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 복지
  • 입력 2021.09.18 12:26
  • 호수 1373

“새롭게 만난 세상 하루하루 즐거워”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애인 차준일 씨와 활동지원사 이영희 씨 이야기

▲ (왼쪽부터) 대호지면 적서리에 사는 차준일 씨와 장애인활동지원사 이영희 씨

장애 놀림 받아 마음 문 닫고 세상과 단절 
장애인 활동지원사 도움으로 다양한 활동 시작 
그림·상담·합창·산악 등 세상 사는 즐거움 만끽 

50여 년 동안 사회와 단절된 채 살아온 차준일 씨가 세상과 소통하며 늦은 나이에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다. 색연필로 칠한 그림, 책상에 앉아 듣는 교육, 사람들 사이사이를 누빌 수 있는 시장 등 누구에게는 일상적인 일이지만 차 씨에게는 난생 처음의, 낯선 풍경이다. 

“상처 입고 밖에 나서기 무서워”

대호지면 적서리에서 나고 자란 차준일(63세) 씨는 지체장애 2급이다. 지금은 폐교한 도성초에 다녔던 차 씨는 장애로 또래에게 놀림을 받으며 마음의 문을 닫기 시작했다. 그러다 어깨에 상처까지 입으며 밖을 나서는 게 두려워진 차 씨는 방문까지 닫아버렸다. 차 씨는 “어렸을 때 친구들이 장애가 있다고 놀렸다”며 “친구가 칼로 어깨에 상처를 입히고 나서는 더는 밖에 나가기가 무서웠다”고 말했다. 

활동지원사 만나며 밖으로 나와

차 씨는 그동안 가족의 보살핌으로 집에서만 생활하고, 어머니의 농사를 도우며 살아왔다. 그러다 지난 3년 전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면서 혼자 집에 남게 됐다. 형을 걱정한 보호자인 동생이 장애인 활동보조서비스를 통해 장애인활동지원사를 연결해줬고, 지난 2019년 7월 장애인활동지원사인 이영희(65세) 씨와 차준일 씨가 만났다. 

한편 이영희 씨는 장애가 있는 아들을 두고 있다. 서울에서 아들을 키우며 살아온 이 씨는 다시 고향을 찾으면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았고, 장애가 있는 아들을 돌본 경험을 살려 활동지원사로 나섰다. 활동지원사를시작하고 나서 처음 만난 사람 차 씨였다고. 

“집에 들어가기 싫을 정도에요”

활동지원사 이 씨는 “처음 차 씨를 만났을 때 외부 활동 없이 그냥 집에서만 생활하고 있었다”며 “도움을 주고 싶어 행정복지센터 등 기관을 찾아다니며 차 씨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찾고, 프로그램이 있다면 신청하는 일을 했다”고 말했다. 

이 씨를 따라 차 씨가 점차 한 발씩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지금은 일정 가득한 나날을 바삐 보내고 있다. 당진시장애인복지관에서 프로그램이 있는 월요일과 목요일에는 오전 8시35분부터 복지관 버스를 타고 시내로 나온다. 그렇게 시장까지 보고 집에 가면 오후 4시가 넘는다. 여기서 활동지원사 이 씨가 반찬을 만들어 다시 버스를 타고 시내로 나오면 저녁 8~9시나 된다고. 

다른 요일에는 당진시장애인자립생활지원센터 꽃다지(회장 이명희)와 연세심리상담소(소장 김남철)에서 각종 프로그램과 상담을 소화한다. 차 씨는 “새로운 세상을 만났다”며 “너무 재밌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그동안 해보지 못했던 것을 다 해보고 싶다”며 “할 수 있게 도와준 모두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명희 회장은 “지난 2017년 기준으로 등록된 중증장애인 수가 3400명이었던 반면 지금은 1만650명으로 늘었다”며 “아직도 밖으로 나오지 못한 장애인들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회와 단절됐던 장애인들에게 도움을 줘 사회구성원으로 살아가는 것을 볼 때면 보람을 느낀다”며 “앞으로 차 씨가 사회에서 생활하며 즐겁게 살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당진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5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