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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입력 2020.05.25 14:01
  • 호수 1308

[기고] 더디게 가더라도 제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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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운연 당진시 마을만들기지원센터 사무국장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우리의 생활방식은 중대한 변화를 맞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이 주기적으로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으며 현대인들의 생활방식에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와는 상반되게 논과 밭에는 농부들의 손길이 바쁘다. 농부들의 구슬땀으로 들판은 푸르게 변화하며 코로나19를 잊게 만들고 있다. 예전의 농촌 마을은 공동체를 이뤄 농번기가 되면 온 마을 사람들이 모두 모여 서로 일손을 도왔다. 네 집, 내 집 일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닌, 모두가 함께 일하며 마지막 집의 일이 끝나야만 비로소 농번기가 끝났다.

이러한 마을 공동체는 가장 작은 행정 단위로 예전부터 부락을 이뤄 지내왔던 그 작은 마을이다. 농촌의 마을 공동체에서 보듯 사람들은 하나의 유기적 조직을 이루고 목표나 삶을 공유하면서 공존하고 있다. 즉 단순한 결속보다는 질적으로 강하고 깊은 관계를 형성하는 조직이며 상호의무감, 정서적 유대감, 공동의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한 사회적 관계망,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농촌 마을은 고령화를 넘어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들었고, 특히 인구 감소와 이동수단의 다변화로 생활권이 넓어지며 마을의 개념도 점차 확대되어 가고 있다. 농촌의 현실이 이렇다 보니 공동체 의식은 붕괴되고 공동의 문제를 함께 해결하려는 참여 의식조차 희미해지고 있다.

과거 우리 조상들은 공동 노동조직인 ‘두레’와 마을의 질서를 자율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자치규약 ‘향약’ 등을 만들어 지킴으로써 공동체 삶을 함양해 왔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타인보다는 나를 먼저 생각하는 인식이 강해지며 공동체 의식도 함께 약해지고 있다. 이렇기에 사회의 가장 작은 단위이자 축소판인 마을의 건강함은 곧 지역사회의 건강함을 나타내는 지표가 된다.

당진시는 오는 6월 당진시 마을만들기지원센터를 개소한다. 타 시·군보다 많게는 6년이 뒤쳐졌지만, 타 지역의 실패와 성공사례를 되돌아보고 분석하며 당진시만의 마을 만들기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마을만들기지원센터는 무엇일까? 우선 ‘마을 만들기’란 주민 스스로 마을을 살기 좋은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공동으로 추진하는 모든 활동으로써 지역사회가 당면한 각종 문제를 해결하거나 마을 발전을 위하여 마을공동체가 추진하는 모든 활동을 말한다.

즉, 마을 만들기 지원센터는 마을 만들기 사업에 대한 주민 교육 및 마을 컨설팅, 마을 만들기 사업 완료 후 사후관리, 마을 만들기 사업 조사 및 통계정보 수집과 정리ㆍ배포, 마을 만들기의 홍보와 소통을 위한 미디어 제작과 배포, 국내외 마을 만들기 방문객 대상의 견학 안내 및 연수 지원, 마을 만들기 사업 관련 민간단체 및 국내외 네트워크 구축, 마을 만들기 조사 및 연구·분석사업 등 행정과 주민 간 가교 역할을 하는 중간 지원조직이다. 또한 마을 활동가를 발굴 육성하고 마을 리더들의 역량을 강화하는 한편 마을 공동체 활동을 지원하게 된다.

그동안 정부의 농업·농촌 정책은 천편일률적이고 획일화된 방식으로 하드웨어 중심의 하향식 정책을 펼쳐왔다. 이러한 방식의 농업농촌 정책은 그동안 수많은 예산과 다양한 정책을 펼쳤음에도 성공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그렇기에 주민들의 인식도 정부의 공모사업으로 진행되는 예산을 눈먼 돈, 막 써도 되는 돈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당진시 마을만들기지원센터는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사업을, 주민들 스스로 결정하고 합의하는 과정을 거쳐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해주며 더디게 가더라도 원칙과 절차를 지키며 제대로 갈 수 있게 함께 노력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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