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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읍면소식
  • 입력 2022.05.13 21:59
  • 수정 2022.10.28 16:55
  • 호수 1405

[우리마을 이야기 4] 합덕읍 구양도리
삽교천 하구 너른 들판이 펼쳐진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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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번이나 새로 지어진 구양도다리
발가벗고 수영했던 삽교천

<편집자주>
당진시에는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해 없어진 마을이나 없어질 위기에 처한 마을, 또한 자연마을 중에서도 농촌 고령화로 인해 전통의 맥이 끊길 상황에 놓여 있는 마을이 있다. 본지에서는 마을의 전설과 옛 지명, 보호수를 비롯한 자연환경, 열녀문·효자비 등 다양한 마을의 이야기와 마을이 가진 자원을 발굴함으로써 지역주민들의 기억으로만 남아 있는 마을의 이야기를 기사와 영상으로 담아낼 계획이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취재, 보도합니다. 

▲ 드론으로 촬영한 합덕읍 구양도리

“어릴 적에 부모님 말씀 안 들으면 ‘다리 밑에서 주워왔다’고들 많이 말씀하시잖아요? 합덕에서는 다들 ‘구양도다리 밑에서 주워왔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다들 구양도다리는 많이 알고 있었을 거에요.”

합덕읍 구양도리는 옥금리의 자연부락 중 하나였다. 옥금리 남동쪽에 위치한 구양도다리를 중심으로 삽교천의 심한 자유곡류로 인해 섬이 자연적으로 생겼는데, 마치 구절양장에 의해서 생긴 섬 같다고 해서 ‘구양도’, ‘구양섬’이라고 불리었다. 현자섭 이장은 “어렸을 때는 다들 구양도를 ‘구양삼’이라고 부르기도 했다”며 “다시 생각해보니 구양섬을 사투리로 ‘구양삼’이라고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구양도리에 30가구가 거주하고 있다. 대부분 주민들이 논농사에 종사하고 있지만, 이제는 고령 노인들이 많아 노후를 즐기며 생활하고 있다. 합덕읍 대합덕리에서 나고 자란 현자섭 이장은 “26살에 결혼하면서 구양도리에 정착하게 됐다”며 “어릴 적에는 구양도리에 대해 잘 몰랐다”고 말했다. 이어 “살아보니 우리 마을은 살기 좋은 마을”이라며 “특히 사계절이 모두 아름답다”고 전했다. 

▲ 현재 구양도다리 모습

“더운 날에는 구양도다리에서 자기도”

당진 토박이들은 대부분 구양도다리를 기억할 것이다. 구양도다리는 1970년대까지 당진에서 가장 긴 다리였으며 육로로 천안과 서울로 가는 유일한 길이었다. 옛 국도 32호선이 지나는 구양도다리는 길이 160.7m, 폭 5.5m 규모로 1927년 가설됐는데 1997년 철거됐다. 

이후 1979년 9월부터 1982년 12월까지의 공사기간을 거쳐 구 구양도다리 옆으로 새로운 구양교가 총연장 218.9m, 폭 10m로 신설됐다. 그러나 이 역시 2019년 봄에 철거됐다. 현재의 다리는 세 번째 건설된 신축 구양도다리로 차량이 통행하고 있다.<본지 제1392호 ‘서울과 천안으로 가는 유일한 길 구양도 다리’ 기사 참고>

지난해 세상을 떠난 원종성 전 노인회장은 살아생전 “6.25 전쟁 전에는 여름에 모기나 열대야 때문에 집에서 자기 힘들어 구양도다리에 가서 많이 잤다”며 “다리에 돗자리를 깔고 잤다”고 전했다. 이어 “6.25 전쟁이 터졌을 때도 우린 전쟁이 터진 줄도 모르고 다리에서 자다가, 밤중에 인민군들이 차 타고 지나가고 비행기가 폭격하는 바람에 알게 됐다”며 “그때 죽은 사람은 없었지만 다친 사람은 몇 사람 있었고, 그 뒤로는 거기서 자지 않았다”고 말했다.  

