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을 정리하다 33년전 장인어른과 장모님의 약혼사진을 발견하였다. 당시 서산 기상대에서 공직에 몸담고 계시던 장인어른은 중매로 태안 원북에 사시던 장모님을 만났다. 결혼식도 아닌 약혼식에서 기념사진을 남기던 풍속이 요즘의 시각으로서는 다소 낯설게 느껴진다. 맏아들이었던 장인어른은 가업을 이어야 한다는 부모님의 말씀을 좇아 공무원 생활을 그만두고 대덕리에서 줄곧 농사를 지으며 5남매를 키우셨다. 훌륭하신 장인어른의 보살핌으로 내게는 다소 과분한 지금의 아내를 맞게 됐다. 그렇게 곱고 멋있었던 그 시절의 모습은 다 어디로 갔는지 모르고 지금은 이마에 주름살만 남아있는 모습이 애처롭기만 하다. 자녀를 모두 훌륭하게 성장시키셨으니 이제 남은 인생은 부디 편안히 사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