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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입력 2020.04.22 08:43
  • 호수 1302

[기고]한현숙 수필가
당진시민들의 쉼터 ‘당진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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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다. 봄은 왔지만 코로나19로 몸과 마음은 온통 한 겨울이다. 무기력해지는 몸과 마음에 활력을 충전하고 싶어 당진천으로 향했다. 당진시보건소 방향의 당진천에 도착하니 돌로 만든 징검다리가 눈에 띈다. 징검다리에 부딪히며 흐르는 물소리와 물속을 유영하는 물고기 떼, 물 위를 헤엄치는 흰뺨검둥오리와 새소리가 맑고 평화롭기만 하다. 당진천변에는 온통 봄을 알리는 작고 앙증맞은 봄까치꽃이 만개해 있다. 보도블록 틈바구니에도 봄소식을 전하며 제비꽃이 앙증맞게 해바라기를 하고 있다.

수변공원 방향으로 걷다 보니 스티로폼 박스와 과자봉지, 음식물 쓰레기, 전단지 등 생활 쓰레기들과 반려동물 배설물, 버려진 폐가전, 가구들이 무분별하게 버려진 모습이 눈에 띄었다.
당진에 내려와서 처음으로 악취를 풍기던 당진천을 만나고 나서는 당진천을 가까이 하고 싶지 않은 곳으로 생각하며 살았다. 그러다 당진어울림여성회 활동으로 2018년 생태양성과정으로 당진천을 조사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2년여 동안 당진천을 답사하면서 어패류와 수초들을 채취해 관찰했고, 다양한 하천 식물과 조류, 곤충, 어패류들을 만났다. 매월 둘째, 넷째 주 목요일이면 당진천을 구간별로 나눠 하천에 어떤 동물과 식물들이 사는지 조사했다. 조사를 통해 우리가 생각지도 못했던 수많은 어패류와 식물들을 발견하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동아리 산전수전 회원들과 함께 당진천을 조사하며 지속가능한 친환경적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는 사실을 회원 모두 절실히 깨달았다. 그 후 우리는 당진천의 가치와 소중함을 더 많은 시민들에게 알리고자 당진천 생태 지도를 만들어 배포도 했다.

봄까치꽃, 개구리자리, 펄조개, 말조개, 제첩, 다슬기, 실말, 검정말, 물자라, 각시붕어, 돌마자, 고마리, 사마귀풀, 파대가리, 큰주홍부전나비, 섬서구 메뚜기, 무당거미, 꽃등애, 파리매, 방울실잠자리, 등검은실잠자리 등 당진천에는 수없이 많은 생물들이 터잡고 살고 있다.

여러 단체에서 당진천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하천을 정비한다는 이유로 기계를 이용해 수시로 하천 바닥이 파헤쳐졌다. 이로 인해 하천 속에 살던 우렁이나 조개류 등이 말라 죽어갔다. 서울시에서는 야생생물대상종으로 보호 지정된 ‘물자라’도 무분별하게 파헤쳐지는 당진천에서 몸살을 앓고 있다. 생태전문가의 의견 없이 이뤄지는 하천 정비로 당진천의 생물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당진천을 지키고 보존하는 것은 사람이 아닌 하천 생물들이다. 하천 정비를 인간의 이기심으로 개발의 개념이 아닌 생태계가 잘 보존될 수 있는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이뤄질 때 당진천과 더불어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쉼의 공간으로 자리할 것이다.

삶이 각박할수록 자연으로 나가는 걸 꿈꾸기 힘든 사람들이 많이 있다. 급박하게 변해가는 인공지능시대에 삶의 조급함을 잠재울 수 있는 역할을 하는 것이 하천일 것이다. 시민 개개인의 인식이 개선되고 지속가능한 개발이 이뤄져 눈 뜨면 아이들과 산책하며 뛰놀 수 있는 당진천이 우리 곁에 있을 때, 삶이 한층 더 풍요로워지지 않을까.

당진천 상류에 멸종 위기종 수달이 산다는 소식을 들었다. 수달이 살 수 있는 당진천이라면 우리 아이들이 만날 당진천은 머지않아 가재 잡고 물장구치는 공간으로 탈바꿈할 수 있지 않을까? 당진천 하류에도 수달이 마음껏 살 수 있는 환경을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그런 날을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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