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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입력 2021.04.26 15:23
  • 호수 1353

[기고] 강종수 장우회 회장
나는 長愛人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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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를 시청하다가 100세 넘은 어느 노 철학교수의 인생 이야기를 듣게 된 적이 있다. 그분께서 100세 인생을 살아보니 인생은 3단계 과정이 있다고 하셨다. 1단계는 다른 사람으로부터 나 자신의 발전을 위해 도움을 받는 단계이고, 2단계는 나 자신과 자신의 가족을 위해서 사는 단계이며, 3단계는 사회를 위해서 내가 가진 것을 나누는 단계라고 인생을 분리해서 말씀하시는 것이었다. 나는 그분의 말씀을 듣고 나서 지금까지 지나온 나의 삶을 되새겨보았다.

나의 1단계는 사람들로 하여금 행복하게 살았다. 가난하지만 자식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부모님과 가족의 사랑을 받으며 나는 행복하게 자랐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보니 맏이인 나에게 치우친 사랑이었지 싶다. 내가 받은 사랑은 형제자매들의 희생을 통해 얻은, 이들의 가슴 시린 눈물의 씨앗이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나의 2단계는 모든 꿈을 잃은 ‘障碍人(장애인)’이었다. 27살에 갑자기 전신마비를 얻게 되면서 난 모든 삶을 놓고 싶었다. 꿈을 잃은 채 하루 온종일 죽을 생각만 하면서 살았다. 죽기 위해 몇 날 며칠을 굶어도 봤다. 손끝 하나 발끝 하나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로 사느니 차라리 죽고만 싶었다. 하지만 손끝 발끝 하나 움직이지 못하는 나는 죽는 것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었다. 털끝만큼도 보이지 않는 희망과 꿈, 나는 살아있어도 죽은 것과 같았다.

그 이후 손을 조금씩 움직일 수 있게 되면서 자그마한 희망과 꿈을 다시 꾸게 되었다. 하지만 그 꿈을 안고 10년 동안은 계속 ‘障碍人’으로 살았다.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으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사람으로 나 자신을 인식하며 살았다.

그러다 어느 날 TV 프로그램에서 나와 비슷한 장애인 청년이 열심히 살아가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이왕 살아야 한다면 이렇게 살지 말자고 용기를 냈다. 그날 이후 나는 다른 장애인을 위해, 그리고 진정 나를 위해 살아보자고 결심했다. 사이버대학교에서 사회복지학과를 전공해 사회복지사 1급 자격증을 획득했다. 하지만 그때까지도 나는 여전히 ‘障碍人’이었다.

이후 나는 장애인 동료들과 함께 ‘꽃다지’라는 비영리단체를 만들어 장애인 인권옹호 활동을 하였다. 그리고 당진시중증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3년간 일을 하면서 나는 ‘불편함’에서 ‘사랑함’으로 장애를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나는 드디어 ‘長愛人’으로 살게 되었다. 나와 장애인을 위한 많은 활동을 하면서 보람과 기쁨을 찾으며 장애에 대한 나의 인식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障礙人’이었다. 어린 아이들이 생각 없이 “장애인 간다”라고 하는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지 않았고, 친구들이 동정 섞인 말을 할 때도 기분이 나빴다. 남의 말에 남의 행동에 나 자신을 괴롭히며 살았다. 내 안에는 장애라는 넘지 못할 벽이 있었고, 그 벽 안에 나를 가두고 있었다.

최근에 나는 당진장애인복지관에서 시치료 강의를 듣게 되었다. 시치료 전문가 김선순 봄봄문학상담연구소장으로부터 ‘시(詩)를 통한 치유’ 강의를 들으면서 변화하기 시작했다. 강철처럼 나를 감싸고 있던 나의 가식이, 상처가 서서히 벗겨지면서 ‘장애(障碍)’는 보이지 않고, ‘사람(人)’이 보이기 시작했다. 나를 지켜야만 한다고 강하게 끌어안고 있던 경계의 벽을 허물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長愛人’으로 살기로 결심했다. 사랑을 가진 사람, 사랑을 나누는 사람, 사랑을 하는 사람으로 살고자 하였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알게 되었다. 지금 모습 그대로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 수 있게 길을 열어 주었다.

나는 비로소 사람(人)이 되었다. 올해 나이 60을 맞이하며 앞으로 나의 삶은 3단계의 문턱에 다다랐다. 나 자신을 지극히 사랑하며 그 사랑을 넘쳐흐르게 하여 주위의 사람들과 사랑을 나누며 ‘長愛人’으로 살아갈 것이다. 나의 사랑이 너에게, 너의 사랑이 나에게 연결되고 이어져 다함께 사랑으로 행복할 수 있게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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