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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쇼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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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살기 눈코뜰새 없이 바쁜 사람들이 시장보는 모습을 보면 번개불에 콩튀기는 솜씨이다. 여유를 갖고 물건을 비교하면서 이것 저것 구경할새 없이 사전에 생각한 상품을 찾아 돈을 건네고 빼앗다시피 움켜쥐고 귀가하기 바쁘다. 허나 이것은 올바른 장보기가 아니다.
물건의 특성을 파악하고 쓰임새에 맞춰 요모조모 살핀후 최종적으로 가격흥정을 센스있게 처리해야 후회가 따르지 않는다. 즉, 물건이 다양해지고 충분해진 현실에서 평소 시장조사를 해두었다가 구입시 신속하게 선택하는 훈련이 필요한 것이다.
어느날 고등학생 딸애와 제법 규모가 큰신발가게에 간 일이 있다. 엄청나게 많은 종류와 숱한 물량이 조명등 아래 질서있게 진열된 광경을 보고 어느 상품을 선택해야 할지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주인이 이것 저것 권했지만 도대체 감이 잡히질 않았다. 신발에 대한 지식이 없는 탓이었다. 그러나 딸애는 점원 설명을 참고하면서 순식간에 결정한 운동화를 집어들었다. 여기서 신발 한켤레 자신있게 고르지 못하는 내 실력에 몸이 움츠러드는 것은 지극히 당연했는지 모른다.
“평소에 아이쇼핑을 틈틈이 해 상품에 대한 정보를 많이 알아두고 또 주인의 마음을 읽어야 해요. 주인은 품질우선보다 언제나 이익이 많은 특정상품을 손님의 눈길이 많이 닿는 곳에 진열한다는 사실을 알아야죠.”
그 애의 그 말에 다시 한번 쳐다보았다.
옛부터 인재를 등용할 때 좥신언서판좦을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했다. 용모와 풍채, 말솜씨, 글재주와 지식, 지혜로운 판단력이 출세하는 자격이었던 셈이다. 우선은 용모와 풍채를 첫째로 쳤을텐데 요즘은 맨 마지막의 슬기로운 판단력을 최고로 친다. 오늘날 같이 복잡한 세상은 매사가 판단과 결정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요즘 우리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숱한 정치적 내용들이 뉴스시간을 메운다. 시민단체의 공천 부적격자 발표, 대통령의 후원 발언, 음모론, 그리고 동정론 대두를 보면서 세상을 좀 살아본 사람이면 절로 미소를 짓게 된다.
어느 쪽에도 쏠릴 것은 없다. 오로지 판단은 자신이 하는 것이다. 시간이 조금 지나면 모든 것을 알게 된다.
민주주의를 하는 나라의 국민은 각양각색을 평소에 충분히 아이쇼핑 해두었다가 선거 때가 오면 감언이설, 흑색잡색 난무에 흔들리지 말고 평소 봐둔 곳을 선택하는 기술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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