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실시간뉴스
편집 : 2024-04-26 19:24 (금)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용기와 자신감

용기와 자신감

유년시절 문고판 위원전에서 ‘처칠’을 읽고 그를 무척이나 존경했다. 의회 연설이라던지 2차 대전을 겪어내는 탁월한 능력 때문이었는데 성인이 다 되어 전집전기에서 처칠을 방문했을 때는 오히려 그의 어머니 ‘제니’ 여사에게 더욱 압도되었다.
타고난 미모와 사회활동 때문이라기 보다 성장에 따라 시의적절하게 아들 처칠을 용기와 자신감으로 충만시키는 당시 어머니로서의 자질에 매료된 것이었다.
지금은 세계 일류 국제공항이 되어가고 있는 인천 앞바다의 영종도에 10년전까지만 해도 극기훈련소가 있었다. 보름동안 책 한권을 모조리 암송해야 하는 정신적인 고통에다 모래주머니 찬 20㎞ 구보는 하루 일과의 기본이었다. 칠흑야밤 나침반과 지도 한장으로 밤새도록 서른개의 포스트에 흔적을 남겨야 하고 공동묘지에서는 관뚜껑을 뜯고 질척뭉클한 인조인간 시신을 끄집어 내야 했다. 팬티 한장으로 몸을 가린 채 관광객들이 득실대는 선창가를 활보하며 국회의원 출마자가 되어 원고 한장 없이 목이 터져라 가두연설을 하고 다녔다.
스무과제를 모두 마치고 만신창이가 되어 수료선서를 할 때는 눈물범벅이 되었고 꼭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 자괴심이 가슴을 뜯었다. 그러나 인천시내를 바라보며 월미도에 발을 딛는 순간, 이젠 무엇인들 못할 것 없는 인간으로 개조되어 버렸다.
그리고 그후로도 그 마음은 놀랄만큼 오래도록 지속되었고 어느 정도는 몸의 체질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또한 그때 앞뒤에 같이 있던 사람들이 전국 각지 곳곳에서 지금도 활기차게 활동하는 경쟁력을 보면서 세상에는 별의별 방법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요즘 헝클어진 경제에 대한 보도를 자주 접한다. 중산층이 엷어지고 고소득과 빈민으로 양분된 모래시계 형상이 되어 노벨평화상마저도 한숨소리에 묻힌 듯 하다. 주택관리비, 연금과 의료보험료는 급한 애들 학비 등에 밀려 연체율이 심각히 우려할 수준이라는데 일부 사람의 걱정은 아닌 듯 하다.
그러나 어쩌랴. 일단 어떻게든 바늘귀를 꿰어야 바느질을 시작할 수 있다. 정신 가다듬고 잘 찾아보면 이 땅에는 도둑질 말고도 살아갈 방법은 수백가지가 있음을 알게 된다. 발거벗고 시장에서 연설할 마음으로 접근할 때는 이미 용기와 자신감이 반드시 능력있는 자만의 소유물이 아닌 것이다.




저작권자 © 당진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5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