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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노정길/하늘이여! 들으소서, 땅이여! 응답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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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하늘이여! 들으소서, 땅이여! 응답하소서

노 정 길
석문면 초락교회 담임목사

“마음이 아름다운 사람은 잠깐 머물다 간곳도 아름답습니다.”
어느 공중화장실에 붙여놓은 글귀였습니다. 잠깐 머물다 간 인생들인데 역겹고 추한 냄새를 풍기거나 지저분하게 살다가선 안되겠다고 물을 내리고 허리춤을 추스렸습니다.
4월4일, 우리 조상들이 나라를 찾겠다고 분연히 일어났던 대호지 만세운동 기념일에 석문 교로리 당진화력 앞에선 화력발전소 5·6호기 증설반대 및 핵폐기장건설 반대시위가 있었습니다. 데모라고 하기엔 우스운 시위였습니다. 그 흔한 데모노래 한편 없고 고작 ‘나의 살던 고향’만 몇번 불렀습니다.
교만 방자한 화력발전소 책임자들이 만나줄리 애시당초 기대도 안했지만 그동안 24시간 뿜어대는 굴뚝연기만 바라보다가 어디 하소연 할곳없어 속을 끓이던 시골사람들이 ‘깨끗한 발전소?’ ‘신뢰받는 기업?’ 거짓말 현광판에 달걀이라도 던지는 것으로 울분을 토했습니다.
트랙터 몇대면 정문을 밀어붙이고, 젊은사람들이 몇대로 나눠 울타리 옆 언덕으로 쳐들어가자고 울분을 토하는 농민들을 달래느라고 진행하는 사람들이 꽤 애를 먹는 것도 보았습니다.
언제부터인지 당진땅을 낙토 당진이라 불렀습니다. 나는 기독교인이기에 다른 어느 곳보다 기독교가 먼저 들어왔었기에 하늘의 복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만 지금은 버림받은 땅으로 전락해가고 있습니다. 거리에 붙은 현수막만 보아도 형편을 알 수 있습니다. 바다가 죽었고, 들판이 죽어가고 있고, 하늘이 시들고 있습니다.
당진화력 때문에, 대산의 석유3사 때문에 먹고 살길이 막연해서 핵폐기장이라도 유치해서 살아야 되겠다고 서명을 받고 있다는 난지도 사람들의 처지가 측은하기까지 합니다. 얼마나 절박하면, 얼마나 암담하면 고향을 팔아서라도 살아야 되겠다고 생각했을까 가슴이 저밉니다.
그러나 우리네 인생이 살면 몇백년을 살겠습니까. 우리 모두 왔다가 잠깐 있다 가는데 우리가 살다간 발자국 보고 용기와 힘을 얻어야 할텐데. 훗날 자손들이 왜 우리는 고향이 없느냐고 물을 때 우리가 고향을 팔고 보상받아 대처에 나와 이렇게 잘 산다고 대답한다면 우리 양심이 괴롭지 않겠습니까?
당진의 공무원님들, 머잖아 옷벗고 떠나야 할텐데 어쩌다 당진땅이 저 모양이 되었느냐고 물을 때 ‘나는 모르는 일이야. 나는 주는 돈 떼먹지 않고 군민들이 해달라는대로 했을 뿐이야’ ‘나는 웃사람이 시키는대로 했을 뿐이야’ 양심이 사라지고 없으면 좋을텐데.
화력발전소 책임있는 사람들, 당신들은 당진땅에 몹쓸 짓을 하고 있습니다. 될 수 있으면 오염의 근원지에서 멀리 떨어져 살려고 당진읍에서 출퇴근하면서 그 넓은 땅 구내에 관사를 짓고 그것도 발전소 동남쪽에 관사를 짓고 살아볼 의향은 없으신지요. 그것도 모자라서 느리지만 착한 당진 사람들을 이간질로 갈라놓고 ‘이제 난지도 사람들 상종도 말자. 당진화력 사람들 자기들이 더럽히는 당진땅 밟지도 못하게 하자’ 말도 안되는 독한 마음을 심어주는 일 이런 짓 해야 합니까?
군복무로 당진땅에 와있는 우리네 손자나 아들들 나이되는 전경들이 데모 막다가 입은 부상이라고 말하면서 제대하지 말도록.
‘그 아저씨들 데모 한번 웃기게 하네’ 웃으면서 돌아가게 합시다.
경찰서장님, “낙토 당진 파괴 공범, 당진군수 구속하라” 그러나 잠깐만 구속했다가 풀어주십시오. 연습해봐야 진짜 들어가지 않습니다.
“낙토 당진파괴 주범 당진화력 해체하라”
오! 하나님, 하나님은 할 수 있습니다. 하늘이여 들으소서. 땅이여 이 울분에 응답하소서. 우리가 당진땅을 떠날 때 오직 감사와 아름다움만 남기고 가게 하옵소서.
" 4월4일 데모에 참여하고 저녁 예배를 마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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