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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지
  • 입력 2020.02.07 20:35
  • 호수 1293

[사랑을 나눠주세요] 합덕읍 운산리 오은주 씨(가명)
쓰레기 더미 속 7호실 모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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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생계 이어온 어머니 쓰러진 뒤에야 형편 알려져
바깥과 단절된 삶으로 사회 적응 필요한 딸
합덕읍행정복지센터 중심으로 지원체계 마련 계획

 

오래된 여관의 7호실에는 한 모녀가 살고 있었다. 올 겨울 늙은 어머니가 쓰러져, 현재는 딸 오은주(가명) 씨만이 7호실을 지키고 있다. 세상과 단절된 채 살아온 오 씨는 홀로 살아가기 위해 배워야 할 것이 많다.


쓰레기 더미 속 7호실 모녀

합덕읍 운산리에 오래된 건물 하나가 자리하고 있다. 문 위에 ‘7호실’이라고 쓰인 글귀가 과거에 여관이었음을 짐작케 한다. 한 줄로 늘어선 네다섯 개의 방에는 온갖 잡동사니와 쓰레기로 가득했다. 음식물이 썩어 곰팡이가 피고, 악취가 나기도 했다. 저장강박증이 있던 오 씨의 어머니가 물건들을 버리지 못하고 쌓아둔 것이다.

모녀는 7호실이라고 적힌 방에서 기거하고 있다. 보일러가 돌지 않아 바닥은 차디찼다. 그동안 모녀는 잠바를 입고, 담요를 덮은 채 잠을 자고, 온수도 나오지 않아 찬물을 사용해왔다.
오 씨의 밥그릇은 플라스틱 용기다. 네모난 치킨 무 용기는 오 씨의 밥그릇이 됐다가, 설탕과 소금 등을 담는 조미료 용기가 되기도 했다. 위생이 크게 우려되는 상황이다.

▲ 주방 모습, 온수가 나오지 않아 오 씨는 찬물로 생활한다.


올 겨울 쓰러진 어머니

모녀가 함께 살던 방에는 현재 딸 오 씨만 살고 있다. 올 겨울 오 씨의 어머니가 갑자기 쓰러졌기 때문이다. 혼수상태까지 이르렀던 어머니는 현재 병원에 입원한 상태로 몸 반쪽이 퉁퉁 부어오르고, 반쪽은 말라 회복 가능성이 낮다. 최근 깨어났다는 소식도 들려왔지만, 항생제도 잘 듣지 않는 슈퍼박테리아에 감염돼 병원을 옮겨야 할 처지다.

 

사회와 단절됐던 오 씨

어머니가 쓰러지고 나서야 오 씨의 사정이 주위에 알려졌다. 오 씨의 어머니는 일을 하며 생계를 이어갔고, 그동안 오 씨는 밖에 나서지 않고 집 안에서만 살았다. 이웃인 문병선 에어스림투유 대표는 “우연히 오 씨 모녀를 알게 됐다”며 “어머니가 쓰러지고 딸인 오 씨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걱정돼 그의 집을 방문하면서 집안 사정을 알게 됐다”고 전했다.

이은영 합덕읍주민자치위원회 복지분과위원은 “얼마 전에는 오 씨와 함께 마트에 다녀왔는데 오 씨가 무빙워크조차 타지 못했다”며 “그동안 사회와 단절돼 살아온 오 씨가 생활을 계속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사회적응 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어머니를 병원으로 떠나보내고 홀로 된 오 씨를 이 위원은 목욕탕을 데려가기도 했다. 그동안 얼음장 같은 방바닥에서 지내왔던 터라 오 씨의 몸은 굳어있었고, 배설물이 몸에 붙어 있기도 했다고. 이 위원은 “따듯한 물이 좋았던 것인지 한참동안 뜨거운 물을 몸에 맞고 있었다”며 “오 씨의 병원 진료 등 건강검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오 씨가 밥그릇으로 사용하는 플라스틱 용기들

 

지역사회에서도 손길 더해

오 씨의 생활이 지역사회에 알려지면서 지역 주민과 합덕읍에서도 손길을 더하고자 했다. 지난 4일 합덕읍행정복지센터, 당진시남부사회복지관, 당진시 사회복지과 행복키움지원팀 등 유관 기관들이 모여 통합사례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는 오 씨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자 진행됐다.

합덕읍행정복지센터 장선희 맞춤형복지팀 주무관은 “어머니가 생존해 있었고, 그동안 오 씨의 어머니가 일을 하고 있어서 기초생활수급자가 될만한 범위에 있지 않았다”며 “그러다 오 씨의 어머니가 아프면서 사례관리에 들어가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정신 및 신체건강을 살피고 필요 시 치료가 이뤄질 예정”이라면서 “오 씨가 외부와 단절됐던 시간이 길어 사회성이 떨어지는 가운데, 장애등급 검사를 진행하고, 장애가 판정된다면 장애기관에서도 도움을 줄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당진시남부사회복지관 신윤호 부장은 “여성 혼자 사는 만큼 출입문을 안전하게 설치할 계획”이라면서 “앞으로 오 씨와 유대감을 형성하고 합덕읍행정복지센터를 중심으로 지원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 네다섯 개의 방뿐 아니라 오 씨의 방 앞에도 각종 잡동사니와 짐, 쓰레기가 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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