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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2024-04-26 19:2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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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이웃, 귀농인을 만나다]④
순성면 양유리 김정록, 유영교 씨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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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키우며 텃밭 일구는 귀촌부부의 전원일기
“일거리 넘치고 잡초와 씨름해도 행복한 시골살이”
복잡한 도시생활 접고, 당진에서 전원생활 시작해

-편집자 주 -
농업웅군이자 수도권과 인접한 당진으로 귀농인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이웃으로 당진에 뿌리를 내린 귀농인들을 만나본다. 본지는 이번 기획을 통해 그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통해 당진 농촌의 생활을 알아보고, 귀농의 실태와 의미 나아가 농업의 미래를 조명해보고자 한다. 더불어 군의 귀농정착지원 사업과 국내 선진지도 함께 소개 해 귀농에 대한 정보도 제공한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습니다.

김정록(59), 유영교(53) 씨 부부는 3년 전 제주도에서 당진으로 이사와 소나무를 키우며 살고 있다. 앞서 소개된 이들이 농사짓기에 좀 더 비중을 둔 귀농인이라면 이들 부부는 전원생활을 위해 농촌을 찾은 귀촌인에 가깝다.
부모님 도움 없이 맨손으로 시작해 30년간 유통업에 종사해왔다는 이들 부부는 ‘진경원(眞景園)’ 이라 이름 붙인 보금자리에서 나무를 키우고 텃밭을 일구며 노년 생활을 그려가고 있다.
젊은 시절 도시에서 열심히 일하며 살았으니 여생은 자연 속에서 자연을 닮아가며 살고 싶다는 김 씨 부부를 만나 그들의 전원일기를 들어봤다.

“단순한 시골살이, 행복해요”
“직장 때문에 제주도에 이사가서 20년 넘게 유통업에 종사했어요. 그러다보니 하루에도 천명에 가까운 사람들을 상대해야 했죠.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는 건 어찌보면 영업이 잘 되어 좋으니 기쁨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지치고 힘든 일이기도 했어요.”
김 씨 부부는 “사람에 지치고 늘 분주했던 도시 생활을 접고 마음의 여유를 찾을 수 있는 단순한 생활을 위해 귀촌을 결심했다”고 입모아 말했다.
“젊은 시절부터 시골에 사는 꿈을 꿨어요. 50세가 될 때까지는 삶을 불태우는 마음으로 정말 열심히 일하고 50세가 되면 시골에 내려가 자연에 머물며 자연을 닮아가다가 힘이 다하면 자연으로 돌아가리라... 마음 먹었었죠. 헌데 사람 욕심이라는 게 어디 그런가요. 저도 3년 더 일하다 53세 되던 해에 지금의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본격적으로 내려와 살기 시작한 건 이제 3년째예요.”
김 씨는 젊은 시절 돈을 벌어야 겠다는 마음으로 장사를 했지만 어느 순간 회의가 들었단다. 내가 더 벌려면 다른 사람의 것, 다른 사람의 에너지를 가져와야 하는 경제논리에서 양심의 가책도 느끼게 됐다고.
“50세가 되면 버리는 삶을 살아야 겠다고 다짐했었어요. 그래서 실천에 옮기려고 농촌 생활을 시작했어요. 시골에서는 단순한 삶을 살 수 있어서 좋아요. 자연 속에서는 욕심내지 않아도 즐거운 삶을 살 수 있어요.”

소나무 키우며 농사 짓는 재미 느껴 
줄곧 도시 생활만 해온 아내 유영교 씨는 난생 처음 해보는 농촌 생활의 재미에 푹 빠져 있었다. 처음에는 풀 밭에 들어가기가 무서워서 오이 하나도 직접 따지 못했지만 요즘은 산 속 나무들을 보살피러 올라가면서 잡목도 쳐낼 줄 알게 되고 풀도 잘 멘다며 웃어 보였다.
김 씨 부부는 소나무를 키운다. 조선소나무라 불리는 30~40년된 금강송과 소나무 묘목을 키우고 있다.
“처음에는 뒷산에 금강송 군락지에 아카시아며 칡 넝쿨이 우거져서 사람이 들어갈 수도 없었어요. 낫 들고 둘이서 매일 들락거리며 산을 가꿨죠. 생전처음 나무를 키우다 보니 남의 말만 곧이곧대로 믿어서 시행착오를 겪는 웃지 못 할 일도 있었어요.”
어떤 이의 말을 듣고 나무 순을 죄다 잘랐다가 나무 수형을 버릴 뻔 한 에피소드를 이야기 하며 무언가를 길러낸다는 기쁨을 새삼 다시 배우고 있다며 제법 농사꾼다운 보람을 이야기했다.

귀농·귀촌한 도시민들이 처음 농촌에 내려와 공통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지역 원주민과의 관계형성에 대해서 김 씨는 “한 번에 해결하려고 욕심 부리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귀머거리 3년, 벙어리 3년이라는 말이 있듯이 시간이 흘러 서로를 천천히 이해할 때까지 기다릴 생각이에요. 지금까지 서로 생활 방식이 다르다보니 본의아니게 오해할 수도 있고 상처를 입힐 수도 있더라고요. 그래서 좀 더 조심하고 서로를 천천히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김씨 부부는 보다 나은 농촌생활을 위해 올해부터는 농업기술센터에서 운영하는 농업기술대학에도 등록을 했다. 요즘에는 마을의 환경 민원문제 해결에도 팔을 걷어부치고 나섰다. 김 씨는 “시골에도 마을마다 쓰레기를 수거해 가는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며 “대부분 어르신들이라 인근에 쓰레기 수거장 까지 쓰레기를 가져다 놓을 여건도 안돼 곳곳에 그대로 방치되거나 소각해버려 자연이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조금씩 지역에 대한 고민을 함께 하고 있는 김 씨 부부. 이들은 앞으로도 자연과 더불어 살면서 농사짓는 보람도 느끼고 진경원도 아름답게 가꾸며 노후를 보내는 것이 소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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