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식과 습관이 무섭다. 아무 생각 없이 해오던 것을 바꾸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최대한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려고 의식하면서 노력하지만, 쓰레기통을 비울 때마다 놀라곤 한다. 채식주의자들 사이에서 유명한 ‘I am what I eat. (내가 먹는 것이 바로 나)’라는 말처럼 ‘내가 버린 것이 바로 내 모습’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위생과 편의를 핑계로 수많은 비닐과 일회용품이 사용된다. 깨끗함을 소비하면서 쓰레기를 생산하는 아이러니다.
일주일에 서 너 번은 카페에 간다. 지난 2018년 8월부터 카페 내에서는 일회용컵 사용이 제한돼 카페에서 만날 때는 대부분 머그컵을 사용하지만, 테이크아웃이 필요할 때면 종이컵을 사용하게 된다. 텀블러를 갖고 다니는 게 습관이 되지 않아 한 두 번을 제외하고는 거의 종이컵을 사용했다.
“아, 또 깜빡했다!”
괜히 양심에 찔려 플라스틱 뚜껑이라도 받지 않았다. 뜨거운 아메리카노에 얼음을 세 알 정도 넣으면 아주 뜨겁지 않아 컵홀더도 반납했다. 매번 까먹고 실패해서 호기롭게 ‘지속가능한 삶을 실천하자’면서 시작한 도전이 쑥스럽지만, 그래도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노력하는데 의의가 있다면서 스스로를 다독였다.
물건을 살 때도 이전에는 ‘봉투값 50원 내고 말지’라며 비닐봉투에 담아오곤 했는데, 작은 물건들은 주머니에 욱여넣고, 그냥 손에 들고 상점을 나온다. 물론 많은 물건을 사야할 때는 장바구니를 챙겨야겠지만 다행히 이번 주에는 장 볼 일이 없었다.
밥을 주문해 먹을 때는 배달하면서 함께 준 나무젓가락 대신 쇠젓가락을 사용했다. 그런데 물티슈 사용은 줄이지는 못했다. 습관적으로 무언가를 닦을 때마다 간편하게 쓸 수 있는 물티슈를 찾았다. 앞으로는 물티슈 대신 손수건 같이 빨아 쓸 수 있는 것을 사용해야 겠다.
일상에 소소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미 포장된 물건이나 주문음식 등에는 비닐이나 플라스틱이 너무 많이 사용되고 있다. 그동안 의식하지 못했는데 편의점에서 자주 샀던 물이나 음료수, 컵라면, 그리고 화장품이나 문구류 등 삶에서 필요한 모든 것은 반드시 쓰레기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내가 할 수 없는 것들은 어떻게 해야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지 고민스러웠다. 결국엔 전체적인 소비를 줄여야 한다는 것으로 생각이 옮겨갔다. 무언가 사는 것을 줄이고 좀 더 소박한 삶을 살면 그만큼 쓰레기가 줄 것이라는 생각. 과잉소비는 결국 더 많은 쓰레기를 만들어내고, 환경문제로 이어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