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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평택항 매립지 관할권 분쟁 관련
눈 뜨고 빼앗긴 당진땅…무엇이 문제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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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시 2004년 헌법재판소 판결 이후부터 꾸준히 준비
지방자치법 개정될 때에도 충청권 국회의원들 나몰라라
2010년 범군민대책위 출범 이후 별다른 활동 안 해

▲ 과거 당진시대에 보도된 당진평택항 매립지 관할권 분쟁 관련 기사들

<편집자주> 항만 매립지 관할권을 두고 벌인 평택시와의 오랜 분쟁은 언제부터 왜 시작됐을까? 그리고 그 과정에서 문제는 없던 것일까? 땅을 빼앗긴 참담한 마음은 이제 조금 가라앉히고 긴 역사의 순간을 되짚어 복기하면서 무엇을 놓치고 있던 것인지, 앞으로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다시 계획을 세워나가야 할 때다. 이번 호에서는 당진평택항 매립지 관할권을 둘러싼 분쟁의 역사를 돌아보며 당진시가 패소했던 이유에 대해 짚어본다. 이어 다음 호에서는 앞으로 우리에게 남겨진 과제와 지방자치 및 당진항 발전을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살펴볼 예정이다. 

당진평택항 매립지 분쟁(도계분쟁)의 역사는 19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7년 평택당진항 서부두 항만시설 제방을 준공한 뒤 인천지방해양청은 평택시에 공유수면을 매립해 새로 만들어진 토지에 대해 지번(주소)을 등록하라고 통보했다. 이에 평택시는 1998년 3월 이 신규 제방을 토지대장에 등록했다. 

서해대교 도계 표지판 어디에?

그 무렵 당진에 위치한 항이 평택항으로 불리던 것에 대해 문제가 제기됐고, 당진항 지정운동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그리고 2000년 11월, 서해대교 개통을 앞둔 상황에서 경기도와 충남도의 경계를 나타내는 도계 표지판을 어디에 설치해야 하는지를 두고 경기도·평택시와 충남도·당진군이 대립하게 된다. 

당시 당진군은 기존 해상경계(행담도와 평택 사이)에 표지판을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평택시는 매립지 지번을 등록한 경계를 기준으로 표지판을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충남도와 당진군은 평택당진항 공유수면에 조성된 매립지가 충남도계 내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평택시로 지번이 등록된 것을 발견했다. 

당진군은 평택시에 지번 말소를 요청했으나 평택시에서 거부하자, 2000년 9월 당진군은 평택시의 충남(당진) 해역 침해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하게 된다. 이렇게 매립지 관할권 및 도계를 두고 평택시와 당진군 간의 분쟁이 시작됐다. 

당진항 지정과 함께 도계 분쟁이 맞물려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있기 전까지 평택시와 당진군의 첨예한 대립이 이어졌다. 2001년 9월 당시 평택항 서부두가 개장했을 때에도 개장식을 경기도와 평택시가 주관하며 해당 지역에 대한 관할권을 계속해서 주장했다.

2003년도에는 당진항 분리지정과 함께 항계 재설정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당시 해양수산부는 평택항을 평택당진항으로 명칭을 변경하기 위한 협상카드로 당진군에 도계분쟁 소송을 취하할 것을 제안했지만 당진군(당시 군수 김낙성)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 당진 손을 들어주다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 청구 소송을 제기한 지 4년만인 2004년 9월, 헌재 판결 결과 5:4의 의견으로 아슬아슬하게 당진군이 승소했다. 당시 재판부는 “자치단체의 구역은 주민·자치권과 함께 자치단체의 구성요소이며 자치권이 미치는 관할 구역의 범위에는 육지는 물론 바다도 포함되므로 공유수면에 대한 자치단체의 자치권한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또한 “공유수면의 행정구역은 지방자치단체 등의 행정기관이 수산업법상의 어업허가 또는 어업면허, 어업단속행위와 공유수면관리법상의 공유수면에 대한 점용 내지 사용허가 등 개별 법률들에 대한 행정권한을 행사함에 있어서 지형도상의 해상경계선을 행정구역 경계선으로 인정해 온 관행이 존재한다”고 판시했다.

특히 “지형도상 해상경계선이 해상에서의 행정구역 경계선이라는 점에 대한 지방자치단체들과 일반국민들의 법적 확신이 존재한다고 할 것이므로 지형도상의 해상경계선은 행정관습법상 해상경계선으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 같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2004년 12월 기존 해상경계대로 서해대교 주탑 중간인 행담도와 평택시 사이에 도계 표지판이 설치됐다. 또한 당진평택항에 건설된 제방과 매립지에 대해서도 당진군으로 지번이 부여됐고, 행정적 관할권을 당진군이 행사하게 됐다. 

