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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걷기여행 2] 담벼락에 걸린 동심과 추억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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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수암골 골목길

수암골은 피난민들의 정착지였다. 한국전쟁 이후 울산 23육군병원 앞에 천막을 치고 살던 피난민들이 청주로 이주하면서 생겨난 대표적인 달동네다. 달동네 집들은 우암산 아래 좁은 골목길을 사이에 두고 따개비마냥 붙어 앉았다. 사는 게 팍팍하고 힘에 겨운 이들은 담을 함께 나누며 서로 기대어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물감과 붓을 든 예술가들이 마을을 찾았다. 예술가들은 공공예술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수암골 골목길에 이야기꽃을 피워냈다. 골목길 벽화는 금세 소문이 나 전국에서 마을을 찾는 이들이 줄을 지었다. 드라마도 여럿 찍었다. 소박한 서민들이 옹기종기 모여 사는 골목길을 걷다보면 마을 사람들이 그동안 살아온 이야기가 절로 들리는 듯하다.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되었다면, 골목길로 들어가자.

 

드라마 속 주인공이 되어볼까
우암초등학교 - 삼충상회

구불구불하고 좁다란 골목길을 언제 걸어봤을까, 추억 속 동심마냥 아련하다.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풍경이지만 어린 시절에는 아침밥을 먹고 나와 해질 무렵까지 골목길에서 놀았다. 골목에는 늘 친구들이 있었다. 숨바꼭질도 하고 말뚝박기도 했다. 땅따먹기를 할 때면 골목 바닥이 우주만큼 넓었다. 수암골로 가는 길목에 초등학교가 있기 때문일까, 어린시절 추억이 더 생생해진다.

우암초등학교를 왼편에 끼고 골목길로 접어들면 사방에 수암골로 가는 이정표가 보인다. 5분 정도 걸으면 수암골 골목여행의 시작점인 삼충상회에 도착한다. 삼충상회 앞에서 방명록에 이름을 적고 골목길 지도를 하나 얻어 골목길 걷기를 시작하면 된다.

삼충상회 앞에 서면 사람들이 북적이는 빵집이 보이는데 이곳이 바로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의 ‘팔봉제빵점’이다. 커피를 비롯한 음료와 빵을 판매하는데 특히 팥빵 맛이 좋다. ‘팔봉제빵점’에서 삼충상회를 왼편에 두고 길 위를 올려다보면 또 하나의 드라마 세트장이 눈에 들어온다. ‘영광의 재인’ 국수집에서는 실제로 국수를 비롯한 요깃거리를 팔고 있다.

 

상상과 동심의 골목길
삼충상회 - 피아노계단

수암골 골목길은 천천히 돌아봐도 30분이면 충분하다. 따로 걷기 코스를 정해놓고 걷기보다는 수암골 지도를 보고 벽화를 하나씩 찾아가며 걷는 것이 재미있다. 삼충상회 옆 숨바꼭질하는 소녀를 지나 꽃무덤에서 길을 잃은 호랑이와 사진을 찍고 나면 게시물이 걸린 쪽문이 눈에 들어온다. 몇 년 전까지만해도 청주시내 명찰을 도맡아 생산해 냈다는 수암골 뱃지공장이다.

비탈진 골목길을 걸어오르다 보면 대낮에도 꿈 속을 헤매고 있는 잠꾸러기들과 세월을 낚는 강태공, 씨앗에서 자라는 나무들 등을 만날 수 있다. 솜털 같은 구름이 떠다니는 담벼락 위에는 주인장이 잘 닦아 반질반질한 장독들이 앉아 있다. 이야기가 있는 그림들은 담벼락에만 그려진 건 아니다. 주민들이 상추며 파를 심어 놓은 화분에도 길 가운데 우뚝 솟은 전봇대에도 깨알같이 숨어 있다. 가파른 골목길을 곧장 올라 막다른 길에서 피아노 계단을 오르면 청주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달동네에서 내려다보는 도심의 해질녘 풍경도 추천할 만하다.

 

사진 찍을 준비 됐나요
천사의 미소 - 웃는 아이 삼남매

피아노 계단에서 맞은편으로 난 좁은 골목길을 빠져 나오면 볼 수 있는 수암골의 대표 포토존 ‘천사의 미소’에서 기념 사진을 찍자. 두 손을 모으고 기도를 하는 포즈도 좋고, 천사처럼 활짝 웃는 표정도 좋다. 이번엔 발아래를 살펴보자. 앙증맞은 애벌레들의 사랑 고백과 익살맞은 그림이 웃음을 자아낸다. 수암골 둘레길을 따라 걸어 내려오면 소나무가 어울리는 풍경과 접시꽃 정원, 애드벌룬, 이상한 화장실 등의 작품이 계속 이어진다. 특히 발레리나와 뚱보가족, 흙장난 하는 아이들은 드라마 ‘카인과 아벨’의 촬영지로 인기가 높다. 길을 걷다 웃는 아이 삼남매를 만나면 다시 골목길로 접어들자. 골목길에서 아이스케끼 가게를 지나 연꽃이 있는 하얀 집을 지나면 처음 걷기를 시작했던 삼충상회에 닿는다.

 

걷기코스 : 우암초등학교(0m) - 삼충상회(600m, 10분)- 피아노계단(130m, 3분) - 천사의 미소 (100m, 2분) - 웃는아이 삼남매 (70m, 1분)

주소 : 청주시 상당구 수동 81-12 / 홈페이지 : www.cjcity.net / 전화 : 043) 200-2231~4

자가용 - 청주 I.C에서 도심까지 약 6km에 걸쳐 있는 가로수 터널을 지나 무심천을 건너면 해발 353m의 나지막한 우암산 자락에 수암골에 도착한다. 삼충상회 옆 무료주차장 이용.
대중교통 - 청주고속버스터미널 - 105번 시내버스 - 시청 지나서 방아다리 하차 - 우암초등학교 옆 골목 - 걸어서 5분 거리에 수암골 삼충상회 도착

볼거리
청주의 대표적인 산인 우암산 우회도로는 젊은이들의 대표적인 드라이브 코스다. 특히 벚꽃이 만개하는 봄날이면 산책을 하기에도 제격이다. 해질 무렵이면 청주시 야경을 즐길 수 있는 명당이기도 하다.

맛집
수암골 주민들이 직접 운영하는 마을공동체 사업장인 수암골 마실에서 판매하는 수암골 밥상을 이용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 수암골 밥상은 삼충상회 맞은편에 자리하고 있으며 주민들이 만든 열쇠고리 등 악세사리도 함께 판매하고 있다.

주변 숙박
수암골에는 마땅한 숙박시설이 없다. 하룻밤을 묵을 예정이라며 청주시내에 자리한 숙박시설을 이용해야 한다. 인근 청주시내에는 특1급호텔인 라마다청주호텔(043-290-1000)과 주변에 저가 모텔 등이 많이 있다.
 

우현선 시민기자 mirina1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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