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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7.01 22:41
  • 수정 2022.09.27 18:12
  • 호수 1412

[로컬에서 희망찾기 – 청년이 희망이다 5]
장기요양기관을 운영하는 2세들
“늘어나는 노인 인구…장기요양제도 달라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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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요양사업, 비전 있지만 ‘돈벌이’는 안 돼”
“노인돌봄에 대한 ‘공공의 책임’ 더 커져야”

대를 이어 장기요양기관을 운영하는 2세들을 만났다. 20대부터 40대 초반까지, 이들의 시작은 1세대와는 조금은 달랐다.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이 시행된 것은 지난 2008년으로. 겨우 14년이 지났다.

그 사이 기대수명 연장으로 노인 인구는 크게 늘어났고, 베이비붐 세대가 노년기에 진입하며 노인 복지 서비스에 대한 욕구 역시 높아졌다. 하지만 제도의 사각지대와 종사자에 대한 열악한 처우 등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장기요양보험제도의 시행과 함께 1세대가 시작됐다면, 2세대는 제도의 부족한 부분을 개선해나가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당진시대>와 <당진시재가장기요양기관연합회>가 함께 장기요양기관의 현장의 목소리를 담고 있는 가운데 이번 호에서는 2세대 시설 운영장과 만나 장기요양보호제도의 허점과 미래상에 대해 들었다. 

 

▲ (윗줄 왼쪽부터) 이원홍 성신복지센터장, 마정원 금빛정원주간보호센터장, 천은필 예찬노인복지센터장 (아랫줄 왼쪽부터) 홍순권 신평요양센터장, 박중선 좋은이웃노인전문요양원장, 김은비 효드림노인복지센터

<간담회 참여자 소개>

△홍순권 신평요양센터장(41)
2008년 장기요양보험법 시행 무렵 부모님이 장기요양센터 운영을 시작했다. 아버지가 교직에서 퇴직하면서 주‧야간보호센터로 사업을 확장했고, 아들인 홍순권 센터장에게 함께할 것을 제안해 2012년부터 일을 하고 있다. 

△박중선 좋은이웃노인전문요양원장(34) 
처음엔 장기요양에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시설을 운영하는 부모님의 영향으로 군 입대하기 전 1년 정도 요양보호사로 일했다. 그러면서 장기요양제도를 알게 됐고, 제대 후 본격적으로 사회복지사와 사무실장, 원장을 거치며 업무를 배워 나갔다. 현재는 원장으로 요양원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김은비 효드림노인복지센터 사무장(28) 
현재 어머니가 방문요양 사업을 하고 있어 이 일을 접할 기회가 많았다. 어머니의 권유가 있었고, 지난 2019년 사무원으로 일을 시작하다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해 현재는 센터에서 사무장을 맡고 있다. 

△천은필 예찬노인복지센터 과장(32)
원래는 ‘운동처방사’라는 직업을 갖고 있었다. 일하다 보니 어르신을 보며 노인체육도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노인복지사업을 하는 어머니와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찾다 지난 2020년부터 예찬노인복지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마정원 금빛정원주간보호센터장(41) 
화학을 전공했다. 10년 정도 화학 관련 회사에서 근무하다 적성이 맞지 않음을 느꼈다. 오히려 사람과 관계를 맺는 일에 능력이 있다고 생각해 사회복지를 공부하게 됐다. 아동복지와 노인복지를 고민하다 노인 인구가 늘어나는 것을 보고 사업의 안정성을 느껴 지난 2020년부터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이원홍 성신복지센터장(31)
참석자 중 가장 이른 나이에 이 일을 시작했다. 간호조무사 업무와 봉사를 하면서 복지가 적성에 맞다고 판단했고, 부모님의 제안으로 군 전역 후 바로 요양보호 일을 시작하게 됐다. 21살 어린 나이에 시작했지만, 앞으로 노인 인구가 늘어날 것을 예상하면 이 일에 발전가능성이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Q. 일을 시작했을 때와 지금과 달라진 것이 있나요?

마정원 센터장
“사업을 준비하면서 많은 정보를 수집했고 충분히 센터를 운영할 준비가 됐다고 생각했어요. 자신만만했죠. 하지만 실제로 운영하면서 자신감이 ‘싸그리’ 사라졌습니다. 처음엔 서비스에 중점을 두고 일을 했어요. 하지만 어르신과 보호자, 직원, 건강보험공단, 지자체 등 맺고 풀어야 할 관계가 많다는 것을 알았어요. 지금은 자만심을 내려놓고 배우는 자세로 일하고 있습니다.” 