평택은 치밀…당진은 방치

하지만 평택시는 헌법재판소 판결 가운데 소수의견으로 제시됐던 부분에 집중했다. 헌재에서 5:4로 아슬아슬하게 패소한 만큼 해당 문제가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보고 법 개정을 준비한 것이다. 당시 헌재 판결에 따르면 “다만 제방의 관할권한이 당진군에 귀속돼 관리상 비효율 등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될 경우 국가가 관할구역 경계변경 절차에 따라 제방의 구역경계를 변경할 순 있다”고 덧붙였다. 이를 근거로 평택시는 해상경계 변경과 매립지 관할권을 되찾기 위한 작업을 꾸준히 진행해 왔다.

헌재 판결이 있은지 5년이 지난 2009년 4월 정부의 제안으로 지방자치법이 개정됐다. 개정된 지방자치법에 따르면 신규로 조성된 공유수면 매립지 관할권에 대한 결정은 지적공부에 등록하기 전에 행정안전부 장관에서 해당 지역이 속할 지방자치단체의 결정을 신청해야 한다고 바뀌었다. 

그러나 당시 당진을 지역구로 했던 김낙성 국회의원과 충남도 국회의원들은 지방자치법이 당진군에 불리하게 개정된다는 사실을 살피지 못했다. 2015년 국회에서 진행된 당진평택항 매립지 관할권 관련 정책토론회에서 당시 토론자로 나온 안병윤 행정자치부 자치행정과장은 “문제가 되고 있는 지방자치법은 개정 당시 이인제 의원, 심대평 의원, 김낙성 의원 등 충청 출신 의원들도 다 찬성해서 통과시킨 법”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본지 제1060호 “이인제·심대평·김낙성 의원 등 찬성했다” 기사 참조>

“도계까지 변경될 판”

평택시는 2009년 지방자치법 개정 이후 매립된 내항 매립지는 행정안전부 장관의 귀속 자치단체(관할권) 결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2004년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따라 충남도계 내에 조성한 공유수면 매립지의 지적을 당진군으로 등록한 것을 두고, 평택시는 개정된 지방자치법을 근거로 당진군이 위법하게 매립지 지적을 등록했다며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평택시는 2010년 3월, 당진군으로 등록된 매립지에 대해 관할권을 갖는 귀속 자치단체 결정을 변경해 달라며 행안부에 요청했다. 평택시는 이 과정에서 헌법재판소 판결 당시 소수의견으로 제시됐던 “관리상 비효율 등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될 경우 국가가 관할구역 경계변경 절차에 따라 제방의 구역경계를 변경할 수 있다”는 부분을 근거로, 해당 매립지는 평택시를 통해서만 진입할 수 있고, 때문에 행정적 편의를 평택시에서 제공하고 있다며 해당 매립지가 평택시에 귀속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헌법재판소의 판결로 일단락 됐다고 여겼던 매립지 관할권 분쟁이 지방자치법 개정 이후 다시 불거져 당진시는 2010년 3월 충남도계 및 당진땅 수호 범군민대책위원회를 출범하고 대대적인 결의대회까지 열었지만 관련 문제는 한동안 수면 아래에 가라앉아 있었고, 그후 별다른 활동과 대응이 이뤄지진 않았다.  

그 사이 제5기 중앙분쟁조정위원회가 발족하면서 2014년 2월 평택당진항 매립지 관할권을 두고 논의가 이뤄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법 개정을 비롯해 행정적 시스템을 바꿔놓은 뒤여서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에 제소한 소송에서 당진시는 끝내 패소하고 말았다. 

한편 2004년 헌법재판소 판결에서 승소한 이후 지역에서는 소송 결과를 떠나 이 문제에 대해 방심해선 안된다는 경고가 수차례 제기됐다. 또한 해상도계 재조정을 요구하는 평택시의 움직임이 포착되기도 했다. 

범시민대책위원회 관계자들과 당진항 관계자들은 이번 매립지 관할권 판결이 결코 끝이 아닐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평택시에서는 현재의 해상도계를 서부두 매립지를 기준으로 조정하고, 2004년 헌법재판소가 당진 관할이라고 판결했던 매립지마저 평택시에 귀속시키기 위한 작업이 추진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당진시의 철저하고 치밀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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