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노하여 아래 세상을 하얗게 덮는 날은 과히 기분이 나쁘지 않다 산새들이랑 들새들이랑 좋아라 촛불을 켜며 눈 새벽을 여는 소리에 우주는 노여움 없이 잔 나뭇가지를 친다 향연이 거리마다 함박눈 질려 방사주머니를 터치는 날은 골다공증 환자의 외출은 금물이다 방금 우유 한 잔 마시며 달래는 허벅지의 뼈마디 수줍은 목소리로 낮은 산이라도 입산통제하며 도수 높은 안경을 쓰고 타이르는 말이다 나를 위로하라, 떨리는 나침반 위로 걸어가는 국도 32호선의 대전부르스 궤도의 흔적은 핏물이요 눈물이다 눈 온 아침의 첫 발자국은 외출을 말리는 마침표이다 우주를 바라보는 낮은 시선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