박중선 원장
“요양보호사로 근무할 때는 어르신을 돌보는 일을 했고, 사회복지사로는 어르신에게 어떤 것이 필요한지, 어떠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어르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지 배우게 됐습니다. 하지만 실장의 입장은 또 달랐어요. 어르신의 인지와 재활에 좀 더 중점을 뒀죠. 원장이 됐을 때는 더 많은 것을 보고 살펴야 했고요. 보통 ‘노인복지’라고 하면 단순히 어르신들을 돌보는 일이라 생각하지만, 다른 사업체처럼 현장과 행정 등 많은 업무들이 맞물려 있어요. 일 할수록 세심한 분야라는 것을 느껴요.”

홍순권 센터장
“직장을 그만두고 장기요양사업에 합류할 당시 장기요양사업이 고유번호증을 발급받아야 하는 비영리 사업이 됐어요. 그전에는 사업자등록증을 발급받으면 됐거든요. 그전에는 일을 잘하면 억대 연봉의 직원도 배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큰 비용을 투자해 고품질의 서비스를 창출하듯이요. 하지만 지금의 제도로는 그렇게 할 수가 없어요. 저비용 저품질이죠. 해가 바뀌어도 장기요양기관에서 종사하는 요양보호사와 사회복지사의 급여는 최저임금 수준이에요. 앞으로 저희가 풀어나갈 숙제라고 생각합니다.”

천은필 과장 
“일을 시작할 때 제가 잘 할 수 있을까, 이루고자 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어요. 현장에 나와서 많이 달라졌어요. 장기요양사업에 대한 비전은 있어요. 하지만 제도의 한계로 현실이 막혀 있어요. 목적을 이루는 게 어렵네요.”

 

Q. 장기요양사업에 ‘비전’이 있다고 하는데, 이에 동의하나요?”

박중선 원장
“지금도 노인 인구가 많지만 앞으로 베이비붐 세대가 노년기에 들어서면 사업 대상자가 더 늘어나요. 많은 수의 대상자를 지금의 제도가 수용할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Q. 장기요양보험제도의 부족한 부분을 언급했는데, 현장에서 느끼는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홍순권 센터장
“장기요양수가 등이 안정이 돼야 하는데 이 문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해요. 한편 지금 장기요양기관을 이용하는 어르신은 전쟁을 겪었고 그 과정에서 충분히 교육받지 못한 세대거든요. 하지만 앞으로 노년기에 들어설 베이비붐 세대는 교육 수준이 지금의 어르신들과는 달라요. 원하는 노인복지의 욕구도 달라서 이를 맞출 수 있는 환경도 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각 기관의 노력도 필요하나 정책이 달라져야 해요.”

김은비 사무장
“열악한 환경의 어르신을 수년간 돌보면서 어르신의 삶의 질을 높이려 노력하는 요양보호사도 많아요. 요양보호사들이 이 일을 노후에 돈을 벌 수 있는 일이 아니라 직업에 대한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대우를 해줘야 하죠. 이를 위해서는 제도 개선이 필요합니다.”

이원홍 센터장
“요즘 물가나 기름값이 많이 올랐어요. 하지만 인건비나 시급은 정해져 있어요. 또 어르신에 대한 장기요양수가가 정해져 있으니 시설을 운영하는 게 쉽지가 않습니다.”

홍순권 센터장
“맞아요. 물가 인상에 대한 지원이 빠르게 현장에 반영되지 못해요. 주‧야간 서비스의 경우 아침과 저녁에 송영서비스를 제공해요. 차량을 운행을 하면 당연히 유류비가 들죠. 물론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정책적으로 유가를 지원해주긴 하지만 시간이 걸리기도 하고, 또 지역의 여건에 맞춰 지원이 안 돼요. 예를 들어 서울의 경우에는 어르신이 밀집해서 거주하고 있지만 당진은 어르신 집집마다 거리가 너무 멀어요. 주유비 외에도 지역의 차이를 반영하지 못한 부분이 제도에 많아요.”

