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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2024-04-26 19:2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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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썰렁한 겨울 하늘에
매가 한마리 떠 있다.

매는 몸의 무게를
바람에 얹으면서
쓸쓸한 평형을 지키고 있다.

하늘의 높이에서 매는
내가 본 적이 없는 먼 풍경을
보고 있다.

장대로 휘저어도
휘저어도
닿지 않는 하늘.


빈 하늘에서
피 묻은 비둘기 날개가
떨어진다.

한 알의 사과는
울먹이는 노을만한 무게로
떨어진다.

눈송이는 애무같이
희박하게
희박하게 떨어진다.

떨어지는 모든 질량을 위하여
하늘은 높이를 가지고 있다.

이름없는 슬픔을 위하여
뺨을 타고 흐르는
높이가 필요하다.

그러나 천사가
하늘에서 떨어지기 위해서는
하나의 캄캄한
절망이 필요하다.


허만하 시집
'비는 수직으로 서서 죽는다'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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