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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입력 2022.10.28 23:07
  • 호수 1428

[노동칼럼] SPC 불매운동과 시민행동
박인기 spc사회적합의이행 촉구 당진시민행동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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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SPC그룹에 대한 사회적 비난이 끊이지 않고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름조차 생소했던 회사가 이렇게 많은 사람의 분노의 대상이 된 것은 여성 청년노동자의 죽음과 그 죽음을 대하는 SPC자본의 태도였다. SPC그룹은 사고가 발생한 지 불과 하루 만에 사고현장을 흰 천으로 가리고 작업 계속하도록 지시했다. 이러한 취급은 받은 노동자들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노동자들은 바로 전날 동료의 시신을 수습해야 했다. 동료의 죽음에 대한 슬픔과 애도, 같은 현장에 대한 충격과 공포, 그리고 평생 가져야 할 트라우마…. 인간의 존엄함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마저 외면한 SPC에 대한 분노는 당연한 것이다. 고인의 빈소에 가져다 놓은 빵 또한 가족과 지인들에게 어떤 고통이었을지 그들은 모를 것이다.

 SPC 허영인 회장이 사회적 압력에 밀려 대국민 사과를 했다. 그리고 이틀 뒤 또다시 SPC그룹사인 샤니 제빵공장에서 산재사고가 발생했다. 그로인해 뒷북사과란 빈축에 이어 사과의 진정성에 대한 회의론도 일어났다. 그도 그럴 것이 모든 중대재해 이후 대국민 사과라며 내놓은 방안들이 하나같이 똑같기 때문이다. 안전시설을 확충한다느니 작업환경을 개선한다느니 이를 위해 돈을 얼마 투자하겠다느니 하는 것들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으로 산업재해를 멈추게 할 수는 없음을 잘 알고 있다. 왜냐하면 산업재해의 원인이 표면적으로는 열악한 노동환경과 미비한 안전조치로 귀결되지만, 그 기저에는 생산량 증대를 위한 노동자 쥐어짜기 시스템이 작동되기 때문이다. 결국 자본의 이윤추구와 인간의 권리라는 두 축에서 어디에 무게 중심을 둘 것인가의 문제이다.  

현재 전국적으로 SPC 상품 불매운동이 무섭게 번지고 있다. 이렇게 SPC에 대한 분노와 비난이 더 유별한 이유는 산업재해를 대하는 태도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이윤추구에 눈 먼 나머지 사회적 약속마저 저버리고 노동자를 탄압한 SPC가 스스로 초래한 결과이기도 하다. 지난 2017년 SPC 파리바게뜨는 무려 5300여 명의 청년 제빵기사들을 불법파견 형태로 고용하고 있다는 것이 고발되며 사회적으로 큰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청년의 미래를 볼모로 이윤을 축적하는 악덕 기업의 이미지는 노사는 물론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까지 참여하여 만들어 낸 사회적 합의로 지워졌다. 노동자들은 자회사를 통한 고용을 허용하는 대신 회사는 본사 수준의 임금보장과 부당노동행위 중단, 노사관계를 정상화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었다. 그러나 5년이 지난 지금 이러한 합의는 지켜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SPC측은 사회적 합의 이행을 촉구하는 노동자들에게 탄압으로 일관하고 있다. 노동조합 탈퇴를 강요하고 조합원에 대한 승진 차별과 직장 내 괴롭힘, 협박 등을 자행했다. 이러한 사실은 노동부와 사법기관에서 인정한 사례들이다. 이 뿐만 아니라 노동자들은 기본적인 휴식권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고 일상적인 성차별과 모성권 보호 권리마저 외면당하고 있다는 증언을 쏟아내고 있다. 이것이 과연 2022년도에도 가능한 것인가 싶을 정도이다. 이렇듯 SPC 자본은 마치 자신들의 문제가 시민들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순간만을 기다렸다는 듯 사회적 합의마저 외면하고 이윤추구를 위해 노동자를 탄압하고 있었다.  

이제 우리는 자본의 이윤추구 자유를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그것은 다른 말로 인간의 권리보호를 위한 자본의 규제 문제이기도 하다) 다시 살펴봐야 한다. 그러한 차원에서 현재 정부와 여당에 의해 다시 논란이 되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제대로 시행되도록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또한 SPC 그룹에 대한 시민들의 불매운동과 같은 시민의식 또한 매우 중요한 시기이다. 57일간의 단식 등 노동자들의 처절한 투쟁에도 꿈적하지 않던 SPC자본이 시민들의 불매운동에 당황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성숙한 시민의식이 갖는 힘일 것이다. 시민들의 관심이 사회적 합의를 끌어냈듯이 이제 시민들의 힘으로 사회적 합의를 실현할 시간이다.

지난 8월 당진에서 19개의 시민단체들이 모여 SPC 사회적합의 이행촉구 당진시민행동이라는 연대체를 만들었다. 전국적으로 워낙 큰 이슈인 만큼 이제 지역에서도 SPC의 문제에 대한 관심이 점차 커지고 있다. 보다 많은 당진시민들이 이 운동에 함께 해주길 기대한다. 그것이 세상을 더 아름답게 만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돈보다 사람을… 이윤보다 생명을….

SPC그룹의 대표적인 브랜드는 포켓몬 빵을 만드는 삼립을 비롯해 파리바게트, 던킨도너츠, 베스킨라빈스31, 파리크라상, 파스구치, 샤니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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