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실시간뉴스
편집 : 2024-04-26 19:24 (금)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집착과 욕심

집착과 욕심

새벽 공중목욕탕에서 전날 과음한 숙취를 해결하기 위해 냉·온탕을 교대로 첨벙거리다가 가뿐한 마음으로 탈의실에 들어섰다. 그런데 팬티가 없어졌다. 굉장한 실수를 한 것처럼 화들짝 놀라 허둥지둥 한참을 찾았다. 없었다. 그때 한순간 무릎 칠 전율을 느끼면서 히죽 웃었다. 그냥 노팬티에 알츄리낭만 걸치고 유유히 걸어 나왔다. 왜 진작 그런 생각을 못했을까. 그까짓 3천원 주고 새 팬티 사 입으면 될 것을.
나로부터 떠나 이미 없어진 것에 대해 집착을 재빨리 버리지 못하고 식은땀 흘리고 한동안 긴장했던 것은 내물건을 소중히 여기는 생각과 아주 무관하지는 않았겠지만 미련없이 버릴 때를 욕심이 붙어있는 집착이 더 무거웠던 것이다.
팬티 한장 새로 사 입는다고 마음을 바꾸면 황당하던 생각은 순식간에 없어지고 오히려 스스로가 슬기롭다는 느낌마저 생길 수 있다.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집착과 욕심에서 벗어나기란 그리 쉬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집착과 욕심의 번뇌에서 벗어날 때만이 홀가분해지고 진정한 행복을 찾을 수 있다. 다만 여러 사람을 위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이익을 주기 위해 욕심을 부리고 끈질기게 노력하는 경우는 완전히 또다른 차원이다. 그것이야말로 추앙받을 만하다. 아니 보통 사람들 아무나 할 수 없는 훌륭한 업적이 될 수 있다.
그런데 겉으로 알기엔 개인의 배를 불리는 사리사욕이 아닌 분명히 공익적 일욕심인데도 순수하지 않게 보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소속된 단체의 힘을 사적으로 미운사람 골탕먹이는데 사용한다든지, 밤새워 일하는 공직자가 주민의 편익을 위한 내용이 아니고 상사에게 잘보여 승진라이벌 보다 한발 빠르게 올라서기 위한 방편이라면 눈이 빨개지도록 일한다 해도 마음이 편해지지는 않을 것이다.
지난 몇주일간 정치의 열풍이 심하게 불고 지나갔다. 정당한 자금만 사용하면서 진정으로 주민을 위해 대의명분이 뚜렷했던 사람들은 당락을 떠나 마음이 가벼울 것이다. 그리고 열심히 했다는 자위로 떳떳하게 하던 일을 계속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치적 욕심과 집착의 도를 넘긴 사람들의 그 심정은 아무도 모를 것이다. 승패와 관계없이 투자의 손익계산을 하면서 허무함을 달랠길 없을 것이다. 잃어버린 팬티를 두고두고 찾으려는 집착이 있는 한.



저작권자 © 당진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5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