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실시간뉴스
편집 : 2024-04-26 19:24 (금)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노잔치의 안과 밖

경노잔치의 안과 밖

버스와 같은 대중교통 수단에 노약자 경노석을 운영하기 시작한 게 수십년이 되었지만 그것이 본래 목적대로 지켜지는 것은 거의 보기가 어려웠다. 더구나 언제부턴가 경노석 자체가 없는 차량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어쩌면 그것은 인·허가시 부수사항이기 때문에 전시성으로 지정해 놓았을 뿐 이 사회의 정서가 진정으로 노인을 우대하는 미풍양속은 이미 사라졌다고 잘라 말해도 무리는 아닐 듯 싶다. 노인들에게 배부하던 무임승차권이 운행자로부터 숱한 핍박을 받다가 슬그머니 다른 제도로 바뀐걸 생각하면 우리들은 어미 뱃속에서 나와 곧바로 어미를 잡아먹는 어느 하등동물보다 더 나을게 없다는 자괴심이 앞선다.
마을에 부녀모임이 생긴 70년대부터 끊이지 않고 명맥을 이어온 경노잔치 역시 구태를 못 벗고 있다. 더구나 마을을 벗어난 읍·면, 심지어 시·군이나 도단위에서도 무슨 실업자 구제급식하듯이 국밥에 부식 몇가지 늘어놓고 찬음식 될 때까지 노인들에게 생색연설이나 하는 것이 일반적 관행이었다. 물론 아무리 하찮아도 음식 차려놓고 공짜로 드시라고 권해서 안 잡수실리야 없지만 비슷한 예산수준으로 새롭게 개선해야 될 소지는 얼마든지 많다.
끼니를 잇기 어려운 불우노인이나 자식없이 혼자 외롭게 사시는 분 등 우리들이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대상은 지금 정도의 방법으로도 별 문제는 없다. 그러나 현재 대부분의 노인들에게 점심 한끼, 술 한잔으로 경노행사의 의미를 부여하기는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
생업전선에서 금방 손놓은 65세 전후의 우리 주변의 많은 노인들은 아직 체력과 속마음에서 노인취급을 받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분들은 공무원의 정년퇴임 연령 정도만 되면 한물 간 인생으로 치부하는 이 시대의 풍조에 원망스러운 심정을 갖고 있다.
진정으로 우리의 인생 선배님들의 안위를 빌고 공경하는 마음을 가지려면 획일적 경노잔치나 효도관광을 초월해 그분들 스스로가 즐거움을 갖고 함께 기쁜 시간이 되도록 프로그램을 그려 드려야 한다. 순수한 쪽으로 생각만 바꾸면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시급한 건 염불보다 잿밥에 관심두는 행태보다 오늘을 있게 한 어제의 주인공들을 진심으로 예우해야 한다.
지금 앉아있는 내 좌석이 경노석이 아닌가 둘러보면서
저작권자 © 당진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5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