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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2024-04-26 19:2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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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밤에 비가 오면
마당 가 꽃밭에서
작년에 못다 핀 꽃나무의 그림자들이
물에 젖은 머리칼을 풀어뜨리며
제 발등을 촉촉히 적셔 주고 있고

봄밤에 비가 오면
세상 모르고
잠 깊은 여자여
그대 풀빛으로 무르녹은 몸통을 뒤져
밤새도록 풀냄새를 맡아 봐야겠고

봄밤에 비가 오면
빗소리를 가차이 귀에 듣는
사람도 빗물처럼
흙 속으로 젖어들고
뿌리가 허옇게 내린 잠 좀 자야겠다


시인 서 정 춘
1941년 전남 순천 출생
순천 매산고등학교 졸업
1968년 신아일보 신춘문예 당선
편저 <시인의 돌 designtimesp=10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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