박중선 원장
“요양보호에 대한 인식도 어려운 부분이에요. 일부 어르신들은 요양보호사를 가정부처럼 인식해요. 그리고 또 보호자도 장기요양보험제도에 대한 이해도가 아직도 부족해요. 요양병원을 안 가도 되는 어르신이 가서 안 좋아지는 일도 있고, 주간보호를 받아야 하는데 치매안심센터를 다니는 분도 있어요. 어르신이 불필요한 서비스를 받지 않도록 정부의 홍보가 필요해요. 또 직접과 간접 인력으로 나눠 지원하는 것은 악습 중 하나에요. 기관에서 직접 인력은 어르신을 모시는 요양보호사·간호사 등이죠. 대부분 직접 인력에 대한 지원이 이뤄져요. 하지만 운전사·조리사·사무원 등도 어르신을 위해 일을 하거든요. 동일한 처우와 동일한 지원이 필요합니다.”

 

Q. 이 일에 관심 갖는 사람이 있다면 주변에 이 일을 추천할 건가요?

천은필 과장
“종종 친구들이 제 일에 관해 물어봐요. 저는 좋거든요. 힘들어도 어르신들이 좋아지는 모습을 보면 행복하고 보람을 느껴요. 하지만 인식 때문인지 친구들은 제 이야기를 들어도 ‘그래도 나는 못 할 것 같다’고 해요. 요양은 결국 우리가 갈 길이거든요. 나이가 들면 요양시설에 들어가고 서비스를 받게 되는데도요.” 

마정원 센터장
“이 사업에 비전은 있어요. 사업의 안정성을 보면 추천하죠. 하지만 사업의 실태를 아는 입장으로는 만류할 수도 있어요. 처음으로 돌아가 이 일을 시작한다고 하면,  하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잠시 보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왜냐하면 제도의 한계를 알고 있으니까요. 저희가 아무리 외쳐도 제도가 바뀌는 것에 한계는 있어요. 그래서 처음으로 돌아간다면 현장이 아니라 공부를 해서 제도를 개선하는 데 힘을 보태고 싶어요.”

이원홍 센터장
“추천해요. 보람을 느끼거든요. 거동이 어려워 누워만 계셨던 분도 재활을 받고 걷는 것을 보면 정말 뿌듯해요. 그래서 친구들에게 꼭 해보라고 추천합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마정원 센터장
“수도권에서는 ‘운동하러 갈게’, ‘밥 먹으러 갈게’라면서 주간보호센터를 와요. 하지만 당진은 내 밥을 차려 줄 사람이 없을 때, 걷지 못할 때, 농사 일마저 못할 때 오는 곳이 센터라고 생각해요. 이미 허리가 굽어져 있고 아픈 상태에서 센터를 오면 재활을 해도 큰 도움을 드리지 못해요. 센터 이용에 대한 인식 개선이 필요하고, 각 센터에서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센터도 대상자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도 계속해서 이어가야 하고요.”

김은비 사무장
“저는 어르신과 요양보호사, 보호자 모두 요양제도에 대한 인식이 좋은 쪽으로 향상되는 것을 꿈꿔요. 어르신은 물론 보호자도 요양보호에 대한 인식이 좋아졌으면 합니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박중선 원장
“노인 돌봄이나 노인 복지에 대해 장기요양이 많은 부분을 담당하고 있지만 엄연히 공공에서 해야 할 일이에요. 지자체에서도 이를 분담해줬으면 해요. 이를 위해서는 현실적인 부분을 지원하는 것이거든요. 직접‧간접 인력에 대해 구분 없이 지원하고 상하수도나 전기 등 공공 인프라 부분을 지원하는 것들이요. 그리고 주간보호의 경우에는 어르신 7명을 직원 1명이 돌봐요. 집에서는 가족 4~5명이 어르신 1명을 보거든요. 챙겨야 할 어르신이 많으니 힘들죠. 요양보호사 이직률도 높아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한다면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천은필 과장 
“이 일을 생각하는 분들에게 말하고 싶은 게 있어요. 이 일을 비즈니스 목적으로 해도 좋고, 어르신을 위하는 마음으로 시작해도 좋은데요. 진심을 갖고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어르신에게 마음을 전달하는 좋은 사업으로 만들어갔으면 좋겠습니다.”

홍순권 센터장
“몸이 안 아플 수도 있지만 늙는다는 것은 누구나 피할 수 없는 일이거든요. 건강보험료를 내는 것에는 아까워하지 않잖아요. 장기요양보험료도 마찬가지예요. 장기요양기관도 병원과 같은 체계를 갖췄으면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 구성원의 합의가 필요하겠죠.”

 

※이 기사는 2022년 충청남도 지역언론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제작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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