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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산 한국화가 “존경하는 나의 아버지”

한수미l승인2019.10.07 10:24l(127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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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67년 김천 출생
- 홍익대학원 동양학과 수료
- 한국미술협회 회원
- 전국전업미술작가협회·
    충청전업미술작가협회 회원
- 아름다운동행전 참여
- 신평초·천의초·
    고대지역아동센터 등 강사 활동

사춘기 때 심하게 방황했다. 교도관 말단으로 시작해 서울교정청장으로 퇴임한 아버지(故 권태정)와, 재테크를 했던 어머니는 늘 바빴다. 막다른 선택까지 했던 나를 극복하게 해 준 건 아버지였다. 새벽마다 “산아”라고 부르며 나를 깨웠고 산으로 데리고 갔다. 산타고 내려오면 꼭 우동 한 그릇을 사주셨던 것이 생각난다.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는 “곧 여성들의 시대가 온다”며 “최고 학력까지 오르는데 도와주겠다”고 말하시곤 했다. 일기장에는 나를 위한 편지에 ‘용이 되어라! 네가 하고 싶은 욕망을 펼쳐라!’라고 쓰여 있기도 했다. 아버지는 참 존경스러운 분이었다.

1. 생일마다 선물한 인물화
대학교를 다닐 때 아버지는 의정부 교도소에서 근무하셨다. 관사에 살면서 함께 지냈던 관사 아이들을 데리고 여름방학에 미술을 가르쳐 줬다. 그러나 나는 미술이 아닌 피아노를 공부하고 싶었다. 음악을 좋아해 계원예고를 입학하고 싶었지만 시험에 떨어졌다. 미술은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시작했다. 내가 미술을 하게 된 것도 아버지의 영향이 크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아버지 생일마다 인물화를 그려 선물했는데, 늘 칭찬해 주셨고 일기장에 꼭 붙여 놓으시곤 했다.

2. 새벽 담벼락 넘던 그때
외도에서 찍은 사진이다. 나와 남편(故 천진안)은 6년 연애 끝에 결혼했다. 내가 고등학교 2학년생이었을 무렵 남편은 제대 후 복학하기 전 군고구마를 팔았다. 단골이었던 아버지는 그 군고구마 청년을 두고 열심히 산다며 칭찬했다. 그 청년이 결국 사위가 됐다. 외도는 남편의 고향이었는데, 연애시절, 함께 놀러 가고 싶었지만 부모님의 반대가 컸다. 가겠다고 하면 방에 갇히기 일쑤였다. 그렇게 남편과 서울역 시계탑에서 만나자고 약속을 하고, 나는 새벽에 탈출을 감행했다. 담벼락을 넘어 택시를 타고 수락산 뒤로 넘고서야 남편을 만났다. 시계탑 아래에서 나를 본 남편은 눈물을 흘렸다.

3. 산 정상에서 결혼 소식 전해
결혼식을 마치고 친구들과 찍은 사진이다. 나는 대학 졸업과 동시에 첫째 아이를 가지며 결혼했다. 아버지에겐 함께 등산하다 산 꼭대기에서 결혼 소식을 전했다. 게으른 것을 싫어했던 아버지에게 산을 열심히 오르며 부지런한 모습을 보여줬고, 정상에서 결혼 얘기를 꺼낸 것이다. 나중에 아버지는 혼자 산에 올라 결혼하는 나를 생각하며 펑펑 우셨다고 한다.

4. 4-1. 딸 돌 때 세상 떠난 남편
우리 부부는 신혼여행으로 제주도를 갔다. 그때 성산일출봉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이다. 남편은 12년 전 세상을 떠난 아버지보다도 2년 일찍 내 곁을 떠났다. 막내딸에게 세상에서 가장 예쁘다는 뜻을 담아 ‘세미’라고 이름을 지어주고는 세미 돌 때 세상을 떠났다. 그때는 정말 힘들었다. 지금도 가끔은 나와 만나지 않았더라면 더 오래 살았을까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5. 아버지 책 출간하고파
나의 아버지다. 추억을 되짚어보면 늘 아버지가 있듯이 나에게 아버지는 존경스러운 분이었다. 아버지는 서울을 비롯해 대구, 안양, 제주도, 전주, 의정부 교도소에서 근무하며 많은 업적을 남기기도 했다. 아버지는 돌아가시기 전날까지도 일기를 쓰셨다. 나에게 새 일기장을 사 오라고 하셨고, 그 일기장에 함께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아버지는 본인의 책을 쓰고 싶어 하셨다. 직접 쓰시기도 했지만 끝내 출판하지 못했다. 언젠가 내가 아버지를 기억하며 쓴 책을 출간하고 싶다.   
 


한수미  d9111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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