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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사는 이야기] 70년 인생 자서전 낸 이상자 씨
돌아보니 행복이더라

그림·글씨·자수·시낭송 등 다재다능
배우고 가르치는 기쁨…행복한 노년 준비
자서전을 통해 비로소 ‘나’를 발견하다
임아연l승인2020.04.17 20:28l(13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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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우먼, 아니 ‘만능 할머니’다. 프랑스자수, 퀼트, 붓글씨, 캘리그라피, 수채화, 색연필화, 소묘, 시낭송, 앙금케이크 만들기, 양말인형 만들기, 웰다잉 강사, 각종 봉사활동까지…. 그의 재능과 하고 있는 일들을 열 손가락에 다 꼽지 못할 정도로 다재다능한 이상자 씨는 올해 일흔을 맞았다.

세상에 배우고 싶은 게 없을 때까지 배울 생각인 양, 배움이 너무나 즐겁다는 그는 지난 3월, 70년 인생을 풀어낸 자서전을 냈다. 지난 2016년 당진시자원봉사센터에서 우연히 본 수강생 모집광고가 그 시작이었다.

“자서전을 쓰는 것은 버킷리스트 중에 하나였어요. 자서전 쓰기 프로그램 수강생을 모집한다는 광고를 봤는데, 모집 기간이 다 지나버렸더라고요. 혹시나 받아줄까 하는 마음에 찾아갔더니 마침 자리가 남았더라고요. 그렇게 자서전을 준비하게 됐죠.”

 

열정적으로 키운 세 아들

흔히 인생에 큰 업적이 있는 특별한 사람만이 자서전을 낸다고 생각하지만, 모든 개개인의 인생은 다 소중하다. 저마다의 인생 스토리가 있고, 고난과 시련의 시간을 넘어서면서 깨달음을 얻으며 성장해나간다.

이상자 씨도 마찬가지다. 결혼 후 세 아들을 키우는데 집중했던 그는 유별날 정도로 아이들의 교육에 매진했다. 학원 한 번 보내지 않고 세 아들을 가르쳤다. 신문 사설 스크랩과 EBS 프로그램 녹화는 물론, 유명 학원의 입시설명회에 가서 정보를 얻고, 각 대학의 입시요강을 분석할 정도로 입시와 진로지도까지 그가 도맡았다. 그가 교육에 쏟았던 열정만큼 세 아들 모두 남부럽지 않게 잘 자랐다.

그 사이 혹독한 시집살이까지 견뎌야 했다. 서울과 공주, 당진에서 각각 공부하던 세 아들을 뒷바라지 하면서, 쓰러진 시아버지를 돌보며 병원비를 감당해야 했다. 단 몇 줄의 글로 그 시절을 표현하기엔 당시 상황은 너무나 힘들었다. 이 씨는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돌아보니 행복이더라

결혼 이후 자신의 삶이 없었던 그는 아이들을 다 키운 뒤 60세가 넘어서 ‘나’를 찾기 시작했다. 끊임없이 배우고 또 배웠다. 그리고 자서전을 쓰기에 이르렀다.

삶을 진솔하게 풀어낸다는 것은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지난 날의 상처를 들춰내면서 나 자신을 마주한다는 건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다. 이상자 씨도 자서전을 준비하면서 어떤 기억을 끄집어낼 때는 먹먹한 마음에 쉽게 글을 써내려가지 못한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순간을 통해 비로소 자신의 인생을 다시 돌아보게 됐고, 힘들었던 시간 조차도 결국엔 행복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게 자서전 제목이 탄생했다.

“자서전을 쓰는 과정을 통해 그렇게 미웠던 사람이 용서되기도 하고, 상처 난 마음이 치유되기도 하면서 삶이 정화되는 기분이 들었어요. 그래서 많은 사람들에게 꼭 자서전을 써보라고 권하고 싶어요. 특히 고된 시절을 살아온 노인들이 가슴에 맺힌 설움과 한을 그저 삭히지 말고 자서전을 통해 풀어내면서 여생을 편안하게 살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배우고 나누는 일 계속하고파

그래서 이 씨는 신평주민자치위원회를 통해 노인들을 대상으로 자서전 강의를 하는 등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풀어낼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그는 “글을 써본 적이 없어 그저 막막해했던 사람들도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며 “강의를 들은 사람들이 다들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기뻤다”고 말했다.

한편 웰다잉 강사로도 활동하는 그의 바람은 남은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고 베풀고 나누면서 사는 것이다. 그가 열심히 배우는 것도 늙어가면서 자식들에게 의지하기보다 내 삶을 살기 위해서다. 노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문해교육 또한 건강이 허락하는 한 끝까지 하고 싶다고.
더이상 부모·남편·자식만을 위해 사는 게 아니라 ‘이상자’ 자신의 삶을 찾아가고 있는 그는 아름다운 노년을 차근차근 준비해 나가고 있다. 그리고 벌써 묘비명도 준비했다.
“참았노라. 그리고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살았노라.”

 

>> 이상자 씨는
-1951년 신평면 초대리 출생
-신평초·송악중·수도여고·방송통신대 졸업
-문해교사·웰다잉강사·시낭송가·북텔러·인지놀이지도자 등으로 활동

 


임아연  zelkova8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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