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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하듯이 살려구요” - 민속주점 ‘구름에 달가듯이’김광태·이삼선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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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적인 분위기, 추억으로 젖어들게 하는 70~80년대의 통기타 음악, 넉넉한 미소의 주인 아저씨와 아줌마. 당진읍 신시장 새마을금고 맞은 편에 위치한 주점 ‘구름에 달가듯이’를 처음 접한 인상은 그러하다.

“우린 별로 할 얘기가 없는데...”
수줍은 듯한 표정으로 시원한 냉꿀차를 내오시는 주인 아주머니의 첫 마디다.
부부가 함께 운영하는 ‘구름에 달가듯이’의 김광태(42)·이삼선(38) 부부를 만나, 사는 모습을 엿보았다. 이 부부의 인연은 1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인연이 있긴 있는 것인지 김광태씨는 신평이, 이삼선씨는 송산이 고향임에도 두사람이 처음 만난 건 안양에서였다. 86년 5월에 친구소개로 만난 두 사람은 만난 지 넉달만에 약혼을 하고 그해 12월16일에 결혼을 했다. 불꽃 같은 사랑을 한 것은 아니지만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결혼을 하게 됐다고 한다.
양쪽 집안에서는 결혼하기 전 부모님들끼리 먼저 가까워져 양가 축복 속에서 결혼을 해 안양에다 살림을 차렸다.
“짚신도 짝이 있다는 말이 맞나봐요. 원래 제 성격이 조용해 드세고 강한 경상도 여자를 만나기를 원했는데 제 아내 첫 인상이 차가워 맘에 들었거든요. 그런데 사귀다보니 성격이 내성적이고 말도 별로 없고 오히려 저와 비슷한 점이 많더라구요.”
남편의 말에 아내 이씨는 “전 이 사람 자상한 면이 맘에 들어 짧은 연애기간이었는데도 결혼결심을 했어요”라며 미소를 짓는다.

처음부터 당진에 내려와 산 것은 아니다. 남편 김씨는 안양에서 사업을 하고 있었다. 김씨 말로는 그런대로 잘 나가던 사업이었는데 누구도 피해갈 수 없었던 IMF를 맞으며 주저앉게 됐다. 사업실패의 실의도 있고 타향살이의 어려움도 맛본 김씨는 정이 살아있는 고향으로 곧바로 내려왔다.
“내려와서 직장을 다녔죠. 그런데 사업만 해서 그런지 직장이 맞지 않더라구요. 그래서 3년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한동안 백수생활을 하다 처남이 하던 이 일을 하게 됐죠.”
집에 들어가는 시간이 보통 새벽 3~4시인데 가장 미안한 건 두 아들 진수(16살)와 성수(15살)다.
“그래도 아이들이 착해요. 가끔 짜증 낼 때도 있지만 부모 마음을 어느 정도 알고 자기들끼리 밥도 챙겨먹고 청소도 하고...”
이씨는 여느 엄마처럼 일일이 챙겨주지 못하고 신경 못 써주는 것이 못내 미안하고 마음이 아프다.

“부부싸움요? 하죠. 왜 안 해요.”
두사람 모두 워낙 조용한 성격이어서 다툼도 없을 것 같아 물어 봤더니 돌아온 대답은 이랬다.
“일단 기분이 상할 때는 말을 안해요. 계속해서 얘기해봤자 감정만 상하고 감정이 상하면 말을 막 하게 되잖아요. 나중에 일 다 끝나고 술 한잔 기울이면서 속상했던 일 얘기하면서 풀죠. 결혼한 지 16년이 됐지만 크게 싸워 본 적은 없어요. 싸우다가도 서로 적당히 포기를 하게 되더라구요. 싸움을 잘 못하는 거죠”
부부가 하루종일 함께 있다는 것이 힘든 면도 있을 법한데 오히려 아내 이씨는 “일하는 데 있어서 남편이 든든한 힘이 된다”며 “남편 성격이 워낙 자상해 집안살림도 많이 도와준다”고 자랑을 한다.
그러나 남편이 처음 함께 이 일을 하자고 할 때 이씨는 무척이나 만류했다고 한다.
“친구들이 남편과 함께 일하지 말라고 하더라구요. 자주 부딪치고 싸우게 된다고요.”

지금은 표정만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서로에 대해 너무 잘 안다는 두 사람은 아직도 안양에서 알고 지냈던 사람들이 종종 찾아올 정도로 넉넉한 마음을 갖고 산다.

“사는 데 욕심 안부려요. 남 조금씩 배려해주고, 빚 안 지고, 아이들 잘 크면 그것이 후회 없는 삶 아니겠어요?”
두 사람의 소박하지만 삶에 대한 나름의 철학이 담긴 한 마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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