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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 지방자치 어디까지 왔나] 사회갈등연구소를 가다 “갈등 해결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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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 성숙한 사회로 가는 불가피한 단계"
“민주적 논의를 통한 갈등해결, 교육과 훈련 필요”

<편집자주> 건국헌법의 지방 자치에 관한 규정에 따라 1949년 지방자치법이 제정되었다. 하지만 6.25전쟁과 군부 독재 정부에 의해 지방자치는 현실화되지 못했다. 이후 1988년 지방자치법의 개정과 함께 1991년 지방의회가 구성됐고, 1995년 6월 지방선거가 실시되면서 실질적인 지방자치 시대가 열렸다. 지역 주민들의 직접 투표에 의한 지방차지 실시 이후 16년이 흐르는 동안 5차례 선거를 거쳤고 2012년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다. 이에 본지는 지방자치가 지역에 미친 영향을 분석해 보고 완전한 지방자치와 지방분권을 이루기 위한 과제를 살펴보고자 한다.                                    
※이 취재는 충남미디어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우리 사회에는 다양한 갈등이 상존하고 있다. 개인과 개인, 개인과 집단, 집단과 집단, 정부와 국민, 지자체와 정부 등 수많은 관계 속에 갈등이 속출하고 있다.
특히 1980년대 후반을 기점으로 지방자치가 시작되면서 우리 사회에 억눌려 있던 감정들이 일시에 폭발했다. 이러한 갈등들은 개발이나 국책사업 추진과정에서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당진군의 경우 1994년 환경부가 전국을 6개 권역으로 나누어 골치 아픈 특정유해폐기물처리장을 만들 계획을 세우고 이중 중부권의 폐기물 처리장을 석문면 지역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게 되자 주민들이 반발했고 결국 이 시설을 막아냈다. 환경부는 당진군 설치계획을 철회했을 뿐 아니라 이 계획의 골격 자체를 백지화했다.
1995년에는 충남도가 석문국가산업단지에 유공의 석유화학단지를 입주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기 위해 공단의 확장과 유치업종 변경을 추진했으나 지역 언론과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철회됐다.
또 1999년부터 당진항 지정을 위한 범군민 운동이 번지면서 인근 평택시와 해상경계를 놓고 대법원 판결까지 가기도 했다.
2005년에는 부도가 난 한보제철을 INI스틸(현 현대제철)이 인수하면서 고로제철소 건립 계획을 밝히자 환경피해를 우려한 지역주민들의 반발이 극에 달했다.
이뿐만 아니라 당진화력의 발전시설 증설은 현재까지 주민들과 화력발전소 간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으며 산업단지 조성을 비롯해 기업입주, 황해경제자유구역 조성과 최근에는 동부발전 건립을 놓고 치열한 공방이 펼쳐지고 있다.
이처럼 각종 사업과 국책사업, 또는 기업 이주 시마다 발생하는 갈등을 슬기롭고 현명하게 풀어갈 방법은 없을까? 그 대안을 사회갈등연구소가 제시하고 있다.

