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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소개
  • 입력 2001.07.31 00:00
  • 수정 2017.08.10 17:16
  • 호수 381

조순형 사무차장이 추천하는 <영원의 아이>
아동학대를 테마로 가족이란 무엇인가, 가족관계의 비극성 드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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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텐토아라타
옮긴이/ 김난주
출판사/ 살림
값/ 8,000원

조순형
당진참여연대
사무차장

아동학대를 테마로 가족이란 무엇인가,  가족관계의 근원적 비극성 드러내


“이 책을 읽다보면 지금까지 너무도 친밀하고 따스하게만 여겨졌던
가족이란 인간관계가,
문득 미궁처럼 그 속을 헤아릴 수 없는 두려움의 대상으로 다가온다.”

나에게 때때로 감당할 수 없는 일과 충격들이 닥친다. 이 소설이 그랬다.
이 소설은 현대의 가장 깊은 병폐 중의 하나인 아동 학대를 테마로 ‘가족이란 무엇인가’란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
지금까지 ‘가족’을 그린 소설들은 많았지만, 가장 가까운 인간 관계이기에 더욱 쉽게 서로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다는 가족 관계의 근원적인 비극성을 이처럼 선명하게 드러낸 소설은 드물지 않았나 싶다.
작가 텐토아라타(天量荒大.39)는 86년 ‘하얀 가족’으로 제3회 노세지다이(野注時代) 신인상을 수상하면서 등단한 일본작가이다. 96년 ‘가족사냥’으로 야마모토 슈고로(山本周五郎) 상을 수상하면서 주목받는 차세대 작가로 급성장했다.
그는 가정폭력, 이지메(집단따돌림), 신흥종교 등 현대 일본사회의 병리를 솔직 담백한 문체로 풀어낸다
‘영원의 아이'는 올해 일본 출판계를 시끌벅적하게 만들면서 나온 그의 신작이다
소설은 12살 어린 시절, 외떨어진 바닷가에 서 있는 소아정신과 병동에서 만나는 세 아이의 이야기와, 17년 세월을 건너뛰어 성장한 어른으로 다시 재회하는 세 사람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소아정신과 병동에 모인 17년 전의 세 아이들에게, 삶이란 증오와 저주와 죄의식이다.
그러나 구원을 얻고자 계획한 살인은 새로운 죄의식을 낳는 올가미가 되었을 뿐이다.
어둡고 상처입은 어린 시절과 죄의식마저 공유하고 있는 세 사람은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보듬을 수 있는 사이다.
그렇기에 서로의 발목을 포박하고 홀로서기를 저해하는 사이이기도 하다.
17년의 세월을 두고서도 해소될 수 없었던 죄의식이, 마냥 억눌려 있었던 어둠의 에너지가, 복수라는 잔인한 형태 또는 자살이라는 참혹한 형태로 이 세상을 향해 돌발적으로 폭발하는 것이다.
우리에게도 낯익은 일본 최고의 소설가 무라카미 류는 이 소설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충격이란 말로는 도저히 모자란다. 텐토 아라타는 소년, 소녀들의 장렬한 성장을 극명하게 그려냈다.
최고의 미스터리는 바로 인간의 내면에 있다. 이 생명의 이야기가 사랑스럽고, 그리고 너무도 경이롭다.’
‘영원의 아이’를 읽다 보면, 지금까지 너무도 친밀하고 따스하게만 여겨졌던 가족이란 인간 관계가, 문득 미궁처럼 그 속을 헤아릴 수 없는 두려움의 대상으로 다가온다.
심지어는 신이 지금까지 숨겨 놓은, 혹은 봉인해 놓은 가족 관계의 또 다른 모습이 현대 사회와 맞닥뜨리면서 어쩔 수 없이 드러나고 만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그만큼 이 소설이 가족이란 관계가 애증을 넘어서서 아주 난폭하고도 황폐한, 공포와 경악의 온상일 수도 있음을 처절하게 깨우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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