해졌다. 2019년이 되어서는 일본과 경제력으로 맞장 뜰 정도가 되었다. 세계에서 5000만의 인구와 3만 불의 국민총생산을 이룬 나라는 드물다. 한국의 경제력은 세계적으로도 열 손가락에 꼽힐 정도가 되었다. 미국 트럼프대통령은 한국이 부자 나라인 만큼 주한미군 방위비를 높여야 한다고 공공연하게 주장하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앞만 보고 달려왔다. 그 근면함이 경제적으로 부강하게 하였다. 이제 주위를 둘러 볼 때이다. 그 중에서 가장 먼저 할아버지 나라를 찾아 온 고려인 동포에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들이 할아버지 나라에 정착을 원하면 정착을 도와야 한다. 우리는 그 이상을 해도 부족함이 없다. 더욱이 그들은 우리의 동포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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