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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근배 시인
“친일행적 옹호한 것 아니다”

이근배 문학관 건립 논란 관련해 입장 밝혀
“애국시인·민족시인으로 불려…명예 실추”
“파주시 요청해 비문 쓴 것…백선엽 간도특설대 몰랐다”
임아연l승인2020.02.14 21:58l(129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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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송산면 삼월리 출신으로 문학계 원로인 이근배 시인(대한민국예술원 회장)이 최근 친일인사 옹호 논란에 휩싸였다. 삼월리 회화나무 정비사업의 일환으로 일대에 이근배 문학관 건립이 논의되면서 이 시인이 친일인사를 찬양했다며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근배 시인은 지난 10일 당진시대를 직접 방문해 관련 내용에 대해 해명하고 입장을 전했다.

이근배 문학관 건립 논의가 어떻게 시작된 것인가?
나는 당진시나 송산면, 그 누구에게도 문학관 건립을 제의하거나 부탁한 일이 없다. 그러나 전국의 여러 지역에서 대한민국예술원 회원도 아니고 문학계 후배인 작가들의 문학관이 세워지고 있으므로 당진에서도 생존 시인의 문학관 건립이 있어야 한다는 여론이 있어 논의가 시작된 것이다. 특히 한국문인 가운데 내가 가장 귀중한 문학자료를 소장하고 있고, 내 고향인 송산면 삼월리 회화나무 일대를 정비하면서 이근배 문학관을 함께 건립하면 좋겠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고 있다. 내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다.

파주 임진각에 위치한 6.25전쟁참전기념비에 새겨진 시 <자유여, 영원한 호국의 횃불이여>에서 친일인명사전에 오른 백선엽 장군을 찬양했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2011년 6.25전쟁참전기념비를 세우면서 파주시가 내게 비문을 써달라고 요청했고, 백선엽 장군을 언급해 달라고 했다.

당시에 나는 백선엽 장군이 간도특설대(항일독립군을 토벌하기 위해 청설된 부대)에 참여했는지 등을 알지 못했다. 백선엽 장군이 한국전쟁에서 공을 세웠다고만 알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해당 구절의 앞뒤를 살펴보면 “결사항전으로 적을 무찌르고 / 마침내 오늘의 조국 번영을 안겨준 / 파주 전투 참전용사들의 / 산을 뚫는 용맹과 하늘을 찌르는 나라사랑 / 구국의 명장 백선엽 장군의 위대한 무공이 / 해보다 더 밝게 빛나고 있다”라고 쓰여있다. 백선엽 장군만을 노래하는 게 아니라 참전용사들을 아우른 표현이다. 이것을 두고 친일 찬양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억지가 아닐 수 없다.

역시 친일파로 분류되는 서정주 시인의 기념사업회 발기인으로 참여하고 조시 <미당경전>을 쓰는 등 미당을 옹호한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미당 서정주 시인은 내 스승이다. 그동안 수많은 축시와 조시를 써왔다. 미당이 돌아가셨을 때에도 현대시학에서 조시를 써달라고 내게 요청했다. 박경리·김동리 선생을 위한 조시를 썼던 것처럼 당연히 미당 또한 내 스승이니까 제자로서 조시를 쓴 것이다. 나는 그가 훌륭한 시인이었다고 썼지, 친일한 것까지 옹호하지 않았다.
이광수, 채만식, 최남선 등 친일인명사전에 수록된 문학인들을 빼면 아무 것도 못한다.

문학적 성취와 친일행적은 분리해서 평가해야 한다는 뜻인가?
완전히 별개로 볼 순 없지만, 나는 친일행적을 옹호했던 게 아니다. 또한 내가 친일을 한 것도 아니다.

생존하는 시인의 문학관을 건립하는 것은 그의 문학적 평가를 왜곡할 수 있어 적절치 않다는 의견에 대한 생각은?
나태주, 김승옥, 조정래, 이외수 등 생존 문학인을 주제로 한 문학관은 이미 많다. 지역 후배들에게 문학관 건립에 대한 제안을 받은 적은 있으나 덕담 정도로 알아들었다. 결코 내가 문학관 건립을 요구하거나 제의한 적이 없다.

이번 논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김학로 당진역사문화연구소장이 나를 두고 “정권과 권력에 아부한 사람들을 칭송한 돈과 권력을 좇는 해바라기 문학가”라고 표현한 것은 무엇에 근거를 두고 한 주장인가? 나는 평생 시만 썼을 뿐 독재정권에 빌붙어 그 어떠한 권력도 가지지 않았다. 근거 없는 주장으로 인격을 매도하고 명예를 짓밟았다. 해명과 사과를 하지 않는다면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다.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아버지가 독립운동을 했고, 수많은 애국시를 써 ‘애국시인’, ‘민족시인’으로 불려왔다. 옥에도 티가 있을 수 있듯 완벽한 사람은 없다. 나 또한 부족한 사람이다. 그러나 한 사람을 평가할 때는 일부분이 아닌 전체를 봐야 한다. 크게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고 싶다.
은관문화훈장을 비롯해 만해대상, 심훈문학대상, 정지용문학상 등을 받을 만큼 문학적 성과를 공인받았다. 당진에서는 최초로 우리나라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으로 선출됐고, 두 번째 회장으로 당선됐다. 한 개인의 명예가 아니라 소속 단체와 문단의 명예를 위해서도 잘못된 평가를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한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호적을 단 한 번도 옮긴 적이 없을 정도로 고향을 사랑하는데, 고향에서 이러한 수모를 당해 매우 안타깝다.
 


임아연  zelkova8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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