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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6.11 21:47
  • 호수 1360

새로운 ‘비건 라이프’를 꿈꾸다
고향으로 돌아와 농사 짓는 이재교 씨 (정미면 봉성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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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디자인·출판사업 하며 고향에서 농사
친환경농업 ‘헬로비건’ 시작…태어난 고택 복원도

이재교(정미면 봉성리·54) 씨가 태어난 고향집이, 그로 인해 다시 태어나고 있다. 폐허로 남아 있던 옛 고택이 다시 살아나고, 푸릇푸릇 새로운 생명들이 고향집을 둘러싼 대지에서 자라난다. 옛날 동네 아낙들이 모여 빨래를 했던 샘터는 아름다운 연못을 품은 정원으로 변하고 있다. 자신이 태어난 곳을 또 다시 새롭게 탄생시키는 것, 삶은 이렇게 순환하는 것일까. 

▲ 이재교 씨의 고향집 인근의 농장과 봉성리 전경

다시, 고향으로

이재교 씨는 당진에서 고등학교까지 마친 뒤 서울에 있는 대학에 진학했다. 민주화운동이 현재진행형이었던 1990년대 당시 학생운동에 뛰어들어 예술을 통해 사회적 메시지를 전하는 역할을 했다. 그리고 지난 2007년 디자인·인쇄·출판업체 굿플러스커뮤니케이션스(이하 굿플)를 설립해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다. 

젊은 날의 대부분을 서울에서 보냈던 그는 몇해 전부터 고향을 자주 오가면서 새로운 꿈을 그려왔다. 고향에 내려와 자신이 태어난 오래된 고택을 다시 복원하고, 친환경 농사를 지으면서 ‘비건 라이프’를 추구하며 사는 것이다. 

▲ 이재교 씨가 태어난 고택을 손수 복원하고 있다.

삶의 방향을 바꾼 것은 그의 회사에서 출간한 어느 책으로부터 비롯됐다. 지난 2014년 그가 운영하는 굿플에서는 <장수군의 비밀>이라는 책을 출판했다. 변변한 특산물조차 없는 가난한 농촌마을이었던 전라북도 장수군이 생태순환농업을 통해 전체 농가 중 70%가 1억 원 이상의 소득을 올리는 중산층으로 변화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다. 

하지만 농가소득이 얼마나 올랐는지가 핵심은 아니었다. 이 책을 만들면서 그는 생태순환농업, 그리고 지역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됐고 삶의 방향도 달라졌다. 그리고 고향에 계신 어머니도 그가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야 할 또 하나의 이유였다. 

가치 있는 ‘수고로움’

현재 이재교 씨는 황금배추를 중심으로 다양한 작물을 재배한다. 2018년부터 충북 괴산에서 재배하기 시작한 황금배추는 항산화물질인 라이코펜이 토마토보다 10배 이상 함유된 배추로, 일반적인 배추보다 속이 황금처럼 더욱 노란빛을 띄는 것이 특징이다. 더 아삭한 식감에 달큰하고 고소한 맛으로, 시중에 소개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인기를 끌고 있다. 

▲ 이재교 씨가 친환경으로 생산한 농산물

감자와 양파, 마늘, 고추 등의 일반적인 채소들은 물론이고 궁채, 젤리토마토 등과 같은 아직 지역민들에게는 낯선 새로운 작물도 키우고 있다. 무엇보다도 친환경 유기농업자재를 사용하고 발아억제제와 같은 제초제를 주지 않는다. 예초기와 호미, 맨손으로 잡초를 뽑아내는 등 원시적인 방법으로 ‘더 수고롭게’ 농사를 짓고 있다. 그래서 그의 밭에는 농작물과 잡초가 함께 자라고 있다. 얼핏 보면 뭐가 작물이고 잡초인지 헷갈릴 정도다. 하지만 그 수고로움이 그가 농사를 짓는 이유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우리는 삶 본질의 문제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어요. 환경과 농업의 가치가 새롭게 인식되고 있죠. ‘비건 라이프’를 꿈꾸는 것도 같은 맥락이에요. 단지 개인의 건강이나 취향 문제를 떠나 환경에 대한 고민에서 비롯된 것이죠.” 

▲ 고향집 앞에 있는 연못의 모습

고향집 중심으로 한 ‘치유농업’

그는 사람들이 단순히 농사를 짓거나, 사람들이 농촌을 체험하는 것을 넘어 농촌에서 자신이 수확한 농산물을 활용해 샐러드 등의 음식을 만들고, 스머지스틱(허브를 실로 묶어 향기를 내는 천연방향제로, 심신안정과 명상 등에 사용함)을 만드는 원데이클래스를 진행하는 등 농촌체험보다 한걸음 더 나아간 다양한 프로그램을 생각하고 있다. 이를 위해 올봄에는 채식요리지도사 자격증도 취득했다. 이러한 모든 과정을 ‘헬로비건(Hello Vigan)’ 이라는 브랜드로 담아 냈다. 

이 씨는 “농작물을 재배해 농협에 판매하는 기존의 구조를 탈피해 새로운 농업·농촌의 모습을 만들어 가고 싶다”며 “이달부터 당진농부시장 ‘당장’에도 참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재교 씨는 1853년에 지어진 그가 태어난 한옥도 손수 고치고, 집 앞 연못에 꽃과 나무를 심어 아름답게 가꿔가면서 이곳의 옛 역사도 되짚어 나가고 있다. 

“봉수대가 있는 봉화산에서 보면 서쪽으로 6개 마을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어요. 그 한 가운데에 있는 마을이 봉성리이고, 그 봉성리에서 가장 가운데에 있는 곳이 이집이에요. 여기는 예로부터 ‘방죽안’이라고 불렸지요.” 

그는 이곳을 통해 사람들이 쉼과 안식을 얻길 바란다. 말 그대로 치유농업이다. 그리고 고향집에서 시작해 농촌을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이 그의 꿈이다. 그는 “이 공간을 활용해 교육·출판 일도 하고 싶다”며 “막 농사를 시작했던 작년보다 올해 더 즐겁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 이재교 씨는… 
- 1968년 정미면 봉성리 출생 
- 정미초·미호중·호서고 졸업
- 추계예술대학교 서양화 전공
- 굿플러스 커뮤니케이션즈(주) 대표이사

>> 헬로비건 
- 홈페이지: www.hellovegan.co.kr
- 이메일: hellovegan1853@gmail.com
- 주소: 당진시 봉성진살미길 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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