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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2024-04-26 19:2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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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이웃의 이야기, 소상공인 5] 신평종합전자 손대기 대표
전파사에서 시작한 43년 외길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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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과 새벽 불문하고 손님이 찾으면 바로 달려가
“오랫동안 자리 지키는 소상공인들에게 응원해주길”

▲ 신평면 금천리에서 43년간 자리를 지켜오고 있는 신평종합전자

손대기 대표가 신평종합전자 한구석에 ‘모셔져’ 있는 전축과 턴테이블을 꺼낸다. 이 전축과 턴테이블은 사겠다고 애원하던 이에게도 팔지 않고 35년 동안 보관해 온 소중한 물건이다. 신평종합전자에는 43년 전 전파사를 운영했던 당시부터 지금까지의 모습이 곳곳에 남아있다. 시중에 없는 부품도 차곡히 쌓여 있고, 오랜 전자제품부터 최신 제품까지 작은 전파사 안에 가득 담겨있다. 건물주는 몇 번이나 바뀌었지만 신평종합상사(대표 손대기)는 오랜 세월 동안 신평시장이 열리는 금천리 한자리를 지켜왔다.

▲ 신평종합전자의 손대기 대표

합덕에서 매형 따라 신평으로

합덕읍 운산리 출신의 손대기 대표는 어렸을 때부터 전기 분야에 관심이 많았다. 군 전역 후 전파사를 운영하던 매형을 따라 신평에 오게 됐다. 매형은 그만뒀어도 손 대표는 전파사로, 그리고 지금은 신평종합전자로 손님을 만나고 있다. 

세월은 너무나 빠르게 변했다. 전화교환원이 전화를 연결해 주고 가족은 물론 이웃까지 옹기종기 앉아 TV 속 흑백영상을 보던 시절부터 전파사가 자리했다. 하지만 지금은 손 하나에 들어오는 스마트폰으로 모든 것이 가능해진 세상이 됐다. 

오랜 시간 동안 신평종합전자에도 추억이 차곡히 쌓였다. 주말이면 대목을 맞는 삽교호관광지 상인들이 전기에 이상이 생기면 곧바로 손 대표를 찾곤 했다. 또 추운 겨울 새벽 2시라도 어르신 댁에 보일러가 고장났다는 소리에 바로 달려나가기도 했다. 흑백TV를 고치기 위해 오토바이를 타고 마을 곳곳을 누볐던 손 대표는 “나를 찾는 사람들은 급한 사람들”이라며 “찾아주는 것이 고마워서 그들이 부르면 새벽이고 주말이고 달려나갔다”고 말했다. 이어 “열심히 하다 보니 어느덧 43년이나 지났다”고 전했다. 

▲ 5년 넘은 전축과 턴테이블

“사라지는 전파사들 아쉬워”

전파사도 이발소도 하나둘 거리를 떠나고 있다. 전자제품 대형마트로 인해 작은 골목 상점은 속수무책으로 밀릴 수밖에 없었다. 손 대표는 “전파사를 운영하던 옛 분들은 모두 장사를 그만둔 상황”이라며 아쉬움을 내비쳤다. 그래도 신평종합상사는 오랫동안 단골손님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다. 지금도 당진은 물론 인근 지역에서 오래된 전자제품 수리가 필요할 때면 손님들이 그를 찾곤 한단다. 오히려 대형마트에는 구할 수 없는 것들이 이곳엔 있기 때문이다. 

때로는 오래된 물건을 구매하기 위해 오는 손님들도 있다. 손 대표는 “처음엔 건전지 하나 두 개씩 팔다가 나중엔 한 두 갑으로, 다음엔 한 두 짝으로 커지며 지금에 이르렀다”면서 “맨손으로 시작해 지금처럼 살게 해 준 손님들에게 고마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 세월을 말해주듯 손 대표의 돋보기안경이 걸려있다.

나란히 걸린 돋보기안경

그가 제품을 수리하는 책상에는  도수 별로 다른 돋보기안경들이 나란히 걸려있다. 세밀한 작업을 거쳐야 하는 손 대표에게 세월이 남긴 흔적이다. 종종 전기 작업을 하면서 스파크가 터져 위험한 순간도 있었고 대형마트에 밀려, 설 자리가 좁아지는 어려움도 있지만 그는 자신의 외길 인생에 뿌듯함을 느낀다. 

손 대표는 “한 자리에서 오랫동안 자리를 지키는 분들에게 마음속으로라도 응원해줬으면 한다”며 “또 우리 주변의 소규모 작은 상점들을 시민들이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신평종합전자는
▪위치: 신평면 신평로 829
            (신평면 행정복지센터 앞)
▪문의: 362-6912/010-5429-6120

※ 이 기획기사는 2020년 충청남도 지역언론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취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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