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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입력 2021.03.29 16:24
  • 호수 1349

[의정 칼럼] 김명진 당진시의회 의원
과거사 진실규명 위한 지원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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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한국전쟁이 발발한지 71년이 되는 해다. 1945년 광복의 기쁨을 맞이한 것도 잠시, 우리 민족은 냉전과 이데올로기의 소용돌이 속에서 남과 북으로 갈라져 전쟁이라는 민족 최대의 비극을 만나 수많은 사람들이 삶의 터전과 목숨을 잃어야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국민들은 ‘다시 잘살아보자’는 일념 하나로 폐허 속에서도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경제성장을 이뤄냈으며, 세계 10위의 경제대국 반열에 올라서면서 산업화와 민주화를 가장 짧은 기간에 성공적으로 이뤄낸 자랑스러운 나라가 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압축고도성장 과정의 이면에는 적대와 이데올로기가 낳은 상처가 여전히 남아있다. 일제의 식민지배, 좌·우 이념대립과 한국전쟁, 군부 독재시대를 거치며 인권유린과 의문사 등 여전히 진상을 밝히지 못한 수많은 과거사의 그늘이 아직도 남아 있다.

한국전쟁 당시 민간인들이 무참히 학살된 사건이 전국 곳곳에서 발생했다. 상대방에 부역·동조했다는 이유로 또는 그러할 우려가 있다는 의심만으로 법적 절차도 없이 영문도 모른 채 죽어야 했던 사람이 수천, 수만이었다.

하루아침에 남편을 잃은 아내, 자식을 잃은 부모, 형제·자매를 떠나보낸 가족이 수십, 수백만이르고, 이러한 민간인 학살은 좌우의 이념적 진영을 구분하지 않고 모두 이뤄졌다.

당진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2005년부터 5년간 제1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활동을 통해 우리지역에서 인민군·지방좌익 등 적대세력과 군인·경찰·치안대 등 공권력에 의해 자행되었던 민간인 피해의 실체가 밝혀진 바 있다.

이 조사에 따르면 인민군 점령 및 퇴각 시기인 1950년 9월 28일을 전후해, 당시 당진·합덕·신평 등지에서 적대세력에 의해 최소 141명, 최대 253명이 희생된 사건이 확인되었을 뿐만 아니라, 서울 수복 이후 1·4후퇴 시기까지 당진을 비롯한 주변 군(郡) 지역에서 경찰과 군인, 치안대 등에 의해 불법적으로 184명이 희생된 사건 또한 밝혀졌다. 일각에서는 우리 지역의 민간인 희생자 피해 규모가 최대 2000~3000명에 달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기도 했다.

제1기 위원회의 활동으로 우리 지역의 민간인 피해 사실이 뒤늦게나마 명백히 밝혀진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위원회 활동 기간이 한시적이었던 것에 반해, 과거사 문제는 다양하고 복잡하게 얽혀있어 여전히 진실규명을 간절하게 염원하고 있는 희생자들이 남아있다. 하지만 생존·희생자는 물론 유족 등 당시 상황을 기억하고 목격한 사람들은 이미 오래 전에 고령으로 접어든 상황에서 더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

다행스럽게도 지난해 5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 기본법이 국회를 통과해 제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가 10년 만에 활동을 재개했다. 제1기 위원회 활동으로 다 하지만 못 했던, 진실을 밝혀낼 또 한 번의 기회를 맞이한 것이다.

시민사회는 이미 합덕·우강 지역을 중심으로 민간단체인 ‘당진과거사정리위원회’를 발족하고 한국전쟁 전후의 민간인 피해 사실과 각종 자료를 수집하는 등 한발 앞서 자발적으로 진실규명을 위한 활발한 활동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과거사 규명을 위해서는 충분한 사전조사와 자료 확보가 선행되어야 하는 만큼 민간의 힘만으로 해내기란 역부족인 것 또한 사실이다. 진실의 바탕 위에서 피해자와 유족의 아픔을 보듬고 삶과 명예를 회복시키는 일은 국가와 지자체의 당연한 책무이기도 하다.

이러한 민관의 노력과 맞물려 행정에서 적극적으로 나서 책임 있는 역할을 다해야 한다. 그리고 희생자들과 유족의 상처를 보듬어 과거와의 화해와 공존의 미래를 여는 역사적 발판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당진시는 국가의 잘못으로 희생당한 무고한 민간인들의 죽음을 명명백백 밝히는 일에 당진시가 앞장서야 한다. 진실규명 신청을 지원하고 유해발굴 사업을 실시해, 시신의 행방조차 알지 못하는 유가족의 억울함을 풀어주길 바란다.

또한 진실규명된 사건에 대해서는 희생자들의 명예회복을 위한 조치를 적극 취해주길 요청한다. 위령제 봉행, 위령탑 건립 등의 위령사업과 시민들을 대상으로 평화인권교육을 속히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조례 제정이 필요하다면 당진시의회에서도 적극 나서도록 하겠다.

과거사 정리는 과거의 일에 매달려 분열을 조장하거나 시간과 노력을 낭비하는 것이 아니다. 이미 오랜 기간 경험했듯이 아픈 역사를 직시하고 있어야 정의를 바로세울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이념과 적대가 낳은 상처를 치유하고 진정한 화합과 통합의 미래를 열 수 있다. 화해와 상생 문화는 후세에 전해져 정의로운 미래로 나아갈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이다. 다시 한 번 당진시가 하루 속히 진실규명을 위한 지원 등 관련 조치를 시행하는데 적극적으로 나서 주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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