▲ (왼쪽부터) 주민 이송자 씨, 박영국 씨, 현자섭 이장, 이은기 노인회장, 주민 이윤식 씨

방과후 수영하며 놀았던 추억

한편 이은기 노인회장은 구양도다리에서 다이빙해 수영했던 옛 시절을 떠올리기도 했다. 그는 “지금은 물이 얕지만 그때는 물양이 많아 밀려오는 모습이 장관이었다”며 “물이 밀려올 때 다이빙을 하면 물 흐름에 몸을 떠밀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마을 사람들은 대부분 놀면서 수영을 배웠다”면서 “심지어 옷 젖는 게 싫어서 옷을 머리 위로 들고 수영해서 윗마을(아산시 신암면 신택리)까지 가기도 했다”고 전했다. 당시 구양도다리 건너 아산시 신암면 신택리 주민들과도 한동네 사람들처럼 친하게 지냈다고. 주민 이윤식 씨는 “초등학생 때는 옷을 다 벗고 수영을 했는데 부모님이 말을 듣지 않는다고 내가 수영하는 사이 옷을 모두 갖고 집에 갔다”며 “그 시절에는 학교 수업이 끝나면 부모님 일을 돕지 않고 이곳에 와서 수영하면서 놀았다”고 말했다. 

한편 구양도다리 인근에는 검문소가 자리했다. 당진에 살인, 절도 사건이 발생하면 집중적으로 검문이 이뤄지곤 했단다. 당시만해도 당진에서는 구양도 검문소와 구룡리 검문소가 유명했다고. 

▲ 지난 1993년 2월5일 자 동아일보에 실린 기사. <구양교 개수공사 졸한으로 중지>라는 제목이 쓰여있다.

실뱀장어가 잡혔던 포구

주민들에 따르면 구양도다리 아래에는 구양도포구가 있었다. 이곳에서 새우젓 배가 인천을 오갔다. 당시 인천의 새우젓과 당진의 쌀을 물물교환하듯 바꾸기도 했다. 또한 포구에는 실뱀장어가 무척 많았다. 주민 이윤식 씨는 “새벽 3시에 아버지와 장어를 잡으러 갔다”며 “물때가 매번 다르다 보니 자다 말고 새벽에 나가 장어를 잡는 날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은기 노인회장 역시 “장어가 정말 많이 잡혔다”면서 “매년 봄이면 황소 1마리 값 정도의 장어들을 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구양도포구 인근에는 구멍가게를 부르는 송방이 3~4개, 술집이 3~4개 정도 자리하고 있었다고. 현자섭 이장은 “남편과 연애할 때 송방에서 먹을 것을 자주 사곤 했다”며 “구양도리 주민들은 합덕장에 가기 어려워서 송방에서 장을 보기도 했다”고 전했다. 

▲ 삽교천 제방 뚝길을 설명하고 있는 현자섭 이장

“주민 편의시설 마련됐으면”

한편 구양도리의 삽교천 제방 인근에는 몇몇의 가구들이 살기도 했다. 이곳에 살던 주민들은 현재 세상을 떠나고 없다. 그래서인지 풀이 무성하고 전혀 관리가 안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은기 노인회장은 “이 공간이 주민들이 운동하거나 쉴 수 있도록 활용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한 현자섭 이장은 “삽교천 제방 뚝길은 우리 마을의 자원”이라며 “삽교천을 따라 걷거나 자전거를 타도 좋아 시민들이 휴식할 수 있는 공간들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합덕읍 구양도리는 일출과 일몰이 아름다운 마을입니다. 소박한 마을이지만 사방이 탁 트여있어 힐링할 수 있는 마을이기도 합니다. 과거에는 100여 가구가 거주하던 마을이었는데 철탑이 설치되고, 고령화로 인해 현재에는 30가구만이 살고 있어요. 조용하고 살기 좋은 마을이니 젊은 사람들이 많이 이사 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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