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시대(webmaster@djtimes.co.kr)
내년이면 노인 소리를 듣는 나이 예순이다. 언니는 벌써 환갑을 넘겼다. 언니와 나는 모두 결혼해 자식을 다섯씩 두었다. 많은 가족들 틈에서 다복하게 살지만 언니와 나의 이 사진 한 장에는 언니와 나만 아는 슬픔이 있고 그리움이 있다. 언니는 스물 한 살, 나는 열여덟이었던 그 때 세상에서 우리가 의지할 데라고는 우리 둘 뿐이었다. 언니는 내게, 나는 언니에게 기대어 살았다. 6.25 전쟁으로 세상에 남은 핏줄이라고는 언니와 나 뿐이었던 것이다. 사진 찍는 일이 흔치도 않았던 때지만 우리는 행여 서로를 잃을까, 아니면 잊어버릴까 사진관을 찾았다. 당시 경찰서 앞에 있는 현대사진관이었다. 결혼 전의 추억을 더듬을 수 있는 건 이 한장의 사진뿐. 우리 자매는 그때 그 다짐을 그냥 간직하고 산다. 지금도 아래 윗집에 나란히 산다. 그 긴 세월을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젊었던 두 사람의 얼굴은 거미줄같은 주름살로 뒤덮이고 이젠 딸아이들이 내 젊음을 이어받았다. 올해도 막내딸은 이 사진을 보며 “어쩜 붕어빵도 이런 붕어빵이 다 있어?”라며 깔깔 웃어댄다. 사진 속의 내모습이 막내딸의 모습과 똑같은 까닭이다. 나의 또다른 분신, 딸아이들이 소중하고 마음이 아플만큼 예뻐보이는 것은 그래서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