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한국문인협회 당진지부와 함께하는 작가 시 한 편]
어떤 재판
한 할마시 지팡이를 짚고 가시네
땅을 짚을 때마다 땅, 땅, 땅,
끝이 다 닳은 막대그래프 하나가
재판봉을 두드리듯
가시네
뭔가 켕기는 것들
뒤가 찜찜한 것들
짐짓 놀란 듯
앞뒤좌우로 흘끔거리는데
게 섰거라, 가 아닌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다녀라는 듯
땅, 땅, 땅,
대충 딛는 것 같아도
의사가 환자의 가슴에 청진기를 대듯
땅의 아픈 곳만 골라 딛는 저 내공,
지팡이는 은유적이지만 소리는 단도직입적
땅, 땅, 땅,
힘이 부친 듯 잠시 서서
숨비소리 길게 내쉬고
죽비를 내리치듯 땅, 땅, 땅,
죄와 무죄를 언도하시네
>> 김겨리 시인은?
- 한국문인협회 당진지부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