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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소개
  • 입력 2001.05.21 00:00
  • 수정 2017.08.10 17:10
  • 호수 371

호서고 정봉식 교사가 추천하는 <풍경과 상처>, <자전거 여행>
문학저널리스트 김훈과 떠나는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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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을 보면 행복해진다

「풍경과 상처」
김훈 지음
문학동네 펴냄
값 7,500원

「자전거 여행」
김훈 지음
생각의 나무 펴냄
값 9,000원

정봉식
호서고 교사
본지 편집위원

문학저널리스트 김훈과 떠나는 여행
사람과 자연, 그 경계에 숨은 슬픔의 유혹따라

삶이 팍팍하거나 환멸과 미망의 후유증으로 심드렁할 때 사람들은 여행을 꿈꾼다. 여행은 길위에 나서는 것이요, 사람을 낯설게 만나는 일이며 또한 자연을 새롭게 호흡하는 행위요, 나 자신을 만나고 마음 속에 사색의 공간을 마련하는 일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이것을 삶의 여유라고 부른다.
그러나 삶의 족쇄를 과감히 풀어놓고 말없이 배낭을 멜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우리가 하는 여행이라는 것은 대개는 관광이거나 유흥이었다. 또다른 혼돈이거나 부대낌이었다.
세상과 나, 자연과 삶의 경계에 대한 깊이있는 사유를 얻는다거나,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속절없는 아픔이나 또는 낯선 길 위에서의 그 어떤 찬란한 느낌같은 것을 체험할 수 있는 의미있는 여행과는 우리는 한참이나 멀리 떨어져 있었다.
우리는 때로 심심하다. 아니, 쫓기듯 하는 생활 속에서 우리는 가끔 심심하고 싶다.
그리고 그 심심함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하여 ‘문학 저널리스트’ 김훈의 책들을 권하고 싶다. 햇살 비치는 심심한 오후의 뜨락에서 만나는 김훈의 책들은 사람과 자연, 또는 그 경계에 숨어있는 비의를 드러내 보이면서 우리를 낯선 길로 유혹한다.
풍경을 통해 인간의 내면을 들추어내는 그의 문장들은 산문이 아니라 차라리 시다. 그의 문장은 유려하고 때론 장중하다. 탐미적이고 시적이며 관능적이다. 책을 구경하지 못하신 분들을 위해 나의 군더더기 보다는 그의 문장 몇개를 옮겨 놓는다.

풍경은 밖에 있고 상처는 내 속에서 살아간다. 상처를 통해서 풍경으로 건너갈 때, 이 세계는 내 상처 속에서 재편성하면서 새롭게 태어나는데, 그때 새로워진 풍경은 상처의 현존을 가열하게 확인시킨다. 그러므로 모든 풍경은 상처의 풍경일 뿐이다.
「풍경과 상처」 서문 중에서 "

사구라꽃 피면 여자생각난다. 이것은 불가피하다. 사구라꽃 피면 여자생각에 쩔쩔맨다.
「풍경과 상처」
여자의 풍경, 시간의 풍경 중에서 "

살아서 아름다운 것들은 나의 기갈에 물 한모금 주지 않았다. 그것들은 세계의 불가해한 운명처럼 나를 배반했다. 그러므로 나는 가장 빈곤한 한 줌의 언어로 그 운명에 맞선다. 나는 백전백패할 것이다.
「자전거 여행」 책 머리에서 "

자전거를 타고 저어갈 때, 세상의 길들은 봄 속으로 흘러 들어온다. 모든 길을 다 갈 수 없다 해도, 살아서 몸으로 바퀴를 굴려나가는 일은 복되다.
「자전거 여행」 프롤로그 중에서 "

미암분교 아이들 머리 뒤통수 가마에서는 햇볕 냄새가 난다. "
산하는 그것을 바라보는 자의 생애의 일부가 된다. "
폐허는 폐허의 방식으로 사람을 위로한다. "
모든 무덤들은 강물이 흐르고 달이 뜨는 것처럼 편안하다. "
「자전거 여행」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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