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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다르다는 것은 틀린 것이 아니다 5]
‘라이 따이한’에 더해 ‘코피노’까지…
“국제적 망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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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현지취재 1 코피노, 책임 누구에게 있나
삐뚤어진 성의식과 무책임이 주요인

 

필리핀 마닐라에 살고 있는 꾸앙(12)은 코피노다. 한국에서 온 모 기업체 직원이 꾸앙의 아빠다. 아빠는 꾸앙이 3살 무렵에 한국으로 떠난 뒤 연락이 끊겼다. 어머니 소마(31)씨는 인근 시장에서 노점을 하며 하루 500페소(1만 2000원) 가량의 돈으로 생계를 유지한다. 사갈(9)은 태어나기도 전에 아빠가 한국으로 떠났다. 어머니 수또(28)씨가 당시 어학 연수생이었던 아이 아빠에게 임신사실을 알리자 낙태를 권한 후 연락이 두절됐다. 수또씨는 홀로 아이를 낳아 키우고 있다.

한국사회의 다문화가정이 축복 속에 만들어졌다면 필리핀 내에는 반쪽짜리 다문화가정이 존재한다. 코피노는 코리안(Korean)과 필리피노(Filipino)의 합성어로 한국 남자와 필리핀 여성 사이에 태어나 필리핀에서 사는 혼혈아를 일컫는다. 하지만 지금은 한국 남성들이 필리핀에 버리고 온 아이들을 일컫는 부정적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이들은 최대 1만 명이 넘어설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들은 필리핀 내에서도 대부분 빈곤층으로 살아가고 있다. 게다가 남편과 아빠에게 버림받았다는 아픔과 상처를 안고 있다.

 

코피노가 급격히 증가하는 원인에 대해서는 두 가지 상반된 주장이 있다. 하나는 한국남성들의 비뚤어진 성의식과 무책임이 주요요인이라는 주장이다. 코피노는 매년 늘어나는 필리핀 방문객과 괘를 같이 한다. 한국의 필리핀 방문객은 지난해 92만 명으로 필리핀 방문 1위국으로 불리고 있다. 이중 어학연수를 위한 방문객은 연평균 4천여 명, 최대 7천여 명에 달한다. 방문객 중 일부는 필리핀 여성과 관계를 맺거나 동거한 후 아이가 생기면 연락을 끊는다. 때문에 필리핀에 거주하는 일부 어학연수 남학생과 일부 관광객 및 기업체 직원들이 코피노 생산자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다.

또 다른 시각은 '코리안드림'을 꿈꾸는 필리핀 여성들이 한국남자들을 빈곤탈출의 기회로 삼아 의도적으로 유혹했기 때문에 필리핀 여성의 책임이 더 크다는 주장이다. 모계 중심적 필리핀 사회분위기도 필리핀 여성의 책임론을 보태는 근거로 꼽히고 있다.

 

필리핀 퀘존시에서 7년 째 코피노 지원활동을 하고 있는 코피노 재단(KOPINO CHILDREN ASSOCIATION INC)의 손범식 대표는 코피노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한국 언론에 알려진 것처럼 코피노들이 왕따를 당하지는 않는다”며 “오히려 ‘한국인 2세’로서 자긍심을 갖고 있다. 차별이 있다면 가난으로 인한 경제적 차별이다”고 말했다. 손 대표의 지적은 ‘어글리 코리안’이라는 일방적 비난에 대한 변호와 잘못 알려진 일부 사실에 대한 정정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련 단체의 면담결과나 여러 자료에 따르면 한국남성들의 비뚤어진 성의식과 무책임이 크다는 데 이견이 없다. 지난 2009년 필리핀 마닐라 근교에서 코피노 지원활동을 펼쳤던 김봉구 대전이주외국인종합복지관장은 다양한 사례를 들며 “한국남성들이 처음부터 필리핀 여성을 육체적 쾌락을 위한 도구로 생각하고 만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한국 남성의 사랑과 결혼 약속을 믿고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물론 대부분의 한국남성들이 단지 연수국이 필리핀이라는 이유로 가해자의 오염을 쓰는 피해자가 되기도 한다. 이 밖에 여성들의 성에 대한 무지와 종교문화도 코피노의 급격한 증가에 한 몫 한다. 피임이 보편화되어 있지 않은데다 낙태를 죄악시 하는 천주교 문화 때문이다. 김 관장은 “원인을 떠나 필리핀 엄마와 코피노들은 아빠가 돌아올 것으로 대부분 믿고 있으며, 한국으로 아빠를 찾아갈 계획인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보다 잘사는 나라라면 이렇게 하겠냐”며 “‘라이 따이한’에 더해 ‘코피노’까지 등장한 것은 국제적으로 망신을 사기 충분한 일로 코피노 가정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손범식 대표도 “우리의 아이들을 방치하면 남자 아이들은 지프니 드라이버나 막노동으로, 여자 아이들은 대개 점원이나 접대부로 일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며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편집자 주] 한국 사회에 이주해 다문화가정을 꾸리며 살고 있는 여성결혼이민자들은 가정폭력, 성폭력, 성매매 등 폭력 피해를 당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적절한 보호를 제공할 기관이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베트남어, 중국어, 러시아어, 몽골어를 비롯해 다양한 출신국별 언어를 사용할 수 있는 인적 자원의 활용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번호에서는 가정폭력 등 위기상황에 처한 여성결혼이민자를 돕는 이주여성 긴급지원센터를 보도해 위기 상황 개입, 상담 사례 등을 살펴보고자 한다.


※ 이 기사는 충남도 지역미디어발전위원회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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