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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입력 2020.11.17 17:29
  • 호수 1330

[전문가 특별기고]코로나 시대의 지역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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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호순 순천향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인간은 다양한 거리를 유지하며 살고 있다. 직장이나 학교는 가깝게 하려고 엄청난 경제적 부담을 감수하고, 휴가와 여행은 되도록 멀리 가려고 큰 비용을 지불한다. 인간관계에서도 가깝게 지내야 할 사람과 멀리해야 할 사람을 적절히 선택해야 한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인해 인간의 거리 선택권이 제한받고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라는 신조어가 생겼고, 가깝고 친근한 것은 위험요인으로, 서로 멀리 떨어지는 것은 안전한 것으로 간주된다.

코로나19로 인해 가까운 것과 먼 것을 자유로이 선택할 수 없게 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심리적 피로와 경제적 고통을 겪고 있다. 대신 멀리 떨어진 거리를 가까운 것처럼 연결해주는 다양한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을 사용한 소위 ‘비대면’ 방식 중 일부는 코로나19 퇴치 이후에도 계속 사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원격근무나 원격수업에 익숙해지면서 직장이나 학교에 가는 횟수가 줄어들 것이고, 온라인 쇼핑의 증가로 대형상점이나 전통시장의 매출 또한 계속 감소할 것이다.

인간은 이미 오래전부터 먼 거리를 극복해 가깝게 만드는 다양한 기술을 개발해 왔다. 20세기에는 기차와 자동차, 비행기 같은 교통수단이 대중화되면서 거리 측정의 단위가 길이에서 시간으로 바뀌었다. 21세기에는 인터넷 디지털 통신망이 전 세계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게 만들면서, 거리제한이 무의미해졌고 전 세계를 하나의 공동체로 만들었다.

멀리 있는 것을 가까이 만드는 기술혁신에 심혈을 기울여 온 인류 문명이지만,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가까운 것을 멀게 하는 원시적 방법 외에 다른 대책을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세계 모든 사람은 거리 두기가 필요 없는 사회로 돌아가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는 인간이 사회적 동물, 즉 주변 사람들과 가까이 지내고 싶고, 그래야 존재감을 느끼고 행복해지는 동물임을 확인시켜줬다.

더불어 코로나19는 공동체 간의 우선순위를 재고하게 했다. 세계화 시대라지만 세계공동체는 구성원 보호 기능을 전혀 발휘하지 못하고 있고, 대신 국가의 통제와 국경의 필요성이 더욱 드러났다.

또한 지역사회의 중요성도 재확인되고 있다. 확진자의 세계적 분포나 국가적 통계도 중요하지만, 결국은 내 지역에 얼마나 많은 확진자가 있는지, 내 지역에서 얼마나 잘 대처하고 있는지가 나와 내 가족이 코로나 바이러스로부터 얼마나 안전한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됐다.

코로나19의 공포를 이겨내고 답답함을 벗어나는 방법도 결국은 자기 지역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덕분에 코로나 바이러스의 공포 속에서 많은 사람은 지역사회를 재발견하고 있다. 다른 나라나 다른 지역에 가지 않고, 가까운 곳에서 아름답고 귀중한 것들을 찾아내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내 지역에도 건강하고 유용한 지역언론이 존재한다는 것을 발견할 기회가 되기도 한다. 지역 내 코로나19와 관련된 현황을 상세하게 전달하고, 그로 인한 고통을 극복하는데 필요한 다양한 지역 정보를 제공하는 지역언론이 돼야 한다. 건강한 지역언론이 건강한 지역사회를 만든다는 자명한 이치가 코로나19를 통해 재확인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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