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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이웃, 귀농인을 만나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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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면 옥현리 뜰과숲농원 최윤, 권윤희 부부
잘나가던 증권사 지점장, 사표를 던지다
50세에 블루베리 키우며 ‘인생 이모작’ 시작해
“이웃과 부대끼며 사람 사는 재미, 마음의 여유 느껴요”

 -편집자 주 -
농업웅군이자 수도권과 인접한 당진으로 귀농인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이웃으로 당진에 뿌리를 내린 귀농인들을 만나본다. 본지는 이번 기획을 통해 그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통해 당진 농촌의 생활을 알아보고, 귀농의 실태와 의미 나아가 농업의 미래를 조명해보고자 한다. 더불어 군의 귀농정착지원 사업과 국내 선진지도 함께 소개 해 귀농에 대한 정보도 제공한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습니다.

 


 

잘나가던 한 증권사 지점장이 어느 날 멀쩡히 잘 다니던 회사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농사 짓고 살려고 회사를 그만두겠다니 주변 사람들은 “미쳤다”며 혀를 내둘렀다. 그러나 최윤, 권윤희 부부는 “언젠가는 퇴직할 회사, 조금 일찍 떠나 인생 이모작을 시작하는 것 뿐”이라며 머뭇거림이 없었다. 
IMF 이후 부쩍 늘었던 생계형 귀농과 2000년대 유행한 은퇴 귀농자의 전원생활 바람에 이어 최근 부쩍 늘고 있는 3040세대 엘리트들의 귀농 대열에 기꺼이 발을 들여놓은 최윤, 권윤희 부부. 안정된 직장과 두둑한 연봉을 내던지고 시골에 내려온 최씨 부부를 만나 귀농생활에 대해 들어봤다. 최씨 부부는 5년전 고대면 옥현리에 터를 잡고 블루베리와 올리브를 키우며 살고 있다. 

‘베리나라’ 조성 꿈꾸는 블루베리 전도사
최씨 부부가 인생 이모작의 씨앗으로 선택한 것은 귀농이었다. 회사에 다니면서 종종 놀러갔던 봉평의 허브나라 농장에서 귀농의 꿈을 키웠다고.
2004년 최씨는 회사에 사표를 던지고 본격적인 귀농 준비에 들어갔다. 서울에서 조경사업을 하고 있는 권씨 동생의 권유로 블루베리 농사를 짓기로 결심한 부부는 공부를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블루베리가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아 전문 서적 등이 많지 않았던 터라 외국서적을 구해가며 2년간 베리를 공부하고 농사를 준비했다. 
부부는 블루베리 2천그루와 올리브 2백여주를 가꾸고 있다. 수확한 블루베리는 서울의 백화점과 지인으로 연결된 단골 소비자들에게 직거래로 판매되고 있다. 
초창기에는 수확량이 얼마 되지 않아 직접 블루베리를 팔러 다녔단다. 새벽 5시에 일어나 열매를 따고 포장해 점심때쯤 서울 백화점을 돌아다니며 납품을 했다고.
“도시생활에 비교하면 힘들죠. 몸도 피곤하고 일도 많고요. 하지만 시간에 쫓겼던 도시생활과 비교하면 농촌생활은 정신적으로 여유롭고 풍요롭죠. 먹거리를 생산한다는 보람도 크고 열심히 키운 농산물을 소비자들이 맛있게 먹고 또 찾아줄 때는 정말 귀농하기 잘했다 싶어요.”
남편 최씨 말을 듣고 있던 권씨도 맞장구를 친다.
“꽃이 필 때면 얼마나 설레나 몰라요. 내가 물을 주고 보살피니까 이렇게 꽃이 피는 구나... 그 보람은 농사꾼 아니면 모르죠. 꽃이 지고 열매가 맺히고 수확할 때는 매번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큰 기쁨을 느껴요.”  

“이웃 간의 정, 농촌 생활의 즐거움”
귀농, 귀촌인들이 처음 농촌에 내려와서 겪는 어려움 중 하나는 바로 익숙지 않은 농촌문화에 적응하는 일이다. 그 중에서도 문화적 충돌로 인해 발생하는 이웃과의 갈등은 대부분의 귀농인들이 통과의례처럼 겪는 고민이다.
최씨 부부도 처음에 땅 문제를 놓고 이웃 주민과 갈등을 겪었다. 지하수를 파는 것부터 토지 문제까지 이웃 주민과 큰 목소리를 내가며 싸움을 벌이기도 했다고. 하지만 지금은 그때 그 주민들과 가장 가까운 이웃이 되어 서로를 의지하고 도우며 살아가고 있다.
“농사를 지으며 농촌에 살려면 이웃들과 서로 돕고 함께 어우러져 살아야 해요. 농사일이 바쁠 때는 일손을 거들어주고 상부상조하는 것이 농촌생활의 기본이거든요. 처음에는 그런 농촌 생활과 문화를 이해하지 못해 어려움이 많았지만 지금은 둘도 없이 가장 가까운 이웃들이 되었어요. 집을 비울 때면 서로 알아서 빈집을 돌봐주고 농사 지은 곡식도 나눠 먹고요.”
권씨는 “시골에 살면서 좋은 점 중 하나가 이웃 간의 정을 통해 사람 사는 재미를 만끽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블루베리를 비롯해 다양한 베리 종류를 알리고 싶다며 ‘베리 전도사’를 자처하는 이들 부부의 소망은 베리 체험농장을 일구는 것이다. 최씨 부부는 먼저 귀농을 시작한 선배로서 후배 귀농인들에게 “무엇보다 귀농, 귀촌을 하기 전에 많은 준비를 할 것”을 귀뜸했다.
“농촌은 도피처가 아니에요. 도시생활에 익숙한 사람이 농촌생활을 하려면 환경과 문화적 충돌을 이겨낼 수 있는 마음의 준비를 철저하게 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농사짓고 농촌생활을 즐길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해요.”

취재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 “블루베리가 몸에 참 좋아요, 가져가서 먹어보세요. 고추도 잘 익었는데 몇 봉지 따줄까요?”
땀 흘려 키운 농산물을 주섬주섬 챙겨주려는 넉넉한 시골 인심이 몸에 베인 부부의 모습에 농사꾼, 시골사람의 면모가 자연스레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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