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실시간뉴스
편집 : 2024-04-26 19:24 (금)

본문영역

한 달 새 목욕탕 전기요금 700만 원 올라
[르포] 줄줄이 오른 난방비·전기요금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월 한파로 2월에 더 큰 난방비 폭탄 예상돼”
요식업·목욕탕업·농가 등 서민 고통 가중
“한계 몰린 소상공인…지원 대책 필요해”

가스와 전기 등 난방비가 인상되면서 시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코로나19로 힘든 시기를 겪고 최근 마스크 착용 의무 완화와 코로나 엔데믹(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 시대로 전환하면서 경제가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지만 난방비 폭탄으로 시민들은 또 한번 혹독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한 달 새 3배 오른 도시가스 요금

대덕동의 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A씨는 도시가스 요금 명세서를 보고 깜짝 놀랐다. 가스비가 한 달 새 3배 오른 14만5000원이나 나왔기 때문이다. 전기세를 포함한 관리비 역시 한 달 새 4만 원가량 올랐다. A씨는 “세대전기료와 공동전기료를 비슷하게 사용했음에도 관리비가 많이 올랐다”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공사에 따르면 이달 받는 관리비 고지서에서 지난달 사용분의 전기료는 평균적인 4인 가구(겨울철 월평균 사용량 304kWh) 기준으로 전년 동기보다 1만1200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써 1년 새 전기료가 4만5350원에서 5만6550원으로 약 25.7% 상승했다.

4인 가구의 주부 B씨는 “난방비가 오른다는 소식을 듣고 각 방의 보일러를 끄고 거실만 난방을 틀었고, 자녀들에게도 욕조에 따듯한 물을 받지 못하게 하는 등 난방비 절감을 위한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고 전했다. 이어 “1.5룸에 사는 지인의 경우 가스비가 많이 나와야 8만 원 나오는데 이번에 17만 5000원이 나왔다고 한다”면서 “도시가스 비용이 굉장히 많이 올라 놀랐다”고 덧붙였다.

난방비 폭탄에 자영업자 ‘한숨’

난방비 고지서가 불러온 충격은 일반 가정뿐만 아니라 자영업자에게도 큰 타격을 주고 있다. 1년 새 도시가스 요금이 크게 인상된 데다 전기료를 포함해 물가 상승률이 커 일반가게 등 자영업자들의 한숨이 커지고 있다.

원도심에 자리한 한 아동의류 매장에서는 전기세가 이전보다 6만 원 오른 20만 원이 부과됐다. 김수하 대표는 “전기세 아낀다고 오후 5시가 되면 불을 꺼두곤 했는데도 올랐다”며 “주변의 다른 가게에서도 2배에서 그 이상 전기세가 올랐다고 이야기 들었다”고 말했다.

실내 스포츠시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시곡동에 자리한 200평 규모의 당진탁구스포츠센터의 경우 이번에 전기세가 지난해(20만 원) 대비 30만 원 오른 약 50만 원이 나왔단다. 오범석 관장은 “이곳은 연중무휴인 데다 언제든지 사람들이 출입해서 시설을 이용할 수 있고 이용자도 많아서 계속 난방기기들을 사용해야 해 난방비 상승에 따른 어려움이 있다”고 전했다.

읍내동에 위치한 헬스장 ‘핫플짐’ 장동찬 대표는 “보통 한 달 전기세가 120~130만 원 든다”며 “오전 6시부터 자정까지 난방을 풀 가동하는 만큼 전기세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그나마 다행히 우리는 은행 대출이 없지만, 만약 자영업자가 은행에서 대출받아 상가를 운영한다면 대출 금리와 더불어 난방비 폭탄까지 더해져 더욱 힘들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스 사용 많은 요식업계도 휘청

가스 사용량이 많은 요식업계도 걱정이 많긴 매한가지다. 가스비를 비롯한 난방비 부담으로 한 식당에서는 밤 10시가 되면 난방기를 끄고 운영하기도 한다고.

송악읍 기지시리에 위치한 고깃집 마포네에서는 이번 가스비가 평균보다 20만 원이나 더 나왔단다. 마포네 측은 “고깃집이라 저녁부터 장사하는 데다 손님상에는 숯불을 사용한다”며 “가스는 주방에서 반찬 만들고 요리할 때만 사용하는데도 이전보다 가스비가 너무 많이 올랐다”고 말했다.

지난 7일 한국가스공사에 따르면 이번 달 음식점업, 숙박업, 이·미용업 등 영업용으로 공급되는 민수용 도시가스 도매요금은 동절기 기준 메가줄(MJ)당 16.9768원이다. 이는 지난해 2월 11.5323원 대비 5.4445원(47%) 오른 수준이다.

