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담히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낸 그의 ‘말’이 그가 그린 ‘그림’에 담겼다.
서울에서 수학 강사로 일하다 8년 전 당진에 온 한지민 서양화가는 어릴 때부터 그림을 좋아했다. 소질도 있어 교사가 집으로 찾아와 미술을 해보라고 권유했을 정도란다. 그러나 예술로 먹고 살기 어렵다는 생각에 그의 부모는 반대했고 결국 한 작가는 수학강사가 됐다.
그림에 대한 열망을 놓지 못한 한 작가는 스스로 경제 활동을 하기 시작한 20대 후반부터 취미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러다 6년 전 본격적으로 미술을 공부하기로 한 그는 현재 홍익대 미술대학원에 다니고 있다. 한 화가는 “서울에서 활동하는 이은미 작가를 만나서 그림을 꾸준히 이어나갈 수 있었다”며 “더 멋진 작가로 성장해 자랑스러운 제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보통 물감을 올려 덧그리는 유화에서 맑은 느낌을 내려고 신경썼다. 한 작가는 “유화지만 유화가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나길 바랐다”면서 “주변에서는 한국화 느낌이 든다고도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내성적인 성격인 그는 사람을 관찰하는 것을 좋아한다. 사람들과 넓지는 않지만 깊은 관계를 맺는다는 한 작가는 주변 인물을 애정 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그림으로 승화시켰다.
현재 면천읍성안 그 미술관(관장 김회영)에서 오는 31일까지 열리는 개인전 <혼잣말(mono-logue)>에서 한 작가의 신작들을 감상할 수 있다. 인물에 집중한 그림은 얼굴을 그리지 않아 누구인지 단정짓지 않고 사람들이 상상하도록 했다. 배경도 단순화해 그림 속 인물에게 최대한 몰입할 수 있게 했다.
한 작가는 “그림을 통해 느리게 전개되는 영화와 소설의 느낌을 전달하고자 했다”고 전했다. 동시에 이번 전시는 그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monologue(독백)’이라는 전시회 제목처럼 그림에는 한 작가가 담겨있다. 전시된 작품 중 흑백작품 <편지>는 그가 애착을 갖는 그림이다. 뒤돌아 앉은 모습에서 기억 속 아버지의 모습이 떠오른다고.
한 작가는 “아버지와 데면데면한 사이였는데, 아버지가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다”며 “아버지는 미술을 못하게 한 것을 평생 미안해하셨다”고 말했다. 이어 “내 그림을 보면 아버지가 ‘고생했다, 잘했다’라고 했을 것”이라며 “아버지를 향한 그리움을 그림에 담고 아버지가 내 진심을 읽고 있다는 생각으로 작품에 ‘편지’라는 제목을 붙였다”고 전했다.
더불어 한 작가는 “그동안 주변 인물들에 대해 이야기 했다면 앞으로는 나에게 집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