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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읽는 오후 - 당진작가들의 시 한편] 외로운 가을, 봄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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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우림씨

평창읍 하리에서 이 세상 끝의 그대

나무들도 겨울을 탄다
그냥 떠나본 가출이었다
치도곤한 사랑
안타까운 칼부림 하나 없는
내가 불쌍해서 견딜 수 없었다
쓸쓸하기로 말하면
해질녘 듬성듬성 간간히 떨어져
바람에 쓸려가는 갈대만 할까?

참새 떼는 대나무 숲에 은신해 숨어들고
곰팡내 나는 여관방 파리한 형광등...
쓸데없는 사연들이 덮고 잔 이부자리

누구엔가 말을 걸고 싶은데
평창읍에서도 그대는 없다

늙은 승객 서너명 실은 마지행 완행버스
순해터진 똥강아지 장바구니에 담겨
제 발만 핥고 있다
간밤의 꿈은 내 상처를 배경으로 깔았나?

처연하게 사랑하고 싶은데
배반에 턱이 떨리고
내 나이가 위태한데도
상식적인 조율로 묶어둔다

이제는 조바심도 금물이고
때 없는 열정도 삭여야 한다고?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연애에
분위기가 궁금해지지 않아?

이 세상 끝의 그대는
평창읍 하리에도 없고
내 사랑이 다시 아프다

어느집 굴뚝에서 흰 연기 오르면
난, 그냥 마구...
기어들어 가고 싶어지지
.

  여름에 비가 내리는 숲, 하우림. 한적한 오후, 남산공원에서 만난 그녀의 숲에는 여름비 대신 가을비가 내리고 있었다. 열정적이었던 젊은 날을 회상하는 그녀의 어깨 위로...

  9년 전, 하우림씨는 평창읍 하리를 찾았다. 첫 소설이 세상에 나오고 1년이 지났을 때였다. 그녀는 당시를 “혹독한 가을이고 끝없는 터널을 지나는 것 같았다”고 회상했다. 그것은 여자로서 나이 들어감에 대한 내면의 돌아봄 일수도 있고 새로운 곳으로의 진입을 앞둔 낯설음과 외로움일 수도 있다고. 전만큼 열정이 분출되지 않는 위기의식이 한데 섞여 사추기를 앓는 느낌이었다.

  “소설을 발표하고 1년 정도가 지나니 원고청탁, 독자들의 관심도 서서히 사그라지더군요. 작가로서 잊혀지지 말아야 한다는 출간에 대한 압박감 때문에, ‘허명’을 유지하기 위해 너무 괴로워하지 않았나 싶어요.”

  싱그럽던 여름이 가고 가을이 왔다. 푸르던 잎들이 낙엽이 되고 나무들이 메말랐다. 하지만 이내 또 추운 겨울이 가고 봄이 올 것이다. 한동안 외롭고 힘들다는 마음을 풀어 놓던 그녀는 “그래도 꾸물꾸물 글을 쓸 것”이라고 말했다. 작가는 원래 외로운 법이라며...

  그녀는 인터뷰 말미에 늘 어디론가 새로운 곳을 떠나는 여행을 꿈꾼다고 말했다. 여행만이 글 쓰는 것만큼 설레고,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준다고.

 

하우림씨

- 경기 이천 출생, 현 당진읍 거주
- 전 원주KBS 아나운서,
- 서울CBS·강릉MBC 성우
- 저서 장편소설 ‘바람을 타는 여자’ 등
- 당진문인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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