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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
  • 입력 2022.12.23 20:45
  • 호수 1436

“대호지가 우리나라 서양음악 도래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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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섭 성신여대 교수가 연구한 논문에 실려
개항기 독일 상인 오페르트 조금진으로 들어와
선상 연회 열고 아코디언·바이올린 연주 들려줘

▲ 사진=픽사베이

우리나라에서 서양인이 처음으로 서양음악을 들려준 장소가 대호지면 조금리에 위치한 조금진이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돼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성신여대 문화산업예술대학원 김정섭 교수는 지난 2월 <당진 조금진의 엔터테인먼트 명소 전환을 위한 문화적 장소성과 문화적 리브랜딩 전략>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해당 논문에서 김 교수는 “서양음악이 우리나라에 언제 처음 도래했는지는 대중음악을 포함해 국내 엔테인먼트 발달사를 논할 때 매우 중요한 논제”라며 “세계에서 각광받고 있는 케이팝(K-pop)은 개항기에 서양인에 의해 한반도에 본격적으로 유입된 서양음악과 국내 대중음악의 다양한 요소가 혼종화·융합화해 재창조된 산물이라는 것이 학계의 중론으로, 서양음악과 우리음악의 요소가 서로 결합돼 새롭게 창조되었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이 논문은 개항기 ‘오페르트 도굴사건’으로 유명한 독일 상인 오페르트가 1880년에 쓴 여행기 <금지된 땅: 한국으로의 항해, A Forbidden Land: Voyages to the Corea> 원서와 역서 <금단의 나라 조선> 등의 문헌을 참고했다. 논문에 따르면 오페르트의 여행기와 <고종실록> 등 관련 문헌을 종합하면 독일 상인 오페르트는 영국 상선 로나호를 타고 1866년 2월 12일 해미현 조금진에 도달해 선상(船上) 연회를 개최했다. 조선에 통상을 요구하기 위해 해미현감 김응집을 비롯해 조선관원을 선상 연회에 초청했으며, 음식과 술을 대접하면서 서양의 아코디언 연주곡과 바이올린 연주곡 등을 대형 뮤직박스를 통해 들려줬다는 것이다. 

여행기에서는 “큰 뮤직박스들을 틀자 해미현 수비대장은 체면을 고려하지 않고 박자에 맞춰 춤을 추기 시작했다. 수비대장은 평범한 손풍금의 음색에 빠져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매우 흥겹고 놀라운 표정을 지으며 음악에 맞춰 춤추고 노래했다”라고 당시 조선인의 반응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보다 앞서 1845년 6월 30일 제주도 인근 남해상의 선상(船上)에서 오르골 형태의 뮤직박스를 처음 틀어줬다는 기록이 1848년 발간된 에드워드 벨처(Edward Belcher) 함장의 여행기에 나오지만, 구체적 지명과 악곡 형태가 제시된 것은 조금진의 기록이 처음이다. 

김정섭 교수는 “조금진은 구체적인 서양의 악곡이 서양인에 의해 시연된 국내 최초의 장소로서 역사성을 갖는다”며 “조금진은 ‘서양음악의 첫 도래지’로, 마을을 새 단장해야 된다는 결론에 다다랐다”고 밝혔다. 그는 지역주민과 지역·역사·문화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이와 같은 역사적 근거를 바탕으로 스토리텔링과 마을복원, 상징물 복원, 기념행사 등을 제안했다. 

이번 논문에 대해 남광현 당진시 문화관광과 문화재팀장은 “당진의 역사와 관련해 매우 재미 있고 흥미로운 연구 결과”라며 “하지만 이 논문을 근거로 각종 하드웨어 사업을 성급히 추진하는 것보다 기존에 진행돼온 대호지면 면민노래자랑(콩쿨대회)와 같이 소프트웨어부터 하나하나 차근차근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관련 칼럼 B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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