하루 종일 육수를 끓이는 국밥집의 경우 가스 소모가 더 많다. 수청동의 한 국밥집 대표 C씨는 “가스비가 평소보다 100만 원 정도 더 나왔고, 전기요금도 이전보다 10여만 원 오른 것 같다”며 “우리 말고도 음식점 업주들은 다들 상황이 같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장수 (사)한국외식업중앙회 당진시지부장은 “가면 갈수록 경제 상황이 어려워진다”면서 “식자재값, 가스비, 인건비까지 안 오른 게 없는데 그렇다고 음식값을 인상하기에는 손님이 줄까 봐 경영난만 악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동안 음식점들이 조금이라도 운영비를 줄이고자 새벽에 일찍 일어나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을 가는 등 정말 쥐어짜면서 운영해왔는데 이젠 그조차도 힘들어 폐업하는 곳도 많다”고 말했다.

“매출은 감소, 고정비는 증가”

또한 난방비 폭탄은 목욕탕 업주들의 어깨를 무겁게 하고 있다. 당진워터프리아를 운영하는 김옥진 대표는 겨울철 전기요금 고지서를 떠올리며 착잡함을 감추지 못했다. 12월 전기세가 2300만 원, 지난달 고지서에는 700만 원이 늘어난 3000만 원이 적혀 있었다.

이곳에는 남탕과 여탕에 각각 탕 5개, 찜질방 시설이 마련돼 있다. 이곳은 문을 여는 오전 4시30분부터 문 닫는 오후 11시30분까지 열탕의 경우 43도를, 온탕은 40~41도를 유지하고자 거의 온종일 전기보일러를 가동한다. 목욕탕 업종 특성상 손님이 없어도 늘 탕을 따듯하게 데워 둬야 하기 때문이다.

김옥진 대표는 “코로나19 이전에는 24시간 운영하면서 보통 전기세가 3000만 원 나왔는데, 현재 코로나로 단축 영업을 하는데도 3000만 원이 넘게 나온 것”이라며 “만약 이전처럼 24시간 풀로 운영했다면 4000만 원을 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곳은 15년 전만 해도 가스 난방을 하다 난방비 부담이 커서 전기 난방으로 바꿨단다. 김 대표는 “코로나19로 인해 손님은 감소하는데 운영비는 올라가니 결국 지난해 목욕 요금을 1000원가량 인상할 수밖에 없었다”며 “6년 만에 요금을 인상했다”고 전했다.

다른 목욕탕 업체도 상황은 비슷하다. D 목욕탕 관계자는 “난방비 부담이 보통 일이 아니다”라면서 “손님은 줄고 수도권과 지방은 목욕 요금 차이도 큰데, 지방이라 그런지 요금 인상하기도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겨울철, 숙박업계 비수기지만…

숙박업의 경우 겨울에는 여행객 등 숙박시설을 이용하는 유동인구 자체가 줄어든다. 이 때문에 겨울철 3개월 동안은 매출은 감소하는데, 객실이 비어 있어도 온도를 일정 수준 유지해야 하니 난방비는 계속 부담된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한 숙박업자는 “전년과 비교하면 체감했을 때 약 20%는 난방비가 오른 것 같다”며 “아직 1월분 요금이 나오지 않았지만 1월이 전년 12월보다 추웠기 때문에 난방비는 전달보다 더욱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소비 심리 위축에 난방비 인상 여파까지 더해져 한계에 몰린 소상공인들은 난방비 요금 할인이나 납부 유예 등을 요구하고 있다.

유명열 당진시소상공인연합회장은 “인건비 상승, 금리 인상과 고물가, 코로나 등으로 소상공인들은 한계 상황에 직면해 있다”면서 “이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지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와 지자체는 이러한 극한의 위기를 외면하지 말고 지원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전했다. 

난방비 상승에 농가 부담도 커

한편 난방비 급등은 겨울철에도 실내 온도 유지가 생명인 화훼 농가, 시설원예 농가에도 치명적이다. 농가들은 겨울철에도 작물을 재배하기 위해서 전기나 등유 난방으로 적정온도를 유지해야 한다. 영하를 밑도는 겨울 날씨에는 뚝 떨어진 온도를 올리기 위해 난방비가 평균보다 배는 이상 청구된다.

지난 2일 한국전력에 따르면 2022년 4분기 농사용 전기요금은 1kWh(킬로와트시)당 49.2원으로, 재작년 같은 기간보다 12.3원, 30% 넘게 올랐다. 게다가 올 1월부터 적용되는 농사용 전기요금은 53원으로 더 올랐다. 등윳값도 크게 올랐다. 한국석유공사 가격정보 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올해 1월 면세 등유 가격은 1L당 1297원으로 지난해 1월(933원)보다 40% 가까이 올랐다.

참딸기농원에서는 2400평에 비닐하우스 10동 규모로 딸기 농사를 짓고 있다. 이곳에선 등유로 난방을 하고 있는데 평상시 최소 8도를 유지해야 하고, 가장 온도가 떨어지는 오전 5시에서 7, 8시까지 두세 시간은 10~11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참딸기농원 임관태 대표는 “지난해 난방비로 1100만 원 정도 나왔다”며 “올겨울 날씨가 추워 난방비가 많이 들기도 했는데 이번 겨울에는 난방비가 1500만 원~1600만 원으로 30~40% 올랐다”고 말했다. 이어 “난방비 상승과 더불어 딸기를 키우는 데 들어가는 수입 비료 등 자재비와 인건비 등도 줄줄이 올랐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당진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5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