2006년 1월 영국 캐임브리지 대학교 행동학 연구원이었던 박태순 소장은 서울시 종로구 사직동에 사회갈등연구를 위한 터를 잡고 같은 해 10월 사단법인 사회갈등연구소를 창립했다.
박태순 소장은 “사회갈등연구소는 갈등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와 이론 정립, 갈등 현안에 대한 개입 등을 통해 시민들의 갈등에 대한 인식 제고와 문제해결 역량을 강화하고 사회적 합의 형성 능력을 배양함으로서 우리사회 갈등해결과 신뢰형성을 위한 민간 싱크탱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며 “궁극적으로는 우리사회의 민주주의 성숙과 문제해결 능력의 향상에 기여하고자 설립된 비영리 민간연구법인”이라고 말했다.
박태순 소장은 “지금까지 경제성장과 민주화가 개인의 성실성, 국가 운영의 효율성, 사회적 정의감, 공평성 추구에 대한 열망에 기반을 두고 이룩된 것이라면 오늘 우리가 직면한 과제들은 서로에 대한 인정과 소통, 설득과 협의, 상호 신뢰와 협력 등 상호주의의 다원주의적 사고와 행동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회적 변화와 요구에 따라 탄생된 사회갈등연구소는 우리사회 실정에 맞는 사회갈등 예방과 해결 모형을 개발에 역점을 두고 갈등 이론을 정립하는 한편 갈등현안 개입 및 해결, 한국전통사회의 갈등해결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특히 지자체 및 지자체 관련 공공 갈등으로 인해 전통적인 삶을 유지하던 지역 공동체 분열과 반목으로 고통 받는 사례가 늘어남에 따라 지역 갈등 해결을 위해 지자체의 역량 강화 프로그램 개발에 힘쓰고 있다.
사회갈등연구소가 참여한 갈등 조정은 무수히 많다. 대표적인 조정사업은 고리1호기 연장 운전 갈등 최소화를 위한 자문과 갈등조정과 시화호 지속가능발전협의회 활동 관련 자문 및 조정을 완료했다. 최근에는 제주 해군기지 이전 갈등에 참여하고 있다.
박태순 소장은 “사회 각 주체들의 문제 해결방식에 대한 인식의 전환과 함께 새로운 갈등 해결 방법의 도입과 적용, 경험적 학습을 통한 갈등 해결 능력의 강화와 사회화를 통해 사회적 담론을 형성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사회갈등연구소는 우리 사회의 갈등 현황을 조사 분석하고 갈등 예방과 해결에 필요한 이론을 정립하는 한편 이를 교육하고 더 나아가 현장 갈등 해결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태순 소장은 “1987년 이후 민주화 과정을 겪고 IMF를 기점으로 신자유주의를 대변하는 자유화가 확산됐으며 1990년대 초중반 지방자치제가 정착되는 과정을 겪으며 사회가 복잡해지고 다원화됐다”며 “이 과정에서 국민을 통제하던 시스템은 유연해지고 국민들의 다양한 욕구가 분출되면서 다양한 갈등이 표출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갈등이 표출되면서 우리는 갈등을 합리적으로 해결하는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정치적 또는 법적으로 갈등을 해결해 왔던 것이 현실이다.
박태순 소장은 “우리 사회는 오랫동안 유교적 전통사회를 바탕으로 한 귄위주의적 사회였으며 독재정권 아래 수직적 상명하달식의 문화가 뿌리 깊다”며 “현안에 대한 이해 관계자들 간의 수평적 논의가 익숙하지 않아 갈등이 발생할 경우 극단적인 대립양상을 보이는 특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 소장은 “갈등 해결을 위한 첫 걸음은 상호 이해 당사자 간 동등한 자격으로 동등한 정보를 공유하고 민주적 절차를 통해 충분한 논의를 바탕으로 한 책임 있는 관계형성”이라며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태순 소장은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며 “갈등 관련 기본법을 만들어 국회의원들에게 전달해 현재 국회 상정 중에 있다”고 말했다.
제도적 장치 마련뿐만 아니라 사회 각 주체들의 문제 해결 방식에 대한 인식을 전환시키기 위해 공무원과 공공기관, NGO, 시민들을 대상으로 갈등해결을 위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
특히 시민학교를 통해 시민들의 인식 전환에 앞장서는 한편 갈등조정 전문가 양성과정을 통해 150여 명의 전문가를 배출했다. 이들은 사회 각지에서 갈등 조정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공무원과 공공기관 등 정책 사업을 추진하는 기관들은  사업을 추진함에 있어 민주적 절차를 생략하고 기존 관행대로 추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주요정책에 있어 대통령이나 지자체장 등이 결정권을 갖고 일방적으로 추진함에 따라 공무원들은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있죠. 공무원들도 한계가 있어요. 시민사회나 주민 역시 민주주의 과정을 겪었으나 논의를 통해 갈등을 해결하기보다는 집단적 물리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경향이 강합니다. 이로 인해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소요되는 악순환을 낳게 됩니다.”
그러나 박 소장은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 문제가 있다기보다는 우리사회가 성숙한 사회로 발전해 가는 불가피한 과정”이라며 “좋은 사회로 가기 위한 수업료”라고 말했다.
박 소장은 “빈번한 갈등을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기 보다는 수직 사회에서 수평적 사회로 가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사회적 비용을 치룰 수밖에 없다”며 “모델로 삼고 있는 유럽의 경우도 오랜 기간 동안 치열한 갈등과 반목, 전쟁 경험을 통해 성숙한 사회 논의 구조를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이러한 과정을 부정적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양화되고 다변화된 사회에서 갈등은 자연스러운 것이며 생활의 일부입니다. 이것을 시민사회와 정부, 공공기관이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교육과 훈련이 필요합니다.”
박태순 소장은 마지막으로 사회적 갈등 요소를 줄이기 위해서는 대통령이나 지자체장의 선심성 공약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대형 갈등들은 대통령이나 지자체장의 선심성 공약 남발로 발생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충분한 검토 과정 없이 그저 민심을 얻기 위해 남발한 공약은 이익을 보는 집단도 있지만 손해 보는 이도 있기 때문입니다. 예산과 타당성에 대한 충분한 검토와 해결방안 없는 선심성 공약은 결국 일방적인 추진으로 갈등을 낳게 됩니다.”

 

박태순 소장
■경력
현 사회갈등연구소 소장
현 갈등조정아카데미 원장
현 대통령 소속 사회통합위원회 지역분과위원
현 대통령 자문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전문위원
영국 캐임브리지대학교 행동학 연구원
서울대학교 자연대학 행동학 박사
서울대학교 분자생물학과 졸업

■주요 저서/논문
2010 갈등해결 길라잡이
2009 부안 방폐장 관련 주민운동 백서
2009 송산그린시티 토취장 합의 백서
2009 부산외곽순환 고속도로 갈등영향분석 연구
2008 고리1호기 갈등, 사회적 합의로 해결하다
2007 시화지역지속가능발전협의회 활동 평가보고서
2006 87체제의 종언과 새로운 사회운영 원리
2005 공공갈등 이론과 기법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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