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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입력 2020.01.23 18:16
  • 호수 1291

[기고] 행복 찾는 목욕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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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복순 합덕케이헤어살롱 원장

아침에 눈을 뜬다. 오늘도 변함없이 하루의 일상이 시작된다. 30년 동안 큰 변화 없이 반복된 생활이다. 같은 일을 반복적으로 하고 있다는 것은 내가 봐도 나에 대한 성실성에 칭찬해 주고 싶다.영업이 시작되면 약간의 긴장감과 의무감으로 하루를 연다. 외모를 다루는 특성상 남녀노소 누구나 접해야 하기 때문에 다양한 층을 만나는 기쁨도 있다. 하지만 그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쉼 없이 노력해야 하며 대응해야 하는 애로사항도 적지 않다.

일과를 마치고 나면 피로와 스트레스를 풀고자 운동을 선택하는 사람도 있고 요가, 악기 등 자기개발과 취미 생활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난 목욕탕으로 직진한다. 누가 기다리는 것도 아닌데 십여 분의 시간이 걸리지만 아랑곳 하지 않고 난 그곳으로 달려간다.

뿌연 수증기를 뚫고 들어가면 자주 마주치는 사람들. 경계도 없고 가식도 없이 속 시원히 자기를 보여 줄 수 있는 그곳에서 난 하루를 마무리한다. 물 속에 몸을 맡긴 후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를 온탕의 온도보다 높게 가열시킨다. 탕 속에 계신 아줌마는 자연스레 하루 일과를 털어 놓는다. 토마토 농사를 짓는 분은 토마토가 주제가 되고 쪽파 심는 분은 쪽파 얘기에 열변을 토한다. 또 다른 아줌마는 콩 심은 이야기, 마늘 감자 등의 대화로 그 날 그날의 주제가 바뀌며 일상적인 이야기를 여과 없이 쏟아내고 있다.

목욕탕은 하루를 털어내고 내일을 위해 다시 정비하는 곳과 같다. 나도 손과 발을 과도하게 사용하는 직업인지라 그곳에서 내 몸을 정비하는 차원으로 자주 가고 있다. 사실 작년에 손목터널 증후군이라는 병명으로 일과 일상이 상당히 힘들었다. 하지만 그 전부터도 목욕가서 냉, 온욕을 해서인지 물리치료와 같이 상태가 좋아져 부종과 손목도 많이 완화됐다.

목욕을 자주 가는 이유는 몸도 좋아졌지만 그곳에 가면 순수한 인간미가 난다는 것이다. 그곳이야 말로 모든 겉치레가 필요 없이 자기를 보여주는 곳이 아닐까 싶다. 난 목욕탕에서 자연스럽게 인생 공부를 한다. 그곳에 입장하는 분들은 구부러진 허리, 뒤뚱거리는 걸음, 얼글과 몸 속의 흑과 백의 명함, 두리뭉실하다 못해 과도하게 뚱뚱한 몸집, 사람 하나하나 그들의 삶에 미주알 고주알 하지 않아도 나나 그들의 사는 모습이 수채화처럼 스쳐지나 간다.

삶이란 별거 아닌 것 같다. 잘 살아보려 발버둥치는 우리들이나 하나라도 더 차지하려는 부자들이나 탐욕과 권력을 좇는 정치인이나 모두들 좀 더 잘 살려고 바둥대는 것이 아닐까 한다. 인생은 다 똑같다. 아이로 태어나 노인이 되어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을.

목욕탕에서 여러 사람들의 사는 모습을 볼 때 잘 먹고 잘 사는 게 별게 아닌데 무엇을 위해 바동대는 것일까. 생각을 해본다. 큰 행복 찾지 말고 소소한 행복을 즐기다 보면 내 자신이 자연으로 돌아갈 즈음은 더 큰 행복이 나에게 와 있지 않을까 한다.

목욕을 하고 나오면서 느끼는 상쾌함이 큰 행복으로 가는 밑거름이 되지 않을까 싶다. 열심히 사는 나에게 목욕은 행복을 가져다 주며 내 삶을 윤택하게 해준다. 오늘도 열심히 살아온 나는 꿈속에서도 행복의 목욕탕으로 직진한다.

>> 강복순 씨는
-당진시미용협회 지부장 역임
-나루문학회·당진수필문학회 회원
-2019 제14회 나루문학상 작품상 수상
-현재 합덕케이헤어살롱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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